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시간히 흐르면 자연스레 관객수가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변호인’은 이 자연스러운 시간의 법칙을 역행했다. 일명 ‘개싸라기’ 흥행. 또 안철수, 이재오 등 정치인들도 영화 본 소감을 올리면서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사회가 경직될 수록 ‘변호인’을 향한 관심은 뜨거워 지는 모습이다. 2013년의 마지막 주인 52주차(12월 27~29일) 극장가의 주인공은 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모티프로 삼은 ‘변호인’이다. 이 영화에 가려져 있지만, 공유 주연의 ‘용의자’도 뜨겁다. 벌써 200만에 가까운 관객을 쓸어 담으며, 2013년 마지막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두 작품의 ‘쌍끌이’ 흥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3년 52주차(12월 27~29일) 박스오피스 순위.

3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변호인’은 911개(상영횟수 1만 2,906회) 상영관에서 150만 4,887명을 불러 모았다. 누적 관객은 489만 7,121명이다. 30일 중으로 500만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개봉 첫 주보다 더 많은 관객이 드는, 일명 ‘개싸라기’(개봉주보다 2주차에 더 많은 관객이 드는 현상을 일컫는 영화계 은어) 흥행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변호인’은 개봉 첫 주 923개 상영관에서 1만 2,315회 상영돼 137만 9,906명을 모았다. 2주차에 무려 9.1%(12만 4,981명) 관객이 증가했다.

개봉 첫 주 100만 명 이상 흥행한 작품이 ‘개싸라기’ 흥행을 만들었다는 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1년에 한 두 번 있을 법한 매우 드문 일이다. 얼핏 ’7번방의 선물’과 비슷한 추이다. 입소문을 타며 1,300만에 가까운 흥행을 거뒀던 ’7번방의 선물’(1월 23일 개봉)은 개봉 첫 주 135만 261명(787개, 1만 79회)에서 2주차에 136만 693명(866개, 1만 1,890회)으로 0.8% 증가했다. 상영횟수 증가폭 등을 감안했을 때, ‘변호인’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된다.

특히 ‘변호인’은 28일 66.9%, 29일 66.5% 등 높은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앞으로의 흥행 전망도 밝게 했다. 개봉 첫 주보다 더 높은 좌석 점유율이다. 또 대규모 개봉 영화 중 유일한 60%대 점유율이다. 오전 9시 통합전산망 기준, 38.6의 예매율로 2위권과 넉넉한 격차를 두고 있다. 겨우 개봉 2주차 주말을 보낸 ‘변호인’, 저 멀리서 한국영화 아홉번째 ’1,000만 클럽’ 가입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는 것 같다. 또 송강호는 ‘변호인’의 최종 흥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설국열차’, ‘관상’ 그리고 ‘변호인’까지 연속 900만 이상 흥행작을 만들어 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영화 ‘용의자’ 스틸

공유의 변신이 돋보이는 ‘용의자’는 800개(1만 143회) 상영관에서 80만 1,237명(누적 182만 5,772명)을 동원해 개봉 첫 주 2위로 데뷔했다. ‘변호인’의 흥행에 다소 묻혔지만, ‘용의자’ 역시 28~29일 주말 동안 하루 3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는 등 만만찮은 흥행을 기록 중이다. 또 24일 개봉돼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리면서 벌써 200만 관객에 근접했다. 30일 200만 돌파도 가능하다. 28일 53.6%, 29일 54.4% 등 좌석 점유율도 만족스럽다. 공유의 변신은 대중에게 제대로 먹혔고, ‘세븐 데이즈’ 이후 이렇다할 작품이 없었던 원신연 감독과 박희순은 오랜 만에 흥행 맛을 보게 됐다.

소리소문없이 관객수를 늘려가고 있는 ‘어바웃 타임’은 387개(4,122회) 상영관에서 25만 8,617명(누적 273만 803명)을 더했다. 2위 전략이 아니라 3위 전략이다. 개봉 첫 주 1위에 오른 이후 3주 연속 3위다. 4주차 주말이지만, 전주에 비해 23.6%(8만 78명) 관객이 감소하는데 그치며 안정적인 흥행을 이어갔다. 조금만 더 힘을 낸다면, 누적 300만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애니메이션 ‘썬더와 마법저택’은 422개(2,512회) 상영관에서 18만 1,505명(누적 34만 4,711명)으로 개봉 첫 주 4위에 자리했다. 애니메이션 작품 중에선 가장 좋은 성적이다. 28일 55.6%, 29일 54.6%의 좌석 점유율로 ‘변호인’에 이어 10위권 내 작품 중에서는 2위다. 방학 시즌 답게 어느 정도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지역 CGV와 롯데시네마를 잃은 ‘호빗:스마우그의 폐허’는 303개(2,376회) 상영관에서 16만 5,807명(누적 204만 8,591명)을 동원, 어렵사리 누적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위에서 5위로 떨어졌고, 4,696회였던 상영횟수도 2,376회로 감소했다. 약 280만 성적을 남긴 전편에는 결국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율 문제로 극장 측과 대립각을 세운 게 결정타였다. ‘집으로 가는 길’과 ‘캐치미’도 하락세다. ‘집으로 가는 길’은 352개(2,573회) 상영관에서 12만 2,260명(누적 171만 8,266명)을 기록했다. 전주보다 55.7%(15만 3,544명) 관객이 빠져 나갔다. 200만 돌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봉 2주차를 보낸 ‘캐치미’의 운명은 다소 안쓰럽다. 319개(1,779회) 상영관에서 4만 6,195명(누적 46만 7,850명)을 모은 게 2주차 주말 성적이다. 전주보다 무려 78.1%(16만 4,583명) 관객이 감소했다. 상영횟수는 4,300회 가량 줄어들었다. 반전의 기미도 없는 상태다. 개봉 3주차에는 10위권을 지키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4년의 시작을 알릴 작품은?

영화 ‘엔더스 게임’ 스틸

2013년이 끝나고, 2014년이 시작된다. 1월 1일 연휴를 노리고, 31일 일제히 신규 작품들이 개봉된다. 물론 현재 분위기로는 ‘변호인’의 단독 질주가 2014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2위 다툼은 알 수 없다. 오전 9시 통합전산망 기준, ‘용의자’가 11.6%로 2위에 오른 가운데 31일 개봉될 ‘엔더스 게임’이 10.7%로 뒤를 쫓고 있다. 28~29일 유료 시사회를 통해 미리 관객을 만난 ’엔더스 게임’은 176개(573회) 상영관에서 3만 2,033명(누적 3만 8,349명)으로 10위에 랭크됐다. 흥행 예열을 충분히 다졌다. 2014년 1월 1일 아침을 행복하게 맞이할지 관심이다. 벤 스틸러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아기병사’ 박형식과 ‘꽃보다 할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이 더빙한 애니메이션 ‘저스틴’ 등이 새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6.0%, 2.2%의 예매율을 각각 기록 중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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