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없이 한껏 망가졌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이제야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배우 윤아에 대한 이야기다.

KBS2 월화드라마 ‘총리와 나’에 출연 중인 윤아는 매회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망가지는 남다정 역을 맡아 시선을 끌고 있다. ‘총리와 나’ 1, 2회 때만 하더라도 코믹과 로맨스를 오가는 그녀의 연기가 모두 ‘삼류 파파라치’ 기자 남다정 캐릭터에서 비롯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특종을 따내기 위해 기자 세계에서 괄시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총리 권율(이범수) 들이대야 하는 캐릭터의 특성상 배우의 역량이 드러날 만한 부분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우연에 운명이 더해져 총리 관저에 입성한 윤아는 ‘삼류 파파라치’ 기자라는 무기를 내려놓고도 푼수지만 귀여운 남다정의 매력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저돌적으로 권율에게 ‘입 박치기’를 시도하는 모습이나, 강인호(윤시윤)과 손발을 맞춰 카탈루시아와 왕세자 초청만찬 행사를 치러낸 후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에서는 ‘과장스러움’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총리와 나’의 큰 줄기가 권율과 강인호, 두 남자 사이에 놓인 남다정이라는 점에서 윤아로 인해 주변인물이 활력을 얻은 것도 당연지사다.

사실 ‘총리와 나’로 꽃피운 윤아의 연기는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와 동시에 ‘9회말 2아웃’에 조연으로 출연해 연기자로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깍두기’, ‘못말리는 결혼’, ‘천하일색 박정금’을 통해 단역으로, ‘너는 내 운명’의 주연으로 대중을 만난 윤아의 연기도전은 뚝심마저 느껴질 정도다. 데뷔와 동시에 최고의 인기를 거머쥔 걸그룹의 멤버였기에 더욱 그랬다.

MBC ‘신데렐라 맨’(왼쪽), KBS2 ‘사랑비’ 포스터

하지만 성공적으로 구축된 이미지를 깨는 일은 말처럼 녹록지가 않았다. 여리여리한 몸매에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큰 눈망울은 윤아가 맡은 수 있는 역할의 폭을 제한하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 주연 배우로 입지를 굳힌 뒤 출연한 ‘신데렐라 맨’, ‘사랑비’ 등의 작품에서 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총리와 나’는 가히 ‘윤아의 재발견’이라고 할만하다. 윤아가 ‘총리와 나’ 기획단계부터 “이번 작품을 연기 변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공언했던 것은 허언이 아니었다.

실제 나이 20세 차로 화제를 모았던 이범수와의 호흡은 이들의 나이 차를 잊게 할 정도로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통통 튀는 매력이 담겨 있었고, 최근 급물살을 탄 강인호와의 러브라인도 ‘총리와 나’에 새로운 변수로 자리하며 극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그뿐이랴. 지난 24일 방송된 ‘총리와 나’ 6회에서 윤아는 물세례를 맞는 수모를 당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치는 가운데 권율의 불면증을 눈치 챈 뒤 마치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를 떠올리게 하는 순정파 연기도 선보였다.

‘총리와 나’는 이제 6회 방송만을 마쳤을 뿐이다. 하지만 매회 팔색조와 같은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는 윤아의 모습에서 ‘캔디’ 이미지를 벗은 ‘진짜 배우’의 모습이 보인다면 과장일까. 그녀의 열정에 대한 믿음이 ‘총리와 나’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윤아의 연기 변신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isa.co.kr
사진제공.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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