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킴(본명 김별)을 인터뷰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 그녀를 만난 것은 작년 2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이다. 당시 퓨어킴은 인디레이블 비트볼뮤직을 통해 첫 정규앨범 ‘이응’을 발표하고 평단과 마니아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었다. 매혹적이고 살며시 야한 음악을 들려줬고, 그 매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뮤직비디오들도 좋았다. 특히 가사에서 나타나는 기발한 화법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퓨어(Puer)’라는 이름은 고등학교 미국 교환학생 시절 영어이름을 지을 때 본명인 ‘별’과 비슷한 단어를 찾다가 지었다. 버클리음대 졸업 후 2009년 말쯤에 한국에 돌아왔다. 첫 EP ‘맘 앤 섹스’에 담긴 첫 곡 ‘이츠 하드 투 비어 도터 오브 어 우먼 러브드 바이 갓(It`s Hard To Be A Daughter Of A Woman Loved By God)’의 뮤직비디오를 2009년 3월 3일에 만 24세가 되는 생일을 기념으로 처음 공개했다. 첫 데뷔였던 셈이다. 퓨어킴은 인디 신에서 활동하면서도 기발한 뮤직비디오, SNS 활동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그런 모습들이 싫지 않았던 것은 그녀의 음악이 좋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퓨어킴이 윤종신이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기획사 미스틱89에 둥지를 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디 신에서 메이저 레이블로 진출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퓨어킴의 음악이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려질 거라는 기대와 퓨어킴의 이미지가 선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불안이 교차했다. 이후 퓨어킴은 김예림의 곡 작업에 참여하고, 작곡가를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히트’에 출연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21일 미스틱89에서의 첫 곡인 ‘마녀마쉬’를 발표했다. 퓨어킴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녀의 솔직담백한 말투는 여전했다.

Q. 오랜만이네요.
퓨어킴: 10개월 만에 보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엠펍에서 DJ 하실 때 제 노래 트셨죠?

Q. ‘요’ 틀었어요. 어떻게 알았어요?
퓨어킴: 그걸 왜 몰라요? 다 알죠.

Q. 어떻게 지냈어요?
퓨어킴: 계속 작업했죠. 예림이 가사 쓰는 것도 도와주고, 언젠가 나올 제 새 음반에 들어갈 노래도 쓰고.

Q. 새 회사 옮긴지 얼마나 됐죠? 분위기는 어때요?
퓨어킴: 작년 초에 계약을 했으니 거의 1년이 지났네요. 우리 회사 분위기 되게 좋아요. 가족적이에요.

Q. 혼자 곡을 쓰다가 윤종신 씨와 함께 작업하니 어떤가요?
퓨어킴: 다르죠. 프로듀서로서 종신 오빠는 뮤지션의 장점을 잘 살려요. ‘넌 이거 못하니까 잘해봐라’가 아니고 ‘넌 이거 잘하니까 잘 하는 거 살리자’에서 시작하죠.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세요. 그런 긍정의 언어가 마음에 들어요.

Q. 윤종신 씨에게서는 어떻게 러브콜이 왔나요?
퓨어킴: 예전에 종신 오빠가 네이버뮤직에 제 음악이 좋다고 칭찬해주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트위터로 이야기를 나누게 됐죠. 당시가 비트볼뮤직과 계약이 마무리될 시점이었어요. 대학원에 갈까 생각을 했죠. 그러다가 종신 오빠를 만나게 됐어요. 이야기를 나누는데 말이 잘 통했어요. 만난 지 1시간도 안 돼서 함께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왔어요.



Q. 윤종신 씨가 왜 퓨어킴을 선택했을까요?
퓨어킴: 저도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처음에 뭐래더라? 음악이 성숙하고, 농염함이 무르익었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 같아요. 너랑 같이 하면 재밌게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고.

Q. 윤종신 씨의 앨범은 들어봤나요?
퓨어킴: 계약 후에 모조리 다 들어봤어요. 음악적으로 종신 오빠의 두 가지가 좋아요. 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발라드 가수가 ‘팥빙수’와 같은 곡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월간 윤종신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어 꾸준히 발표한다는 것. 오빠가 정말 바쁜데, 그렇게 곡을 쓴다는 건 정말 대박이죠! 그런 면 때문에 음악인으로서 호감을 갖게 됐어요.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까 그런 장점이 변하지 않는 거예요. 능력이 있는 분인데 인간적으로도 매력이 있는 분이에요. 전 음악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됨됨이도 보거든요.

Q. 미스틱89에서 가장 먼저 한 작업은 뭐죠? 예림 씨 곡?
퓨어킴: 네. 처음에 예림이 곡을 하나 써봤는데 예림이가 부르기에 너무 성숙한 곡이었어요. 그래서 미니앨범에 실리지는 않았죠. 오빠와 함께 가사를 몇곡 썼어요. 종신 오빠가 제 가사를 좋아하세요. 종신 오빠도 가사를 잘 쓰시는데 남자이기 때문에 예림이 가사를 쓸 때 어려움이 있으신가 봐요. 그래서 제가 징검다리처럼 도와드리곤 해요.

Q. 회사에서는 누구와 말이 잘 통해요?
퓨어킴: 종신 오빠랑 가장 잘 통하죠. 예림이랑은 정말 친해요. 다른 식구들과도 친한데 예림이는 특별히 친하죠. 둘이 성격이 비슷해요. 뭐랄까? 둘 다 고양이 과예요. 도도하고, 자존심 세고. 지윤 언니는 자기 관리와 준비가 철저해요. 선생님과 같은 존재랄까요. 재인이는 착하고 정말 열심히 해요. 정환이는 예의가 바른 아이랍니다. 뮤지 오빠가 진짜 웃겨요!

Q. 예림 씨와 잘 통하나요?
퓨어킴: 예림이 여러 번 보셨잖아요. 성숙한 편인데 제가 보면 아직 애기에요. 걔가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편이데 저랑은 처음 보자마자 친해졌어요. 서로 첫눈에 반했죠. 예림이가 마음을 확 열었어요. 그래서 함께 작업하기 편했죠.



Q. ‘마녀마쉬’는 1집 ‘이응’ 이후 첫 신곡이에요. 윤종신 작곡, 퓨어킴 작사, 정석원 편곡으로 돼 있네요?
퓨어킴: 큰 틀은 프로듀서를 맡은 종신 오빠가 잡았고요. 셋이서 역할 분담이 잘 됐어요.

Q. 곡 소개 좀 해줘요.
퓨어킴: 가요에요. 제가 지금까지 한 곡 중 가장 가요죠. 미스틱89에서 시작을 알리는 곡이기도 하고요. 독특하고 재밌는 곡이예요. 종신 오빠가 마녀라는 캐릭터를 제안하셨어요. 가사는 쉽게 썼어요. 마녀가 화형장에서 최후의 변을 하는 상황이에요. 사람들이 저에게 매혹당하는 것이 두려워 절 죽이려 해요. 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정작 그들에게 별 관심도 없는데 말이죠. 제가 생각한 스토리는 요새 젊은이들이 자기 자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주변의 이런저런 일들에 흔들리며 살잖아요. 그들에게 자아를 갖길 바라는 내용이에요.

Q. 인디 신에서 이미 센 캐릭터를 보여줬잖아요. 이제 슬슬 이미지 변신에 나서는 건가요?
퓨어킴: ‘마녀마쉬’가 나온다고 해서 제 이미지가 많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아요. 대중에게 편안한 이미지가 생길 것 같지도 않고요. 회사에서 저에게 어떤 이미지를 특별히 요구하지는 않아요.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색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목표인 거죠.

Q. 미스틱89에서 발표하는 첫 노래인데 예전처럼 혼자서 작사 작곡을 다 하고 싶지 않던가요?
퓨어킴: 아니요. 오히려 처음이라 협업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소속사와 함께 하는 작업을 통해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전 싱어송라이터이고 음악을 길게 할 거예요. 이거저거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요. 전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꼭 하자는 주의에요. 남이 만들어준 노래도 불러보고 싶었어요. 가요적인 곡을 불러보고 싶었어요. 저에게는 그런 기운이 없거든요. 가요적인 멜로디가 잘 안 나와요. 제 기본바탕이 재즈 스탠더드이기 때문에. 전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작업을 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이 곡은 우러나와서 부른 곡이예요. 정말 다행이지 않아요? 전 운명을 믿는 편인데, 일단 지금 감이 너무 좋아요.



Q. 싱글 한 곡만 나오는 게 아쉽지 않아요? EP 규모로 4~5곡정도 나와 줬으면 했는데. 싱어송라이터 퓨어킴의 모습을 기대한 팬들도 있을 거예요.
퓨어킴: 그런 걱정은 감사하게 생각해요. 나는 누가 날 신경 쓰고 생각하는 거 좋아하니까. 제 초기 음악에서 반짝이는 것을 감지했다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갈 길이 멀답니다. 전 이제 음악의 길에서 걸음마를 뗐다고 생각해요.

Q. 작곡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히트’에 나갔다가 중간에 탈락했어요. 아쉽지 않던가요?
퓨어킴: 괜찮았어요. 애초에 탑9에만 들어가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박재정 씨에게 노래를 만들어주는 프로젝트인데 제가 쓴 곡이 잘 안 맞았나 봐요. 그런 맞춤형 곡을 쓰기에 내가 부족하구나 생각했죠. 별로 맘 상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제 음악 잘 하고 있으니까.

Q. 이제 예전보다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될 거예요. 예전에 다소 야했던 뮤직비디오가 다시 회자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게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퓨어킴: 처음에는 음악보다 겉모습에 더 신경 쓸 수도 있겠죠. 제 겉모습만 회자되면 속상할 거예요. 뭐 제가 글래머인건 사실이지만.(웃음) 하지만 음악에 집중해주셨으면 해요.

Q. 회사 옮기고 가장 바뀐 건 뭔가요?
퓨어킴: 별로 없어요. 협업을 하는 거 외에는 회사에서 별 제약이 없어요. 종신 오빠가 절 파악을 하시면서 퓨어킴이란 사람은 믿어주고 내버려뒀을 때 가장 잘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Q. ‘마녀마쉬’ 활동을 통해 기대하는 것이 있나요?
퓨어킴: 당연히 절 좋아해주시는 거죠. 굳이 저를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이런 식으로 안 불러주셔도 되요. 제 과거 음악들을 알아달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마녀마쉬’만 좋아해주셔도 감사하답니다. ‘미스틱89에서 나온 무섭고 야한 언니가 있는데 ‘마녀마쉬’라는 곡을 부르더라. 좋더라’라고 생각해주시면 충분히 좋아요. 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사는 것이 가장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Q. ‘이응’을 많이 듣나요?
퓨어킴: 거의 안 들어요. 가끔 들으면 ‘내가 이런 곡을 만들었구나’ 생각하는 정도요. 보통 자기 음악 잘 안 듣지 않나요?

Q. 같이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요?
퓨어킴: 아이돌 가수들에게 가사를 써주면 재밌을 것 같아요. 요새 아이돌 가수들 노래들이 점점 재밌어지잖아요. 제가 좀 더 재기발랄한 가사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Q. 목표가 있다면요?
퓨어킴: 제 목표는 음악을 계속 하는 것이죠. 이런 대답을 하면 사람들이 실망했다는 표정을 짓곤 하는데요. 음악을 계속 한다는 것은 그만큼 역량이 된다는 뜻이고, 음악을 들어주는 이들이 계속 있다는 거잖아요. 한순간 큰 성공을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에요. 열정은 한순간 온도의 높이가 아니라 지속성이잖아요.(웃음) 왜 웃으세요?

Q. 혹시 나가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 있어요?9
퓨어킴: 저요? 전 마녀니까 ‘마녀사냥’.(웃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미스틱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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