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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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홍대 인근 카페 노리터플레이스에서 ‘내가 너의 작곡가’에 대한 관계자 평가단의 투표가 열렸다. ‘내가 너의 작곡가’는 인디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소속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10팀의 아티스트들이 서로의 작곡가 돼 음악을 만드는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다. 관계자 평가단과 네티즌 평가단, 그리고 참여 아티스트 투표를 통해 10개의 후보 노래 중 1등과 꼴등 을 타이틀곡으로 정하고 뮤직비디오를 만든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10곡은 추후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제작된다.

참여 아티스트의 면면이 이채롭다. 마초 냄새가 물씬 풍기는 ‘황망한 사내’ 정차식, 한때 여신이라 불렸던 여성 싱어송라이터 요조, 올해의 여성 아티스트로 떠오른 선우정아, 위트만발 여성 듀오 옥상달빛, 괴기한 일렉트로 팝 듀오 카프카, 드림 팝을 들려주는 레인보우99 등 개성 넘치는 뮤지션들이 파트너가 돼 서로의 곡을 만들어줬다. 무작위로 파트너를 정해 ‘아스트랄’한 조합이 기대됐다.

남녀공룡과 작업 중인 정차식(위), 요조와 작업 중인 이영훈
남녀공룡과 작업 중인 정차식(위), 요조와 작업 중인 이영훈
남녀공룡과 작업 중인 정차식(위), 요조와 작업 중인 이영훈

요조는 남녀공룡이 만든 ‘디스 민즈 굿바이(This Means Goodbye)’를 노래했고, 이영훈에게 ‘이페메라(Ephemera)’를 만들어줬다. 요조는 “서로 작업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분위기가 복작복작 즐거웠다”고 말했다. 몇 등을 했으면 좋겠냐고 묻자 “1등 아니면 꼴등”이라고 대답했다. 이영훈이 만든 ‘기억하는지’를 노래하고 카프카에게 ‘1015’를 노래해준 옥상달빛의 김윤주는 “평소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음악을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색다른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평가단 투표 현장에서는 믹싱과 마스터링이 모두 끝난 따끈따끈한 10개의 곡을 차례로 틀었다. 영화감독 김지운, 이창희 미러볼뮤직 대표, 라이머 브랜뉴뮤직 대표,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배우 전혜진 등을 비롯해 십센치 권정열, 데이브레이크 이원석, 소란 고영배 등 동료 뮤지션들이 투표를 위해 모였다. 엄연한 선정의 자리였지만, 선정의 부담보다는 음악의 재미난 만남을 듣는다는 즐거움이 더 큰 자리였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레인보우99의 공간감이 조화를 이룬 ‘아주 천천히’ 전혀 요조 노래 같지 않은 ‘디스 민즈 굿바이’, 옥상달빛의 성숙한 여자 버전 ‘기억하는지’, 루싸이트 토끼의 섹시 버전 ‘Sexy Tokki’, 정차식의 무섭지만 왠지 친근한 내레이션이 깔리는 ‘살아보자’, 황망한 남녀공룡이 부르는 ‘Ursual Scream’ 등이 흘렀다.

곡 작업 중인 선우정아(가운데)와 카프카
곡 작업 중인 선우정아(가운데)와 카프카
곡 작업 중인 선우정아(가운데)와 카프카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8월부터 진행됐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아티스트들이 팀을 짜고 작곡을 하는 과정 등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영상 중 일부는 네이버뮤직을 통해 공개돼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는 ‘내가 너의 작곡가’ 프로젝트를 통해 인디음악으로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의도다. 김형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대표는 “최근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인디뮤지션을 다루기도 하는데, 그 연출 방식이 서바이벌 경연이나 코믹코드로 가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아쉽다”라면서 “스스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의 작업과정을 가지고도 충분히 매력적인 방송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인디 신에서도 실력파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에 음악의 완성도도 높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김훈 분더캄머 대표는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을 텐데 곡들의 퀄리티가 높아서 놀랍다. 스타일이 다른 아티스트들의 콜라보레이션이기 때문에 의외의 음악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이창희 미러볼뮤직 대표는 “이런 재밌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하나의 레이블에 실력 있는 다양한 뮤지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 씨는 “인디 신에서 벌어지는 ‘무한도전 가요제’와 같은 재밌는 시도”라며 “기존에도 레이블 뮤지션들이 뭉친 컴필레이션 앨범은 많았지만, 이번에는 보다 색다른 기획으로 연결시킨 것 같다. 좋은 곡들이 나와서 무척 기대되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내가 너의 작곡가’를 통해 탄생한 10개의 디지털 싱글은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들어볼 수 있다. 네티즌 및 관계자, 아티스트들의 투표를 합산한 결과는 내년 1월 7일에 공개된다. 컴필레이션 음반은 2장 CD로 발매되며 제작과정,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긴 DVD가 포함된 스페셜 패키지가 한정반으로 함께 발매된다. 내년 1월 18일에는 앨범 발매를 기념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레이블 콘서트도 열린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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