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포스터
시댁과의 불화를 견디지 못해 이혼한 여자. 그리고 여자로서 행복을 찾기 위해 재혼한 여자. 자신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해 마음을 졸이는 남자와 사랑에 대한 확신 없이 올라선 결혼식장에서 홀로 도망친 남자도 있다. 모두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다.지난달 9일 첫 전파를 탄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재혼한 여자를 중심으로 평범한 집안의 두 자매를 통해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엄마가 뿔났다’ ‘인생은 아름다워’ ‘무자식 상팔자’ 등을 집필한 김수현 작가와 ‘조강지처 클럽’ ‘내 연애의 모든 것’ 등을 연출한 손정현 PD가 호흡을 맞춰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엄지원, 송창의, 하석진, 조한선, 서영희 등의 배우와 함께 그간 두문불출했던 이지아가 주인공 오은수 역을 맡을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8회 방송을 마친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첫 방송이 10.4%(AGB닐슨 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 시청률을 기록한 이래 지지부진한 성장세를 보이며 동 시간대 방송되는 MBC ‘황금무지개’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흥행보증수표’ 김수현 작가를 비롯해 이지아 등 화제의 인물이 가득한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문제는 무엇일까.
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SBS 탄현제작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연배우들은 이것을 ‘정체기’라고 표현했다. 첫 방송 이후 큰 폭으로 시청률이 하락한 것도 아니고, 차근차근 후반부 전개를 위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시점인 만큼 시청률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이지아
극 중 은수의 언니 현수 역을 맡은 엄지원은 “지금은 말하자면 정체기와 같다”며 “배우들 입장에서는 김수현 작가를 믿고 진실 된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뿐이다”고 담담하게 각오를 밝혔다. 또한, 은수의 전 남편 정태원 역으로 출연 중인 송창의도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이제 시작점을 지났을 뿐이다.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하며 “관심을 갖고 끝까지 지켜봐 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막상 작품과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은 배우들은 드라마의 반응과 별개로 김수현 작가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자랑해 눈길을 끌었다.
엄지원은 영화 ‘소원’ 촬영 중에 김수현 작가의 출연 제의를 받고 단숨에 수락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엄지원은 “영화 ‘소원’에서 마음이 아픈 역할을 맡았던 터라 조금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김수현 작가의 제안에 별생각 없이 하겠다고 답했다. 모두가 ‘무자식 상팔자’ 때부터 쌓아온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 결혼하는 남자’를 통해 김수현 작가와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이지아는 “처음에 대본리딩할 때 김수현 작가에게 많이 혼났다”며 ‘김수현 작가’ 스타일에 점차 적응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지아는 “김수현 작가만의 분명하고 ‘딱딱’ 떨어지는 어투가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다”며 “지금은 평소에 말할 때도 은수의 어투가 그대로 묻어나올 정도로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이지아의 말처럼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분명한 색채를 띤다. 독특한 어투와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대가족의 이야기, 극단적인 설정 등 트레이드 마크도 존재한다. 이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도 마찬가지. ‘김수현식 판타지’가 사라지고 현실성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는 김수현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인물과 살아있는 캐릭터가 발견된다.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엄지원(왼쪽), 송창의
“이번 작품에서 예쁘게 보이는 것은 포기하라”는 김수현 작가의 말을 듣고 작품을 준비했다던 엄지원은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와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수를 연기하는 순간은 나한테서 편한 것들을 제거해나가는 투쟁의 시간이기도 했다. 현수를 연기하기 위해 그 캐릭터 안으로 들어가 그녀가 할 것 같은 말투, 생각, 표정 등 디테일한 요소들을 연기로 표현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송창의는 “이전에 딸을 둔 아버지를 연기할 때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딸을 본 게 아니라 그저 ‘아이가 귀엽고 예쁘구나’하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이번에는 아이와 교감하며 진짜 부정을 보여드리겠다”는 연기적 포부도 밝혔다.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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