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와 나’에서 서로의 연적이 돼버린 채정안(왼쪽)과 윤아
SBS ‘상속자들’ 속 탄이(이민호)와 영도(김우빈), MBC ‘기황후’의 왕유(주진모)와 타환(지창욱), 그리고 tvN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정우)와 칠봉(유연석)의 사랑으로 한동안 여심은 즐거웠다.누군가가 다정하다면 누군가는 ‘상남자’의 매력으로 여심을 휘어잡았다. 그렇게 서로 참 많이 달랐지만 둘 중 하나를 도저히 택할 수 없다는 점만큼은 쏙 빼닮았던 두 남자들의 사랑 속에 행복했던 여심.
그런데 어느 새 상황은 역전되고 말았다. 이제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자의 사랑으로 브라운관이 뜨거워진다. 9일 오후 첫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총리와 나’는 삼류 연예정보지 기자 남다정(윤아)와 온국민이 사랑하는 최연소 국무총리 권율(이범수)가 스캔들로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첫 방송부터 눈을 사로잡은 것은 주인공 권율을 둘러싼 두 여자다.
소녀시대 윤아가 연기하는 남다정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전형성을 띄는 인물. “나한테 이런 여자, 네가 처음이야” 수법을 선보인다. 당돌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이 그녀의 무기. 물론 비현실적인(?) 아이돌보다 더 예쁜 미모는 필수였다.
남다정은 ‘삼류 파파라치’ 기자라고 기자세계에서도 괄시를 받지만, 또 기껏 따낸 총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무슨 색깔 좋아하세요?”, “팬티는 삼각을 입는다고요?”라는 질문을 날리지만, 일에 대한 집념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다. 이런 집념을 바탕으로 권율을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그런데 엉뚱한 그녀의 인생, 총리와의 스캔들로 번지고 만다.
과거 아내를 잃은 아픔을 가진 권율과 결국 계약결혼을 하게 될 남다정.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결과를 따라갈테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과정이다. 첫 회 보여준 새침하면서도 발랄한 매력의 남다정 캐릭터와 묵직하되 가슴 한 구석 보들보들한 또 다른 면이 있을 권율과 만들어갈 스토리는 예측불허.
VS
권율에게는 그러나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 남다정 역시도 처음부터 권율의 재혼상대로 오해했던 이. 바로 서혜주(채정안)다. 권율과는 인연이 꽤 깊다. 대학후배였고 국회의원 시절부터 최측근에서 보좌해왔다.
서혜주는 첫 회부터 불안하고 아팠다. 스스로 그의 그림자로, 정치적 동반자로 머물러있는 것에 만족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권율 앞에서 무덤덤할 수 없었고, 갑자기 등장한 남다정이라는 여자는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서혜주는 다소 아이같은 남다정과는 완전히 다른, 성숙하면서도 냉철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극중 7세 나이차가 무색하게 남다정 못지 않은 미모는 두 말할 것 없다.
늘 자신을 지켜봐주던 서혜주라는 여자가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순간은 어떻게 그려질까.
‘총리와 나’의 관전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서로 다른 모습의 여자들이 한 남자를 향해 진행하는 사랑의 방식일 터. 재미있는 것은 ‘총리와 나’ 연출을 맡은 PD 역시 몇 안되는 여자PD(이소연)라는 점이다.
영화 ‘런던 블러바드’에서 세상에 상처받아 저택 안에 숨어 사는 여배우 샬롯으로 등장하는 키이라 나이틀리는 샬롯의 입을 빌려 이런 말을 했다. “여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은 결국 남자주인공들의 희망, 꿈을 들어주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그런 점에서 ‘총리와 나’ 속 여자 주인공들은 다소 전형성을 띄고 있다하더라도, 유난히도 두 남자의 사랑이 흥했던 2013년 겨울의 브라운관에 반가운 등장이 아닐 수 없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KBS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