인생의 전환점에 해당하는 40대는 사람이 가장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다. 자기 일에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서 자신의 능력을 가장 발휘할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최근 우리 나라에서는 직장인들이 40대 중반에 다가서면 슬슬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자신의 책상이 언제 빠져나갈지 걱정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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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의 척도인 개런티 면에서도 남자배우들과 비교하면 더욱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경력 많은 해외 수상 경력 있는 여배우라도 시장가치가 더 높은 20대 남자보다 개런티가 낮은 게 현실이다.
연예기자를 오랫동안 해온 나는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40대 여배우들을 만날 때 이런 고민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항상 슬럼프 없이 화려한 연기행보를 이어온 거 같은 김혜수도 영화 ‘도둑들’의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항상 마지막 작품을 한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한다”고 말했다. 당당함 뒤에 쓸쓸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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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40대는 인생의 연륜이 더해지면서 감성의 공간도 더 넓어지고 연기력도 물이 올라 최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시기. 하지만 40대 여배우들은 중심에서 벗어나기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계별로 다음 작품은 영화를 할 수 있을지, 미니시리즈를 할 수 있을지, 주연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욕심을 버리면 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보다 자기가 가졌던 걸 내려놓기는 쉽지 않은 법. 자기 일과 경력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하기에 활동이 뜸해질 수밖에 없다 .
이렇게 40대 여배우가 자신의 노력이나 열정만 갖고 일을 할 수 없는 게 2014년 대한민국 연예계의 냉엄한 현실이다. 자존심을 유지하면서 ‘여배우’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려면 가정에 숨어 있다 몇 년에 한번씩 작품을 하며 CF에 몰두하거나 칩거 상태에 들어가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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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종방된 종합편성채널 JTBC ‘네 이웃의 아내’(극본 유원, 연출 이태곤)의 염정아 신은경의 열연도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크로스 로맨스’란 자극적인 소재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두 여배우의 양보 없는 연기대결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세 사람 모두 과거처럼 스크린에서 볼 수 없고 안방극장에서도 중심에서 벗어났지만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연기력으로 20대 때 못지않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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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여배우들뿐만 아니라 일반 여성 직장인들도 40대가 되면 중심에서 밀려나는 게 우리 사회의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한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피해자라고 주장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존중해주는 말이다. 대중은 여배우들이 중심을 이루는 작품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 주고 제작자들은 여배우들이 신명나게 연기할 만한 작품을 더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 중심 영화를 끊임없이 제작해온 명필름의 새 작품 엄정화 조민수 문소리 주연의 영화 ‘관능의 법칙’(감독 권칠인)이 기다려진다. 촌스럽지만 목높여 외치고 싶다. 대한민국 40대 여배우 파이팅!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제공. KBS tvN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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