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응사’의 윤진은 매력이 철철 넘치는 캐릭터죠. 실제로도 윤진이와 같은 여수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어때요? 고향말고 성격도 비슷한가요?‘여수소녀’ 도희이토록 매력적인 소녀를 본 것이 또 언제였던가.
실제로 마주해보니 더욱 앙증맞아 남자라면 누구나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을 것만 같은 ‘여수 소녀’ 도희였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서 실제 자신과 동향, 전라도 여수소녀 윤진(별명은 정대만) 역으로 출연 중인 도희는 걸그룹 타이니지로 지난 해 데뷔한 이래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다.
차진 전라도 사투리는 거들뿐이다. 남자친구 목을 따버리겠다고 협박해대는데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이 매력돋는 여수소녀. 꼭 한 번 만나 실제모습을 확인해보고 싶은 2013년의 라이징 스타.
스튜디오로 살금살금 그녀가 들어섰다. 실제로 살금살금이었겠냐마는, 귀엽고 앙증맞은 몸짓과 조심스럽게 주변을 탐색하는 듯, 동그랗게 뜬 큰 두 눈이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얼핏 그 모습은 드라마 속 윤진이 그러했듯, 처음 만난 낯선 이에게는 수줍음을 타는 성격인가하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지만,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경계심을 모두 해제하고는 두 팔을 괴고 고개를 왔다갔다 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언제나 맑음’일 것 같은, 이 어여쁜 여수소녀. 장담하건데, 그녀를 만나본 모든 이들은 그녀의 매력에서 더욱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도희: 반반이에요.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려요. 그래서 누군가와 친해지기 전에는 윤진이가 초반 보여준 모습과 같아요. 하지만 친해지고 나면 윤진이보다 더 말이 많아져요. 수다스럽고 까불까불한 성격이에요. 그리고 윤진이처럼 욕도 잘 하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그렇게까지 거친 욕은 아니지만 애정표현을 대신한 욕은 잘 하는 편이에요. 전라도 말이 원래 거칠지만 애정이 담겨있거든요. ‘염병’, ‘연설하네’ 이런 욕이 그래요(웃음).
Q. 실제로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약간 사투리가 남아있는 것 같아요. 아, 물론 그래서 더 좋다는 뜻이에요. 실은 전라도 사투리가 이렇게 듣기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도희 : 맞아요. 아직 남아있어요.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라도 사투리에 비해 경상도 사투리가 더 대중화됐었는데, 이번 드라마 때문에 전라도 사투리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Q. 드라마 속에 도희 외에도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배우가 또 있죠.
도희 : 네, 성동일 선배님과 해태(손호준) 오빠요. 성동일 선배님은 인천 출신이신데도 너무 잘 하세요.
Q. 전라도 사랑이 어마어마한 것 같아요. 서울에는 언제 왔나요?
도희 : 18세 5월에 연습생으로 올라오게 됐어요.
Q. 어릴 때네요. 지방출신들은 모두가 이해하는 에피소드가 ‘응사’에 나왔었죠. 1회 때 삼천포가 지하철도 택시도 제대로 못타는 그 에피소드.
도희 : 네! 보면서 너무 웃겼어요. 저도 그런 비슷한 경험을 했었거든요. 갈아타는 역도 헷갈리고 다른 길로 갔다 돌아오기도 하고요. 저 외에 다른 멤버들은 모두 서울 출신이라 그런 부분에 대해 공감을 못해줬는데, 이번에 천포 오빠 에피소드를 보고 위안을 얻었어요(웃음).
타이니지 멤버 도희가 4세 여아용 장갑을 끼고 앙증맞은 표정을 짓고 있다
Q. 아직 서울 생활을 길게 한 것은 아닐테지만, 서울 토박이와 지방 출신 사이 다른 점을 느끼나요?도희 :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도리어 서울 분들이 그렇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신원호 감독님(‘응사’ 연출자 신원호 PD)만 해도 제가 촬영장에 갈 때 도시락을 싸서 드렸더니 ‘역시 지방 애들은 달라’하시더라고요. 갸우뚱 했죠. ‘도시락이랑 지방이 무슨 상관이야?’하면서요. 아직도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울애들은 좀 깍쟁이스러운 면이 있고 자기 것만 챙기는 반면, 지방애들은 좀 푸근한 면이 있다고 여기시는 것 같아요.
Q. 참, 고향에서의 반응이 뜨거울 것 같아요.
도희 : 네, 연락을 많이 받아요. 여수출신인데 여수소녀를 연기하니까 더 반응이 좋아요. 아직도 부모님은 고향인 여수에 계시는데 워낙 티를 잘 안내는 성격이시지만 요즘은 좋아하시는 게 은근히 드러나요. 그런데 부모님은 무뚝뚝하신 편이라 어색한 부분을 도리어 지적해주시는 편이에요(웃음).
Q. 오빠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빠 친구들 반응도 뜨거울 것 같아요.
도희 : 오빠가 한양대 공대에 재학 중이에요. (Q. ‘응사’ 속 94학번들도 공대생으로 나오는데 절묘한 우연이네요!) 맞아요. 오빠 말로는 친구들이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한대요(웃음).
Q. 참, ‘응사’를 통해 비록 연기이긴 하지만 ‘첫 남편’이 생겼어요. 남편에 대한 부모님 반응도 궁금하네요.
도희 : 하하. 맞아요. 첫 남편! 엄마 아빠도 (김)성균 오빠 팬이에요. 너무 좋아하세요. 귀엽다고 하시고요. 그리고 저도 마음에 들어요!
Q. 소문에 의하면, 김성균 씨가 현장에서 요정병에 걸리셨다고 하던데.
도희 : 해태 오빠가 놀리느라 그렇게 말한 거예요. 해태 오빠 뿐 아니라 저희 전부 ‘대세남씨 오셨나요’, ‘블리블리 포블리님’하고 장난을 걸어요. 그러면 오빠가 ‘뾰로롱!’하며 장난으로 맞받아쳐주고 가세요(웃음).
Q. 모두들 나정(고아라)의 남편을 궁금해하고 있지만, 밝혀지기 전에는 윤진이 남편도 화제의 중심이었어요.
도희 : 네. 하지만 나정이의 남편은 아직 저희한테도 꽁꽁 숨기고 계시지만, 저와 성균 오빠가 이어진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처음 다 같이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감독님께 이것저것 질문을 했었거든요. 그때 캐릭터 설명을 해주시다가 ‘아, 너와 너는 연결이 될 거야’라고 저와 성균오빠를 가리키셨어요. 저는 오빠의 전작 영화 중에 ‘범죄와의 전쟁’은 아직 못봤지만 ‘이웃사람’을 봤었어요. 그때 무서운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었지만 그날 처음 만난 자리에서 실제로 본 오빠는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다만, 부부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 조금 당황하고 걱정도 됐었죠.
도희가 쿠키를 씹으며 ‘응사’ 속 거친 윤진이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Q. 티피코시 커플 티는 너무 귀여웠어요. 참, 그런가하면 은근히 해태-윤진 라인을 지지하던 팬들도 많았는데 말이죠.도희 : 저는 지금의 남편이 참 마음에 들지만요, 제 욕심을 좀 더 부리자면 해태와 삼각라인으로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두 사람이 룸메이트니까 치정으로 가겠네요(일동 폭소). 참 커플티를 입고 성균 오빠와 마주할 때 너무 웃겨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기념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워낙 촬영이 바쁘다보니 못해서 아쉬워요.
Q. 삼천포-정대만(극중 윤진의 별명) 커플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증거로, 최근에 두 사람 화장품 광고 계약을 했다고요.
도희 : 네, 곧 촬영에 들어가는데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신이 나기도 하고요.
Q. 신드롬이라고 할만큼 인기와 반응이 대단한데, 정말 ‘헉’했던 시청자들의 반응에는 어떤 게 있었나요?
도희 : 이제는 밝혀졌지만 결혼식 장면에서 나정의 남편은 사실 대역배우가 연기를 했었잖아요. 그걸 모르시는 분들이 그분의 목덜미와 어깨넓이까지 비교하는 사진을 보고 ‘와, 대단하시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해태 오빠와 저의 러브라인을 예상하시는 분들의 추리를 인터넷에서 봤는데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처음부터 삼천포 오빠와 연결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해태와의 라인은 생각도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방송을 보니 의심을 살만하다 싶긴 했어요.
Q. 참, 키스신도 있었어요! 첫 키스신이었을텐데 떨리거나 어색해지거나 하진 않았나요?
도희 : 저는 오히려 심적으로 더 친해진 것 같았어요. 오빠도 그러지 않을까요? 오빠는 늘 제가 ‘딸내미’같다고 하는데, 흠.. 어쩌면 이상했을 수도 있겠어요.
Q. 남자친구인데 목을 조르는 신도 나왔잖아요. 키스신보다 오히려 그런 류의 신이 더 어려웠을까요?
도희 : 처음에는 안 친해진 상태에서 하다보니 약하게 갔는데 지금 보면 아쉬울 정도예요. 더 강하게 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을 해요. 지금은 워낙 친해져서 강하게 하고 있어요.
Q. 콘돔을 사는 해태에게 버럭하는 장면은요?
도희 : 그 장면이야말로 민망했어요! 대사 연습할 때부터요. 그런 단어를 제가 자주 쓰는 것도 아니고, 극중에서는 동갑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제가 해태 오빠보다 10살 어리니까 올려다보면서 막 쏘아대는데 민망하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친해져서 하나도 안 민망해요.
Q. ‘응사’에 어떻게 합류했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사실 그 전에 연기를 한 경험이 전혀 없었잖아요.
도희 : 제가 전라도 출신이라 사투리가 가능하다보니, ‘응답하라 1997′ 이후 새 시즌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은 회사에서 오디션을 제안했어요. 두 번의 미팅을 했는데, 두 번째 만남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때 제 별명을 여쭤보시기에 ‘욕쟁이 할머니’라고 답했어요. 그러면서 재미난 전라도 욕을 한 두개 보여드렸는데 감독님이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Q. 어떤 욕이었을지 궁금해요!
도희 : ’수박 X XX 먹어’ 라던가, ‘X색 볼펜’ 같은 언어유희류의 욕이었어요(웃음).
Q. 그 전에 혹시나 배우로도 활동하자 마음 먹고 연기트레이닝을 받았었나요?
도희 : 아뇨. 감독님도 애초에 받지말라고 못을 박으셨어요. 디렉션을 주실 때는 다른 분들이야 워낙 다 잘 하시니까 ‘마음대로 해봐’라고 하시는데, 저한테는 시범을 많이 보여주세요. 동선이나 표현, 감정을 제 나름대로도 연구해보고 현장에서 질문도 많이해요. 감독님이 답을 해주시고 시범을 보여주시는 것을 쫓아 배우고 있어요. 가끔은 알아서 하라고 하시면 마음 내키는 대로도 해 보고요.
도희는 현재 ‘응답하라 1994′에서 여수소녀, 윤진이로 활약 중이다
Q. 스스로 만들어본 애드리브는 어떤 게 있엇어요?도희 : 제가 감히 애드리브를 할 정도는 아닌데요, 한 장면이 있었어요. 삼천포 고향에 가서 제가 커피 못먹는 것을 삼천포 어머니께 들키게 될 뻔한 순간에 ‘티내지마라’라고 하면서 부엌에서 삼천포 오빠 목을 조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원래는 대사 사이 간격이 있었는데 제가 그 틈을 채웠어요. ‘하지마라했찌, 모가지 따분다 했다’이런 대사였던 것 같아요. 순간적인 애드리브였어요. 그리고 삼천포와 사귄다고 선언했을 때, 오빠가 ‘계란하나 굽어줄까. 매우면 말해’라고 했던 장면도 애드리브였어요. 물론 이 장면은 오빠가 애드리브한 걸 제가 받은 것이지만요. 감독님이 가끔 대사가 끝나도 컷을 하지 않고 내버려두세요. 그럴 때 종종 애드리브가 나와요.
Q. 사실 1994년을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도리어 쉬울 수 있는 것이 지금 딱 스무살이잖아요. 반면에 2013년 버전은 서른아홉살을 연기해야하는데 말이죠. 두 시간의 차이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요.
도희 : 서른아홉살 연기하는 신을 앞두고 많이 헤맸어요.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부담 때문에 오버를 하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넌 원래 말투도 아줌마스러우니까 편안하게 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하는데 실은 아직도 현재 신은 어려워요. 제가 가보지 못한 세계잖아요. 처음에는 엄마나 주변에 아주머니들을 따라하기도 했었고, 또 서울말을 쓸지 전라도 말을 쓸지를 놓고도 감독님과 회의를 여러번 했는데 제가 아직은 표준어가 어색해서 그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사투리로 가는 것이 낫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저 빼고 다 서울말을 쓰더라고요. 그럴 줄은 몰랐어요.
Q. 아쉬워하지 말아요. 윤진이는 역시 전라도 사투리가 잘 어울려요. 또 사투리 때문에 드라마에도 캐스팅 될 수 있었잖아요.
도희 : 맞아요. 사실 연습생들 중에 저 말고 전라도 출신 친구들이 있어서 서울에 와서도 사투리를 고칠 수가 없었어요. 그 친구들이랑 자주 만나 뭉치다보니 오히려 사투리는 더 심해졌고 그러다보니 데뷔가 코 앞이더라고요. 그때 말을 못고친 것을 많이 후회했어요. 데뷔 이후에는 사투리 때문에 말을 많이 할 수 없어 의도치않게 신비주의 캐릭터로 가야했고요. 그렇지만 정말로 컴플렉스이기도 했던 사투리 때문에 윤진이를 만날 수 있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요.
Q. 멤버들의 반응은 어때요?
도희 : 너 때문에 타이니지가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열심히 해달라고, 그리고 꼭 타이니지로 더 알려보자 이렇게 말해줘요.
Q. 참, 연기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또 인상 깊은 장면은 역시 윤진이의 주사 장면이에요. 실제로도 독특한 주사가 있나요?
도희 : 아직은 주사를 알 정도로 많이 마셔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직 주량도 잘 몰라요. 그래서 만취연기는 곤욕스러웠어요. 연기라는 것은 내 자신이 아닌 다른 모습을 연기해야하는 작업이지만, 그래도 만취연기는 손에 꼽을 정도로 고민도 걱정도 많았던 장면이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갈 때까지 마셔본 다음에 어떤 모습인지 찍어달라고 하고 연기를 해볼까도 했었지만, 결국은 고민 끝에 내키는 대로 했어요. 아직도 ‘이게 맞나’ 싶고, 많이 아쉬워요.
Q. 연기에 욕심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 배우로도 활동영역이 넓어지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도희 : 조심스럽게 생기고 있어요. 아무래도 생각해 보지 않았고 배워보지도 않은 영역이었던터라 걱정이 많이 되지만, 또 이번에 제가 운이 좋았던 면도 있었고요. 그래도 먼 미래를 내다보았을 때 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예요.
Q. 끝으로 ‘응사’ 최고의 미스터리, ‘나정이 남편’에 대한 힌트 부탁드릴게요!
도희 : 감독님한테 ‘남정이 남편 정체’를 듣는 것은 저희는 모두 포기했어요. 처음에는 감독님만 보면 여쭤봤었는데, 이제는 저희도 지쳐서 ‘알았어요. 안 물어봐요’라고 말해요. 저 개인적으로는 나정이가 좋아하는 쓰레기(정우) 오빠를 응원합니다. 하지만 왠지 진짜 남편은 칠봉이(유연석) 오빠 같지 않나요?
글, 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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