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2’가 ‘토르2’건과 다른 것은 예매오픈까지 했다가 내린 경우라는 거다. 예매오픈은 배급사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는 일방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워너브라더스가 배급 거절 의사를 통보해 왔기 때문에 예매를 중단한 것이다. 우리는 ‘9월 1일부터 부율을 조정하려고 하니 협조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5월부터 보내왔다. 어제 공문을 보낸 다음에 오늘부터 당장 시행하겠다고 한 게 아니다. 그때는 아무 반응이 없다가 막상 큰 영화가 나오니까, 이런 문제제기를 하면 고객들이 누구를 욕하겠나. 결국 우리가 욕을 먹는 것이고 관객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CGV의 현재 목표는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 워너브라더스코리아가 콘텐츠를 가지고 오면 내일이라도 당장 정상화를 할 생각이다.
#CGV/롯데시네마(홈페이지 공지글): “워너브라더스의 배급 거절로 인해 CGV/롯데는 서울지역에서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이하 호빗2)를 상영할 수 없게 됐습니다. 워너브라더스가 유독 서울지역에서만 배급료를 높게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개봉 직전 갑자기 ‘호빗2’ 서울지역 배급 거절을 통보했습니다.”
#워너브라더스(공식 페이스북 공지글): “워너브라더스는 통상적으로 적용되던 종전 배급조건을 변경하고자 시도한 적이 없다는 점을 양지하여 주시기를 바라며, CGV 및 롯데시네마가 제시한 배급 조건에 관한 합의에 이를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진실게임이 따로 없다. 사실 언제가 터질 일이었다. 부율을 둘러싼 극장과 배급사의 갈등은 이미 곪을 대로 곪을 상태였다. 올해에만 ‘몬스터 대학교’ ‘토르: 다크월드’(이하 ‘토르’)가 CGV와 직배사의 힘겨루기로 인해 한 주 늦게 서울에 입성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는 그때마다 일시적인 합의로 상황을 모면했을 뿐,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부율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게 자명했다. ‘호빗2’가 바로 그 증거다.
부율은 관람료를 배급사와 극장이 나눠 갖는 비율이다. 1987년 외화 직배가 시작된 이후 극장과 외화 배급사는 입장권 수입을 서울은 4(극장)대 6(배급사), 지방은 5대 5로 나눠가졌다. 한국영화는 모두 5대 5로 배분했다. 이는 한국영화가 외화 앞에서 기를 못 펴던 시절에 체결된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세가 역전됐다. 한국영화 극장 점유율이 외국영화를 압도하면서 상영부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올해 CGV와 롯데시네마는 서울 지역 상영관에 대해 한국영화의 부율을 4.5대 5.5로 바꾸는 조정안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CGV는 서울지역에서 받아온 외화 부율을 9월 1일부터 기존의 4대 6에서 5대 5로 바꾸겠다고 직배사들에게 통보했다. 롯데시네마(4.5대 5.5)가 뒤를 따랐고, 직배사들은 반발했다. ‘몬스터 대학교’와 ‘토르’에 이어 ‘호빗2’ 사태가 빚어진 이유다. 부율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선은 어떨까.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CGV 홍보팀 A관계자)
현재 배급 담당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CCV와 롯데에서 자사 홈페이지에 우리가 배급을 거절했다는 팝업을 올렸는데, 우리로서는 개봉 취소나 변경을 시도한 적이 없다. CGV와 롯데가 서울 지역에 ‘호빗2’ 배급을 안 할 경우 생기는 손실이 무려 30%나 된다. 결국 영화사 손해인데, 개봉을 코앞에 두고 왜 배급을 거절하겠나. 어렵게 준비한 영화를 관객들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그리고 CGV가 5월부터 공문을 보내 부율 조정을 알린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파트너로서 충분한 대화나 협의를 하지 않은 일방적인 통보였다. 20년 이상 이어져 온 관례를 공문 달랑 하나 보내는 걸로 바꾸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워너브라더스 B관계자)
공지문이 팩트라고 보면 된다. 워너에서 DCP(Digital Cinema Package, 디지털 프린트)를 주지 않으니 우리로서는 영화를 틀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영화의 극장 점유율이 외화보다 높은 상황에서 외화가 한국영화보다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은 현재 영화산업에서 공평하지 못하다고 본다. 한국영화 부율이 조정되면서 외화 부율도 바뀌어야 한다는 논의는 일찍이 있었다. 4대 6은 외화의 힘이 세던 시절에 정해졌던 거다. 지금은 시장 상황이 과거와 많이 다르다. 한국영화가 질적 양적으로 팽창한 만큼 그에 맞게 부율을 변경하는 것이 전체 시장상황과 맞다고 본다. 현재 ‘호빗2’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관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염려스러운 부분인데,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문제가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롯데엔터테인먼트 C관계자)
우리로서는 두 회사가 협의하는 내용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외화 부율이 높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우리 같은 중소 수입사에겐 아무런 힘이 없다. 작품수가 많은 직배사와 달리 중소 수입사들은 영화 한편이 회사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어쨌든 많은 극장에 걸리는 것이 중요한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CGV가 9월부터 적용한 부율을 따르고 있고. 아마 많은 중소 수입사들이 그러고 있지 않을까 싶다. 두 회사의 협의 내용에 따라 지금의 상황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직배사에는 이전 그대로 4대 6을 적용하면서 중소 수입사에게만 5대 5로 하는 건 불공정거래일 수 있으니 말이다.
(D외화수입사 D관계자)
외화 부율 조정안과 관련해서는 정확하게 드릴 말씀이 없다. CGV와 워너가 어떤 합의점을 찾을지 신중하게 지켜볼 뿐이다. 우리는 현재 극장측과 조율 중에 있다.
(메가박스 브랜드팀 E관계자)
미국은 콘텐츠가 갑인데, 우리나라는 콘텐츠보다 극장이 갑인 상황이다. 콘텐츠가 갑인 미국에서야 배급사가 “너네 받을 거야, 안 받을 거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반대 상황이다 보니 로컬(미국회사)들로서는 한국의 상황이 이해가 안 될 거다. 솔직히 우리 같은 인디 쪽에서는 관망할 수밖에 없다. 직배들이야 라인업이 좋으니까 로컬 핑계를 대면서 밀어불일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불구경하듯 한다는 게 아니다. 우리 뿐 아니라 많은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율 논란으로 인해 배급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까. 가령 ‘토르2’가 첫 주에 서울에서 안 하다가 2주차에 입성을 ‘딱’ 해 버리니까 그때 개봉한 영화들이 바보가 돼 버렸다. (당시 ‘동창생’이 후폭풍을 맞았다.) 만약 ‘호빗2’가 이번 주에 안 들어가기로 했다가 다음 주에 전격 서울에 들어간다? 그러면 ‘호빗2’를 피하려고 한 주 늦게 개봉일을 잡았던 영화들, 특히 아이맥스 영화들 같은 경우는 피를 보는 거다. 그들 입장에서는 ‘호빗2’가 첫 주에 먹을 만큼 먹고 빨리 빠져주는 게 좋은데, ‘토르’처럼 2주차에 들어서면 난감해 지는 거다. 사실 ‘호빗2’도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변호인’ ‘용의자’ ‘집으로 가는 길’ 등 경쟁작들이 워낙 쟁쟁하기 때문에 ‘호빗2’ 입장에서도 첫 주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일 게다. 그런데 서울에서 빠지겠다? 이건 워너도 작정을 했다는 게 아닐까?
(F 영화수입 및 제작사 F관계자)
외화가 60%인 것을 혜택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시작점이 잘못됐다고 본다. 그동안 한국영화를 50% 하향해서 준 것이지, 외화에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니까. 서울지역에서의 한국영화 부율이 60%에서 50%가 됐던 배경에는 스크린쿼터가 있었다. 한국영화 선호도가 약했던 시절,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걸어야 하니까 극장측 입장에서는 “외화를 걸면 100을 벌 수 있는데 한국영화를 거니까 30밖에 못 번다. 그러니 너희의 부율이라도 10% 다운시키겠다!” 그래서 60%에서 50%로 다운된 거거든. 그렇다면 한국영화가 잘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영화를 다시 60%로 올리는 것에 맞춰야지, 외화를 10% 내리겠다? 이게 무슨 하향평준화도 아니고. 결국 한국영화에 5를 더 주고 외화는 10을 뺏어서 나머지 5는 자기네 주머니에 챙기겠다는 말이다. 그동안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서 주장하는 “왜, 외화보다 우리에게 불이익을 주느냐” 이 말도 잠식시키고, 자기네 명분도 살리고, 외화부율 조정으로 자금도 마련하겠다는 기업의 전략이 숨어 있는 거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미국회사에 안티적인 성향이 있으니까 그런 쪽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은데, 단순하게 외국영화냐 아니냐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본질이 조금 더 밝혀진 후 논의가 돼야지 감정이나 기업의 언론플레이에 휘둘리면 안 되지 않나 싶다.
(G직배사 G이사)
과도기적인 현상 같다. 어느 한쪽 편에 서서 얘기하기가 곤란하다. 한국영화 관점에서는 ‘그동안 한국영화가 불이익 당한 것에 대해서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고 볼 수 있지만, 외화를 수입하고 배급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일방적인 통보가 억울할 것 같기도 하다. (한국영화 부율이 4:6이 아닌, 4.5대 5.5로 조정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는 배급과 상영이 분리가 안 돼 있다. 극장파워가 제일 센 상황인 거다. 그러다보니 부율의 건강한 긴장관계가 성립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배급-상영 분리의 문제’ ‘독과점 문제’까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 당장 ‘호빗2’를 놓고 길게 얘기하기에는 복잡한 것 같다. 가급적이면 이런 문제는 산업 전체적인 부분에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회장)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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