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상속자들’ 김탄 역의 이민호(왼쪽)와 최영도 역의 김우빈

격정 하이틴 로맨스 SBS ‘상속자들’이 이름의 무게만큼이나 화려하게 끝맺었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 김탄(이민호), 최영도(김우빈)과 ‘너무나도 현실적인 신데렐라’ 차은상(박신혜)가 들려준 사랑이야기는 여태껏 우리를 봐온 재벌 드라마와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그 감정의 밀도는 크게 달랐다. 처음부터 끝이 보이는 그들의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차진 대사 때문. 팽팽한 긴장감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졸이게 하다가도, 때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달달한 멘트로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대사의 힘. 그것이 바로 알면서도 당하게 된다는 ‘로코의 여왕’ 김은숙 작가의 힘이었다. 지난 3개월간 ‘상속자들’ 속 두 남자 김탄과 최영도는 어떤 대사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주옥같은 대사들을 통해 이들의 로맨스를 곱씹어봤다.

#01. 김탄의 한 마디. “혹시, 나 너 좋아하냐?”



돌직구도 이런 돌직구가 없다. 은상에게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감지한 김탄은 영화관에서 직접 영화를 한 편 찍는다. “어제 한 여자를 만났데, 그 여자 이름이 차은상이래. 근데 차은상한테 궁금한 게 생겼데. 혹시, 나 너 좋아하냐?” 재벌가 자제들은 고백법도 남다르다. 자신을 타자화하며 나직이 뱉어낸 한 마디에 차은상은 눈빛이 흔들렸고, 방송을 보던 여성들의 가슴은 녹아내렸다. ‘김은숙 작가’는 여전히 건재했다.

#02. 김탄의 한 마디. “컵라면 맛있냐?”



아르바이트로 지친 은상이 편의점 앞에서 엎드려 잠을 청하는데, 그녀의 곁에는 아니나 다를까 컵라면을 들고 앉은 영도가 있다. 영도만 보면 지레 겁을 먹는 은상이 위기에 처하자 어디선가 나타난 김탄의 한 마디. “컵라면 맛있냐?” 제국그룹 상속자답게 물건도 사랑도 소유욕이 대단하다. 본격적인 삼각관계가 구축된다는 것에 가슴이 뛰면서도, 편의점 앞에 앉아 컵라면을 운운하는 그들의 고등학생 같은 모습에 웃음이 났던 순간.

#03. 김탄의 한 마디. “어디냐고, 누구랑 있냐고, 가지 말라고, 나랑 더 있자고, 보고 싶다고”



“지금부터 나 좋아해, 가능하면 진심으로…나 지금 너 안고 싶으면 미친놈이냐?” 이들의 로맨스에는 ‘일시 정지’가 없었다. 방송 2회 만에 돌직구 사랑 고백을 한 데 이어 조금은 오글거릴 법도 한 대사들이 한 회에도 몇 번씩이나 우리를 스쳐 지나간다. 은상이 게시판에 남긴 메모를 발견한 탄은 결국 은상과 마주하게 되고 한 번 더 주옥같은 대사를 날린다. “어디냐고, 누구랑 있냐고, 가지 말라고, 나랑 더 있자고, 보고 싶다고” 역시 ‘타는커플’의 최대 장기는 밀당 없는 돌직구다.

#04. 김탄의 한 마디. “이미 꾸고 있어. 네가 거기 있잖아. 내 앞에”



김탄이 항상 꿈에 그려온 세계는 ‘상속자들’의 각축전이 펼쳐지는 그곳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 지금이었다. 집에서 쫓겨나 명수(박형식)의 작업실에서 은상이와 함께 지내게 된 탄은 다시 한 번 여심을 흔드는 대사를 날린다. “좋은 꿈 꿔”라는 은상의 말에 “이미 꾸고 있어. 네가 거기 있잖아. 내 앞에”라고 대답한 김탄. 자신을 꿈이라고 불러주는 남자친구에게 안 넘어갈 여자가 있을까. 탄의 진심을 확인한 은상은 “용기내 보지?”하며 내민 탄은 손을 말없이 꼭 잡는다. 사랑의 힘으로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문턱을 넘던 순간이다.

#05. 김탄의 한 마디. “등 돌리면 안을 건데. 말대꾸하면 키스할 건데”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을 통해 검증된 ‘김은숙표 대사’는 여전했다. 무게감 있는 극의 흐름을 좇으면서도, ‘격정 하이틴 로맨스’답게 그 나이 때에만 할 수 있는 대사들을 쏟아내는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등 돌리면 안을 건데. 말대꾸하면 키스할 건데” 달달함을 넘어 애절함마저 느껴지는 탄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타는커플’의 스킨십은 나날이 밀도를 더했고, 토끼 눈이 된 은상을 거쳐 시청자들의 가슴에 잃어버린 연애 감수성의 씨앗을 뿌렸다.

#01. 최영도의 한 마디. “내가 소개를 안 했구나. 너 오늘부터 내꺼야”



김은숙 작가의 ‘영도앓이’는 이때부터 조짐이 보였다. 자는 은상이가 깰까 유치원생들에게도 막말을 서슴지 않던 영도는 은상을 향한 김탄의 미묘한 감정을 포착한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호텔 제우스의 상속자로 누구에게도 기죽어본 적이 없는 당당함은 ‘IQ 150’ 멘사급 두뇌와 만나 시너지효과를 냈다. 차진 대사의 맛을 제대로 살린 김우빈은 ‘까칠함과 귀여움’이 고루 담긴 영도 캐릭터 굳히기에 들어간다.

#02. 최영도의 한 마디. “어, 차였네? 복수해야지”



준영에게 건 고소를 취하해주는 조건으로 은상을 호텔로 부른 영도. 누군가를 괴롭힐 때는 악마가 따로 없지만, 어느새 마음을 빼앗긴 은상 앞에 선 영도는 순한 양처럼 온순하다. 김탄에 대한 미움 반, 진심 반으로 은상에게 고백한 영도. 하지만 그를 부담스러워하는 은상이 고백을 받아줄 리 없다. 영도는 자신의 고백이 장난이라고 단정 지은 은상을 보며 “어, 차였네? 복수해야지”라고 말하고 만다. 영도는 웃었지만, 그의 가정사와 슬픔을 알게 된 팬들의 가슴은 차츰 무너져 내렸다.

#03. 최영도의 한 마디. “이제부터 차은상은 내꺼야. 나만 괴롭힐 거야”



미운 행동을 하는데 밉지가 않다.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나는 나쁜 짓을 해야 네 관심을 끄는구나” 영도는 은상의 관심을 끌어보려 나름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지만, 그것 또한 영도의 매력이다. 부드럽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은 배워본 적이 없지만, 거짓 없이 감정을 털어놓는 영도는 김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은상을 감싸준 뒤 내 뱉은 영도 한 마디, “넘겨짚지 마. 나다운 거, 넌 아직 반도 못 봤어. 지금부터 보여줄게” 이 정도로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온다면 누구나 그의 포로가 되고 싶지 않을까.

#04. 최영도 한 마디. “눈 그렇게 뜨지 마. 떨려”



이 정도 되면 김탄도 영도의 활약에 마음 졸일 법하다. “네 질문을 이렇게 놓친다, 내가” 우연히 편의점에서 마주친 은상에게 삼각 김밥을 권하며 불쑥 마음을 표현하는 영도. “눈 그렇게 뜨지 마. 떨려” 이 한 마디에 지켜보는 여성들도 영도와 함께 떨었다. 인스턴트 음식을 사랑하는 영도는 인스턴트 고백으로 은상에게 어필했다. 김탄 가족의 압박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은상과 김탄, 최영도의 삼각관계는 그렇게 본격화됐다.

#05. 최영도의 한 마디. “너 처음부터 나한테 여자였고, 지금도 여자야. 앞으로는 내 첫사랑이고”



“제가 좋아해요, 은상이” 영도는 은상의 어머니에게까지 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지만, 결국 그녀가 원하는 곳으로 가도록 놓아준다. 힘들면 싸우다 다치지 말고 주저앉으라면서 끝까지 은상을 챙기는 영도. 하지만 “마주치면 인사하지 말자, 잘 지내냐, 안부도 묻지 말자”며 자존심을 챙기는 이별 방법은 딱 영도의 성격답다. 늘 먹고 싶다던 국수를 한 입 뜨지도 않은 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영도, 슬픔과 질투 속에 영도는 또 한 걸음 성장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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