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는 윤진(위)와 커피를 마주하고 앉은 칠봉과 나정
커피를 마시는 윤진(위)와 커피를 마주하고 앉은 칠봉과 나정
커피를 마시는 윤진(위)와 커피를 마주하고 앉은 칠봉과 나정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 대한 열기는 쉬이 식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한 회 연장을 결정, 12월 4주차 종영을 앞둔 ‘응사’는 무엇보다 주인공 성나정(고아라)의 남편이 누구인가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크다.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주인공 남편찾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응사’ 제작진은 이번에도 회마다 틈틈이 남편 정체에 대한 단서를 제시하며 시청자들과 밀당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나정이 남편에 대한 힌트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이름 김재준 단 하나. 제작진은 나정의 2002년 결혼식 테이프 영상에 등장하는 남편은 대역배우를 쓰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다만, 범위가 조금씩 좁아져 초반에는 신촌 하숙집 해태(손호준), 빙그레(바로), 삼천포(김성균) 등도 유력한 남편 후보였지만 총 13회까지 방송된 현재, 나정은 쓰레기(정우)와 칠봉(유연석) 두 사람과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사실상 이들 두 사람 중 남편이 나오게 될 전망이다.

두 사람으로 범위가 좁혀졌지만 그래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응사’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만나보면 “아무리 물어봐도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라고 답할 뿐이다. 그만큼 철저하게 베일에 감춰져있다. 그러나 눈을 조금만 더 크게 뜨면 드라마는 분명 나정의 남편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 명탐정 뺨치는 네티즌 수사대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에 신촌하숙집 속 인형들이 복선이라는 사실이 네티즌의 분석으로 드러나 화제가 됐다. 고릴라 인형은 쓰레기를, 개 인형은 칠봉이를, 물개 인형은 나정이의 심리를 반영한다는 것. 실제 지난 방송을 돌이켜보면 인형의 시선은 곧 그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삼풍백화점 사고로 위험에 처한 칠봉이의 에피소드가 다뤄졌던 12회, 개 인형이 의자 밑에 깔려있어 칠봉의 위기를 예감하게 했다. 칠봉이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왔을 때에는 칠봉이 개를 깔고 있는 의자를 치우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처럼 지극히 소소한 인물들의 동작과 인형의 상태에도 제작진의 치밀한 의도가 반영돼있다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놀라움을 표했다.

여기에 더해 4일에는 극중 등장하는 커피역시도 힌트라는 주장이 나왔다. 명탐정 코난 뺨치는 네티즌의 주장을 따라가보면, 커피는 이 드라마에서 사람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매개체로 쓰이고 있다. 나정의 아빠 성동일과 엄마 이일화가 다투고 나서 화해할 때도 커피가 등장했고, 윤진이 삼천포의 어머니와 처음 만난 순간에도 커피 사발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이 장면이 나온 뒤, 윤진과 삼천포가 첫 키스를 하고 커플이 되었고 훗날 결혼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또 쓰레기가 우연히 결혼식장에서 만난 첫사랑의 “커피 한 잔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 역시 눈길을 모으는 대목.

그런데 2013년 현재신에서 나정과 칠봉이 커피를 마시며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장면이 등장해 커피복선은 칠봉이 나정의 남편일 것이라는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극 초반 카메오로 등장한 나영석 PD가 탄 커피를 이일화는 맛있게 마셨지만 결국 쫓겨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커피를 향한 해석은 다시 모호해진다. (물론 이 부분은 모호한 것이 당시 나영석 PD는 성동일에게는 까나리를 탄 커피를 전했다)

하지만 아직 아무 것도 확신할 수 없다. 지난 시즌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제작진은 끝까지 배우들에게도 남편의 정체를 비밀에 부쳤다. 신원호 PD는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현재 신과 과거 신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주인공 남편찾기를 따라 시청자의 시선을 옮겨가는 방식의 전개에 대해 “현재 신은 과거의 시대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피치 못하게 배치하게 됐다. 또 지난 해 시원(정은지)의 남편이 누구일까를 가지고 낚시를 한다고 막판에 욕을많이 먹었는데, 당시만 해도 정은지라는 배우의 인지도가 낮았고 그래서 그 남편을 궁금해하라며 낚시질을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야기라는 것이 결과를 먼저 말해주고 ‘내 이야기 잘 들어봐’하는 것보다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을 던져야 흥미가 생긴다. 바로 다음 10초 후를 궁금해하는 것이 결국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다. 그러니 너무 악감정은 안가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 아닌가. 만약 처음부터 나정의 남편이 누구라고 알려줬더라면, 당신들은 숨어있던 추리력을 모두 꺼내거 화면을 또 뜯어보고 뜯어보았겠나. 지나치게 열을 올리고 있는 당신은 이미 파닥파닥 낚여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빨리 알려주지 않는다 너무 보채지 말고 당신의 탐정능력으로 남은 ‘응사’를 더욱 즐겨보시길 권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