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 프리퀄, 속편, 리메이크…2014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키워드도 아니나 다를까 ‘우려먹기’다. 평가절하는 아니다. 녹차도 사골도 우려먹을수록 맛의 깊이가 더해지는 법. 2014년 출격 준비 중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면면 역시 진하고 강력하다. 시리즈 혹은 감독의 전작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흥행 안하고는 못 배길 작품들을 정리해 봤다.

1. 이름빼고 다바꾼 ‘초대형 리부트’

로보캅

하수상한 2028년 디트로이드에 큰형님이 돌아온다. ’로보캅’
(로보캅|감독 호세파딜라 |주연 조엘킨나만, 사무엘L.잭슨, 게리올드만|제작 소니픽쳐스|개봉일 02.13)

1987년 ‘로보캅’이 27년 만에 부활한다. 미드 ‘킬링’으로 얼굴을 알린 스웨덴 배우 조엘 킨나만이 반인반로봇 로보캅을 연기한다. 고급진 올블랙 수트와 CG로 업그레이드된 로보캅의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메가폰을 잡은 호세 파딜라 감독의 연출력에 이목이 집중 된다. 전작 ‘엘리트스쿼드’(2007)를 통해 치밀한 액션에 브라질 사회의 민낯과 치부, 고민을 녹여 내며 액션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베를린영화제 금곰상까지 거머쥔 그가 아닌가. 호세 파딜라 감독의 인터뷰를 보자.

“1987년 ‘로보캅’의 정치적인 톤, 날선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그러나 그것을 반복하지는 않겠다. 대신 버호벤 감독이 다루지 않은 주제를 건드려 보고싶다. 우리가 로봇으로 바뀐다면 어떤 기분일까. ‘인간’과 ‘인간적인 로봇’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자유 의지는 무엇인지, 또 인간이 자유의지를 잃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이러한 고민을 담아내고 싶다”

호세 파딜라는 폴 버호벤을 넘는 ‘로보캅’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CG만 공허하게 남았던 리메이크 ‘토탈리콜’(2012)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 같다.

‘트랜스포머4′(왼쪽), 마크월버그

화려함 빼고 훈훈함을 더했다? ‘트랜스포머4′
(트랜스포머4|감독
마이클베이주연 마크월버그, 니콜라펠츠제작 파라마운트픽쳐스개봉일 06.27)


샤이아 라보프가 무첨가된 ’트랜스포머4′는 어떤 맛일까. ‘트랜스포머4′에는 샤이아 라보프 대신 마크 월버그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합류한다. 3편에서 하차한 메간폭스가 4편에서 합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최종 불발, 신예 니콜라 펠츠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중국 시장을 노린 중국 여배우 리빙빙의 캐스팅도 돋보인다. 의미심장한 사실은 마크 월버그와 니콜라 펠츠가 연인이 아닌 부녀지간으로 그려진다는 점. 마이클 베이 감독은 이번 시리즈에 대해 “비주얼적인 화려함에 주력하기보다 인간미 있는 전개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인간미 넘치는 트랜스포머라니, ‘가족 로봇극’ 트랜스포머가 탄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 반 기대 반. 그래도 도합 2200만 국내 관객을 불러 모은 시리즈니 못해도 ‘흥행’이지 싶다.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왼쪽), 시저역을 연기하는 앤디 서키스

인간,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혹성탈출:반격의 서막|감독
맷리브스주연 게리올드만, 제이슨클락제작 이십세기폭스|개봉일 07.17)


제작 초반의 우려에도 불구(팀버튼의 ‘혹성탈출’ 2000년 리메이크작은 ‘엉망’이라는 평가를 듣지 않았나) ‘혹성탈출:진화의 시작’(2011)은 ‘혹성탈출’의 프리퀄로서 합격점을 줄 만했다. ‘진화의 시작’이 원숭이가 지능을 갖게 된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다 다소 찜찜한 결말로 마무리했다면, 후속편 ‘반격의 서막’은 유인원과 인간의 본격적인 한판 전쟁이 그려진다. 전작에서 10년이 지난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치명적 바이러스로 인해 수적 열세에 몰린 인류와 시저가 이끄는 각성한 유인원 무리가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인다. 감독은 ‘클로버필드’(2000), ‘렛미인’(2010, 헐리우드 버전)으로 독특한 맛의 공포영화를 선사했던 맷 리브스가 맡았다.

2. 2014년 지구도 ‘마블’이 지킨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왼쪽), 앤드류가필드

뉴욕 지키랴, 애인 지키랴, 돈은 없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감독 마크웹|주연 앤드류가필드, 엠마스톤|배급 소니픽쳐스|개봉일 04.30)

’500일의 썸머’ 마크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신선했다. 로맨틱한 감성이 쫀득쫀득하게 묻은 히어로물이라니. 호불호가 갈릴 만했지만 흥행은 성공적이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역시 마크웹 감독이 연출을 이어 간다. 실제 연인으로 발전, 알콩달콩 연애 행각이 담긴 파파라치 사진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 커플이 전작에 이어 주연을 맡았다. 더 강력해진 적수 일렉트로(제이미 폭스)의 계략으로 빚어지는 뉴욕의 전력 대란 사태를 막기 위한 스파이더맨의 고군분투가 그려질 예정.

‘캡틴아메리카:더 윈터 솔져’(왼쪽), 크리스에반스

내가 바로 “아 유 냄궁민수”, ‘캡틴아메리카: 윈터 솔져’
(캡틴아메리카:윈터 솔져|감독 조 루소, 안소니 루소|주연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개봉일 03.27)

‘퍼스트 어벤져’(2011) 후속작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달라진 위상으로 국내 관객을 찾는다. 과하게 미국적인 이름, ‘캡틴아메리카’를 제목에서 빡빡 지우고 부제인 ‘퍼스트 어벤져’만 남긴채 개봉 했음에도 불구, 캡틴아메리카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히어로물임에도 고작 51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허나 그간 국내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위상이 달라졌다. ‘어벤져스’(2012)가 800만 관객을 동원, 예상을 넘는 흥행 성적을 거두며 국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내년 5월 ‘어벤져스2′를 기다리고 있는 팬이라면 미우나 고우나 짚고 넘어가야 할 캡틴 아메리카다. 뿐만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로 국내팬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으며 인지도를 올리지 않았나. 마블의 순둥이 캡틴아메리카도 국내에서의 흥행을 기대해봄 직하다. 사무엘 L. 잭슨, 스칼렛 요한슨 등 기존 출연진 외에 로버트 레드포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왼쪽), 휴잭맨

엑스맨 총 동창회가 열렸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감독
브라이언 싱어주연 제니퍼 로렌스, 니콜라스 홀트개봉일 05.23)

2014년 마블의 최고 기대작은 단연 ‘엑스맨’이다. ‘엑스맨 홈커밍데이’로 부르고싶을 만큼 면면이 화려하다. 우선 역대급이라 할 만한 폭스의 전폭적인 투자(약 2200억원)가 이뤄졌다. 또 1,2편의 감독을 맡은 브라이언 싱어가 10년만에 돌아왔다. 최후의 엑스맨들이 종족의 생존을 위해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전투를 벌이는 시놉시스 덕에 지금까지 ‘엑스맨’ 시리즈에 등장했던 거의 모든 캐릭터가 등장 한다. ‘울버린’ 휴잭맨, 할리 베리를 비롯한 제니퍼 로렌스, 마이클 패스벤더, 제임스 맥어보이, 니콜라스 홀트 등 현재 헐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스타가 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출연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3. 고급지게 돌아온 ‘시대극’

‘모뉴먼츠맨’(왼쪽), 맷데이먼,조지클루니

‘라이언 일병’+'오션스’+'바스터즈’='모뉴먼츠맨: 세기의 작전’
(모뉴먼츠맨:세기의 작전|주연 맷 데이먼, 케이트 블란쳇|제작 이십세기폭스개봉일 02. 27)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오션스 일레븐’, ‘바스터즈: 거친녀석들’이 기막히게 섞였다. 2차 세계 대전 중 나치가 약탈해간 예술품의 행방을 쫓기 위해 전담반이 꾸려졌다.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 전역을 배경으로 큐레이터, 건축가, 예술가 등이 세기의 작전에 투입된다. 무엇보다 영화의 80%가 실화라고 하니 더 눈길을 끈다. 조지 클루니가 각본, 감독, 제작, 주연을 모두 맡았다. ‘굿나잇앤굿럭’, ‘킹메이커’, ‘아르고’ 등 시니컬한 정치물을 선보여 온 조지클루니는 이번 작품을 통해 좀더 폭넓은 관객들과 만날 예정. (만나야만 한다. 조지클루니 영화 중 가장 비싼 제작비가 투입 됐다.) 조지 클루니를 필두로 맷데이먼, 케이트 블란쳇, 빌 머레이, 존 굿맨 등 몸값 높은 그들이 이번 작전에 투입 됐다.

’300:제국의 부활’(왼쪽), 설리반 스탭플턴

꽃샘추위 아랑곳없는 헐벗은 마성남 ’300: 제국의 부활’
(300:제국의 부활
주연 레나 헤디, 에바 그린|제작 워너브라더스|개봉일 03.06)

3월, 다시 한 번 ‘식스팩의 향연’이 펼쳐진다. ’300′의 헐벗은 형님들이 속편 ’300: 제국의 부활’로 돌아온다. 싸움터는 바다로 옮겼다. 세계 4대 해전으로 꼽히는 페르시아군과 그리스군의 살라미스 해전을 그리며 ‘스파르타’ 열풍을 이어갈 예정. “나는 관대하다”의 로드리고 산토르를 제외한 ’300′의 주요 얼굴들은 이번 속편에서 볼 수가 없다. 설리번 스탭플턴이 제라드 버틀러의 빈자리를 메우고, 여전사 에바 그린과 레나 헤디가 이번 전쟁의 주축을 맡는다. 전작의 잭 스나이더 감독은 프로듀서로 빠지고, 로맨틱코미디 ‘스마트피플’을 연출한 노암 머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크리스토퍼 놀란’

‘인터스텔라’(왼쪽),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토퍼놀란 집안 총출동(동생 각본, 부인 제작) ‘인터스텔라’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주연 앤 헤서웨이, 매튜 맥커너히|개봉일 12.09,북미)

크리스토퍼 놀란의 SF. 더 이상의 수식어는 필요 없다. 이미 팬들의 심장은 뛰고 있을 테니.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셉션’ 이후 4년 만에 SF 영화를 내놓는다. ‘인터스텔라’는 새롭게 발견한 웜홀을 통해 우주와 시간, 차원을 넘나드는 탐험가들의 이야기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동생 조나단 놀란이 각본을 썼다. 또 실제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을 고안한 물리학자 킵손이 각본에 참여, 과학적 고증까지 탄탄하다. 주연은 매튜 맥커너히와 앤 헤서웨이 그리고 제시카 채스테인이 맡았다. 맷 데이먼은 (감독의 말에 따르면) ‘밝히기 조심스러운 작은’ 역할로 등장할 예정. 11월 7일 개봉으로, 최근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글. 강소은 silvercow@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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