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J, 싸이, 동방신기, 노브레인, 2PM, 카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2013년 대중음악계의 키워드는 ‘만개’다. 올해에는 음반 발매부터 공연, 페스티벌까지 대중음악계가 풍성했다. 수많은 가수들이 컴백하는 좋은 앨범들이 쏟아져 나왔다. 요 몇 년 새 강세를 보였던 아이돌그룹부터 오랜만에 등장하는 중견가수까지 앞 다퉈 음반을 발매하는 통에 매주가 컴백 음반들의 전쟁일 정도였다. 록페스티벌, 내한공연을 비롯한 공연시장도 커져 거의 매주 대형 음악행사들이 즐비했다. 더불어 한국 음악인들의 해외 진출은 케이팝에서 록으로 확산되는 움직임도 보였다. 안과 밖에서 ‘만개’한 2013년 대중음악계 중요한 흐름들을 돌아본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을 날아 다니는 싸이. 내년에는 미국 콘서트에서 훨훨 날길

싸이 강세 여전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본격화된 케이팝의 해외 진출은 작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미국 진출에 있어서 싸이의 강세는 여전했다.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지난 4월 17일 공개 나흘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억 건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고, 이틀간의 음원스트리밍, 방송횟수, 유튜브 조회 수 등의 수치를 통해 빌보드 싱글차트 12위로 직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젠틀맨’은 빌보드 싱글차트 5위까지 오르고 공개 55일 만에 유튜브 4억 뷰를 돌파하며 최다 조회 순위 16위에 올랐다. 13일 오전에는 조회수 6억31만4천7백건을 돌파하며 올해 세계인이 가장 많이 본 유튜브 동영상이 됐다. 이로써 싸이는 2년 연속 전 세계 유튜브 조회수 1위를 기록하게 됐고, ‘젠틀맨’은 ‘강남스타일’의 초국적인 인기를 이어가게 됐다.

싸이 외에도 미국 권에서 한국 가수들이 주목받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는 미국 ‘타임지’가 발표한 ‘2013 올해의 노래’에서 5위에 올라 세간을 놀라게 했다. 타임지는 선정이유로 “효과적인 후크송을 구사하며, 이들은 아시아의 주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아이 갓 어 보이’ 뮤직비디오로는 제1회 유튜브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직비디오’를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앨범차트200에 2회 연속 진입한 지드래곤은 미시 엘리엇과 함께 노래한 ‘늴리리야’로 미국 매거진 ‘콤플렉스’가 선정한 2013년의 노래 50에 포함됐다. 현재까지는 소녀시대, 지드래곤 등의 아이돌가수가 미국 권에서 개별적인 인기를 누린다기보다는 케이팝 현상의 일부로 다뤄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니아층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팬덤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에서 동방신기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2인조로 도쿄돔을 채웠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

일본 오리콘은 약세, 공연은 강세
한류 성적의 기준점 중 하나인 일본 오리콘차트의 2013 연간차트(2012년 12월 10일 ~ 2013년 12월 16일 집계)을 살펴보면 작년에 비해 하락세를 보였다. 현재까지 연간 싱글차트를 보면 동방신기와 2PM만 50위권에 들어 예년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동방신기는 ‘오션(Ocean)’ 40위, ‘캐치 -이프 유 워너-(Catch -If You Wanna-)’ 20위, ‘스크림(Scream)’이 47위에 올랐다. 2PM의 ‘기브 미 러브(Give Me Love)’는 44위에 랭크됐다.

반면 일본 공연시장에서는 도쿄돔 콘서트를 중심으로 호황이 이어졌다. 제이와이제이(JYJ)는 지난 4월 2일 ~ 4일 사흘간 열린 도쿄돔 공연에 무려 15만 명을 동원하며 여전한 인기를 확인했다. 3주 뒤인 20일과 21일 투피엠은 도쿄돔 이틀 공연을 매진시키며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열기를 이어갔다. JYP엔터테인먼트의 경우 투피엠 공연으로 무려 11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걸그룹 최초로 도쿄돔을 매진시킨 카라는 올해 가진 두 번째 아레나 투어를 통해 15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외에도 슈퍼주니어, 지드래곤, 빅뱅의 도쿄돔 러시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와 같은 공연의 성황은 기존의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매머드 급 아이돌그룹의 팬덤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줄 신진 세력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JYJ는 여전히 국내 아이돌그룹 중 해외 인기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더불어 라이브 실력도 늘고 있다

월드투어 움직임도 이어졌다. 작년까지 슈퍼주니어, JYJ, 동방신기, 빅뱅, 투애니원(2NE1) 등이 월드투어를 돈 것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지드래곤, 씨엔블루가 이 대열에 합류했으며 슈퍼주니어, 동방신기는 올해에도 해외공연을 이어갔다. 이외에도 소녀시대, 투애니원의 월드투어 러시가 계속되고 있다.

노브레인, 미국 진출 가시화
올해 주목해봐야 할 점은 한류 폭이 메이저기획사의 아이돌그룹에서 인디 신으로 점차 확장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8일부터 17일까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음악 쇼케이스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이하 SXSW)’에는 총 11팀의 한국 뮤지션들이 출연했다. 이는 작년 대비 3배 이상이자 역대 최다 숫자로 갤럭시 익스프레스, 노브레인, 로다운 30,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를 비롯해 3호선버터플라이, 정차식, 이승열, 더 긱스, 에프엑스, 국카스텐, 윈디시티가 공연했다.

민간기업 DSFB콜렉티브에서 진행하는 ‘서울소닉’을 통해 북미투어를 돈 노브레인은 영국 신문 ‘가디언’과 미국 유력 음악매체 ‘스핀’에 소개되는 등 관심을 모았다. 슈퍼스타 마돈나, 뉴욕 펑크록의 전설 라몬스 등을 발굴한 세계적인 음반 제작자 시모어 스타인 워너뮤직 부사장은 노브레인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는 노브레인이 미국 워너뮤직 산하 사이어 레코드와 계약을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노브레인은 내년 1월에 미국에서 앨범을 제작하고 현지 진출을 꾀할 예정이다.

노브레인이 미국 워너뮤직 산하에 있는 사이어레코드와 계약한 것은 정말 놀라운 사건이다. 내년에 녹음하는 음반이 미국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길 기대해본다

이외에도 금융사 현대카드가 인디밴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고 리버풀’ 프로젝트를 통해 갤럭시 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아폴로 18, 게이트 플라워즈가 런던, 맨체스터, 웨일즈 등지에서 공연을 펼쳤다. 이로써 인디 계열의 국내 뮤지션들이 해외 네트워크를 늘려가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내년에는 인디밴드들의 해외 공연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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