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 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프랑스 작가 에릭 임마누엘 슈미트의 소설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원작으로 모노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백혈병에 걸린 열 살 소년 오스카와 소아 병동의 외래 간호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장미 할머니의 우정을 그린 작품. 장미 할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직 프로레슬러. 그는 오스카에게 하나님에게 편지를 써보라 권하고 오스카는 12일 동안 하나님에게 죽음, 친구, 부모님 등에 대한 모든 걸 털어놓는다. 이 과정에서 오스카는 삶에 대한 탐구를 하게 된다. 죽음 앞에 용기를 건네는 김혜자의 모노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서울 타임스퀘어 CGV신한카드아트홀에서 지난 11월 15일부터 시작해 오는 29일까지 펼쳐진다.
인간은 ‘신’을 왜 믿을까. 미래를 알 수 없는 인간은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믿음을 갖는다는 건 삶에 의미를 찾아다 주기도 하고 어느 정도 미래가 행복해지길 비는 부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믿음이라는 건 마음만 먹는다고 얻을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노력이 필요하고 시간이 걸린다. 장미 할머니는 기도하다 보면 신을 믿게 된다고 말한다. 기도하는 방법을 모르는 관객에게 오스카는 기도는 ‘대화’라는 것을 알려준다. 더 나아가 신에게 궁금한 점들을 모두 오스카가 대신 캐물어준다. 오스카의 대사들은 신에게 향한 것인지 장미 할머니에게 향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모두 자연스러운 대화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가 이어지자 오스카는 신을 믿게 된다.
“왜 하나님에게 편지를 써야 하죠?”라고 오스카가 묻자 장미 할머니는 “그래야 네가 덜 외로울 거 같아서”라고 대답한다. 죽음을 향하는 소년이지만 아무도 그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오스카를 피하지 않는 인물은 하나님뿐. 그래서 오스카는 12일 동안 매일 하나님에게 기도를 편지로 한다. 오스카는 뭐 그리도 할 말이 많은지! 내가 하나님이라면 오스카의 기도에 대답할 틈을 찾지 못했을 거다. 이렇게 연극 내내 대사는 끊이질 않는다.
많은 대사만큼 이 작품은 주옥같은 말들로 우리에게 삶에 대한 용기를 건넨다. 특히 “모르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 것”이라는 장미 할머니의 대사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이 말을 들은 오스카는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죽음과 삶을 탐구한다. “사람들은 처음엔 삶을 선물이라 여기고 과대평가하지만, 나중에 삶이 짧다고 느끼자 과소평가한다”고 오스카는 말하지만 결국 “그게 아니라! 삶은 잠시 빌린 것이니 잘 써야 한다”고 깨닫는다. 죽음 앞에 선 오스카는 이제야 사랑하는 페기에게 고백할 용기도 생기고 부모님과도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이렇게 삶을 잘 썼다면, 떠나는 게 오스카처럼 편안하지 않을까 싶다. 어려운 공식을 요구하는 수학 문제도 아닌데, 관객은 한 소년에게 간단하지만, 매우 유익한 교훈을 얻는다.
죽음, 무거운 주제다. 오스카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속마음을 할 때면 슬픈 음악이 나오고 조명은 어두워진다. 그러다가도 그는 금방 화두를 바꾼다. 이때 밝은 음악과 조명은 분위기를 확 전환한다. 아이는 아이이다 보니 오스카는 엉뚱하다. 그러나 그런 그의 엉뚱한 매력 덕분에 연극은 슬프고 재미있다. 너무 과하게 눈물을 짜내려고도 하지 않고 무리한 웃음을 선사하려고도 안 한다.
김혜자는 이렇게 극과 극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그는 많은 대사와 무려 11명의 캐릭터를 홀로 맡는다. 각 캐릭터의 개성을 잘 살린 김혜자는 혼자이지만 연극을 풍부하게 만든다. 소소한 대사에도 크게 웃어주고 박수 쳐주는 관객은 그 풍부함에 한몫을 한다. 특히 김혜자는 장미 할머니의 걸쭉한 목소리를 맛깔나게 표현했고 전직 프로레슬러 다운 대단한 깡을 과시했다. “아 X발! 진짜”라고 외치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김혜자의 모습은 이번 연극에서만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분홍색 조끼를 입으며 맑은 눈빛을 선사하는 오스카까지 김혜자는 소화해냈다. ”콩닥콩닥” 사랑하는 페기 앞에 서 있는 오스카의 작은 심장 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오스카는 열 살 대머리 소년. 그런데도 김혜자는 어린아이의 감성을 전달하기에 부족함 없다.
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사진제공. 홍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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