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연말 극장가를 접수했던 ‘호빗’이 2013년 마지막 극장가에서도 이름값을 했다. 전주대비 5.3%라는 양호한 드롭률 덕분이다. 신작 영화들의 부진도 영화의 흥행을 도왔다. 북미박스오피스모조가 집계한 ‘호빗2’의 주말성적은(27~29일)은 2,985만 달러다. 누적수익은 1억 9,030만 달러. 1편이 3주차에 벌어들인 총수익보다는 적지만, 드롭률이 크지 않은 덕분에 수익 격차가 생각보다는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전작이 북미에서 벌어들인 수익 3억 300만 달러까지는 무리지만, 2억 5,000만 달러 정도는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얘기다. ‘앵커맨 2: 레전드 컨티뉴’의 등장으로 3위로 밀려났던 ‘겨울왕국’이 수입을 무려 46.9%나 늘리며 2위 자리를 탈환했다. 2,884만 달러를 더한 누적수익은 2억 4,836만 달러로 2010년 ‘라푼젤’이 벌어들인 2억 82만 달러를 넘어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자리에 올랐다. 역대 개봉 5주차 성적으로는 ‘아바타’ ‘타이타닉’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겨울왕국’은 개봉 첫 주 한 개관에서만 상영했으므로 6주가 아닌, 5주차로 봐도 무방하다.)

2013.12.27-29일 북미박스오피스

‘앵커맨: 더 레전드 컨티뉴’가 2,015만 달러로 3위에 자리하고, ‘아메리칸 허슬’이 1,955만 달러로 4위 자리를 지킨 가운데 신작 영화들은 하나같이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일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틴 스코세지가 다섯 번째로 호흡을 맞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1,851만 달러 수익에 그치며 5위에 만족해야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개봉 일을 변경했지만 그리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모양새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청소년관람불가라는 등급에 발목이 잡혔다. 폭스가 2013년 마지막 주자로 내놓은 벤 스틸러 감독 주연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역시 기대 이하다. 2,909 스크린에서 1,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치며 7위에 자리했다. 벤 스틸러가 연출한 다섯 작품 가운데 4위에 해당하는 오프닝이다.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들의 성적은 키아누 리브스의 ‘47로닌’에 비교하면 애교수준이다. 2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쓰고도 1년 이상 개봉이 연기되며 많은 루머를 낳았던 ‘47로닌’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 영화의 데뷔 성적은 고작 986만 달러. ‘흥행 폭망’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 게다. 유니버설의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키아누 리브스의 이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안길 예정이다. ‘스피드’ ‘매트릭스’ 등으로 한때 흥행배우로 불렸던 키아누 리브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노장 실베스터 스탤론과 로버트 드니로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복싱 영화 ‘그러지 매치’와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다큐멘터리 영화 ‘빌리브’는 아예 순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그러지 매치’는 731만 달러(누적 1,343만 달러) 수익에 그치며 11위로 데뷔했고, 저스틴 비버가 개봉 전날 은퇴선언을 하며 ‘홍보논란’을 일으킨 ‘빌리브’는 201만 달러로 14위로 출발했다.

‘아이언맨3’와 2013년 흥행 톱 자리를 다투는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는 1,020만 달러를 더하며 3억 9,112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2013년 북미 흥행 톱10은 아래(표)와 같다. 아직 극장에서 상영 중인 ‘겨울왕국’과 ‘몬스터 대학교’의 순위가 조만간 바뀌지 않을까 싶다.

2013 흥행 톱10

새해 극장가는 호러 영화로 포문을 연다. 저예산 호러 영화의 대명사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 ‘파라노말 액티비티: 마크드 원스’가 추운겨울 출격한다. ‘공포영화=여름개봉’이라는 공식은 옛말이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