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장식할 지상파 가요제의 첫 스타트를 끊은 ‘2013 KBS 가요대축제’(이하 가요대축제)는 27일 오후 190분간 1, 2부로 나뉘어 이휘재, 미쓰에이 수지, 윤시윤의 사회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이날 ‘가요대축제’는이효리 유희열 이승철 소녀시대 엑소(EXO) 샤이니 아이유 인피니트 비스트 2PM 미쓰에이 포미닛 카라 씨스타 케이윌 B1A4 걸스데이 에이핑크 에일리 씨크릿 다이나믹 듀오 허각 크레용팝 등이 출연해 자리를 빛냈다. 다채로운 무대도 선보여졌다. 미쓰에이 B1A4 걸스데이 틴탑 시크릿 멤버들의 90년대 혼성그룹 리턴즈 무대를 비롯해 현아 현승, 페이 찬성, 하라 지영, 보라 소유가 선보인 ‘댄스 심포니’, 이효리와 다이나믹 듀오 등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비롯한 히트곡 무대가 펼쳐졌다. 사전 점수 40%와 현장 SMS 점수 60%를 토대로 2013 올해의 노래로 엑소의 ‘으르렁’이 뽑힌 가운데 축제의 장을 열었던 ‘가요대축제’의 최고의 순간(BEST)와 안타까운 순간(WORST)을 꼽아봤다.

[BEST]
# 자사 인기 프로그램의 활용의 좋은 예① ‘불후의 명곡2’의 짜릿함


‘가요대축제’는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아이돌 멤버들의 콜라보레이션을 자사 프로그램인 KBS2 ‘불후의 명곡2’의 시스템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가요대축제’는 ‘슈퍼 빅매치’란 부제 하에 틴탑 니엘, 시크릿 송지은, 비스트 양요섭, 에이핑크 정은지, 엑소 첸 디오 루한 백현(이상 보컬라인), 엑소 카이 레이 세훈(이하 댄스라인), 허각, 케이윌, 효린, 에일리가 참여해 총 3라운드로 대결이 이뤄졌다. 각 라운드 별 성격도 뚜렷했다. 1라운드는 혼성 듀엣의 팝송 대결(니엘 송지은vs양요섭 정은지), 2라운드는 엑소 그룹 내 보컬과 댄스 대결, 3라운드는 보컬리스트 듀엣의 남녀 성대결(허각 케이윌vs효린 에일리)로 막상막하 라인업이 펼쳐졌다. 이색 대결과 화려한 조합과 함께 이들의 실력도 무대를 빛냈다. 여기에 청중들의 투표로 승리자가 결정되는 대결 시스템에 생방송이라는 긴장감이 더해져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다채롭게 만들었다.

# 자사 인기 프로그램의 활용의 좋은 예②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품격


KBS를 대표하는 고품격 라이브 음악프로그램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그대로 활용함으로써 가요제의 음악적인 완성도도 높였다. 오랜만에 연말 가요제에 등장한 유희열은 ‘가요대축제’에서 라이브 음악프로그램의 레전드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희열이 피아노 반주를 맡아 감미로운 연주를 선보였고, 아이유가 김광진의 ‘편지’, 데이브레이크가 토이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을 선사했다. 아이유와 데이브레이크는 함께 데이브레이크의 ‘들었다 놨다’를 불러 깜짝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어 김연우가 등장해 아이유의 ‘좋은 날’을 부르며 “나는요 수지가 좋은 걸”이라고 개사하며 4+2단 고음을 선보여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실제 ‘유희열의 스케치북’인 것처럼 토크 시간도 곁들였으며 마지막에는 샤이니 온유도 등장해 모두가 토이의 ‘뜨거운 안녕’을 불러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라는 포맷을 이용해 김연우, 데이브레이크까지 연말 가요제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좋은 무대를 만들었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연우가 ‘좋은 날’이 아닌 최근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였던 아이유의 ‘분홍신’을 불렀다면 어땠을까?)

[WORST]
# 방송사가 망친 콜라보레이션의 안타까운 예 : 이승철과 인피니트

이승철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르며 가요제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11집 앨범 ‘마이 러브’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승철은 ‘가요대축제’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출연자로 신구 조화를 빛내줄 것으로 기대됐다. 이어 ‘내꺼 하자’의 전주와 함께 등장한 인피니트는 이승철과 ‘마이 러브’를 함께 불렀다. 이승철과 인피니트는 ‘마이 러브’와 ‘내꺼 하자’를 교묘하게 조화시킨 편곡으로 훈훈한 모습을 자아냈다. 그러나 문제는 음향이었다. 이승철은 첫 등장부터 인이어에 문제가 있는지 계속 귀를 만졌으며, 인피니트 멤버들도 연신 인이어를 만졌다. 인피니트가 ‘내꺼하자’ 안무를 추기 위해 무대 앞으로 나갈 때 이승철이 무대 옆쪽을 향해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그 탓인지 후반부 ‘마이 러브’와 ‘내꺼하자’가 섞인 부분에서는 약간의 불협화음도 일었다. 그러나 이들은 고르지 못한 음향 상태에서도 무사히 무대를 마쳐 박수를 받았다.

# 올해를 빛낸 가수는 아이돌뿐?

많은 가수들의 다채로운 무대가 이어졌지만, 이승철 유희열 김연우 다이나믹 듀오를 제외하고는 모든 출연진이 아이돌이었다. 그동안 KBS는 공영 방송답게 트로트 가수들의 무대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담았었다. 그러나 올해는 오직 아이돌만을 위한 잔치에 그치고 말았다. 물론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엑소를 비롯해 아이돌의 활약은 올해에도 두드러졌으나 올해 발표하는 곡마다 1위를 차지했던 다비치, 가온차트 연간 음원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배치기를 비롯해 올해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던 가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올해 특히 강세를 보였던 힙합 가수들의 출연도 다이나믹 듀오뿐이었다. ‘가요대축제’가 아니라 ‘아이돌축제’였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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