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 제작보고회 참석한 배우 송강호

산업화, 민주화 등으로 밀도 높은 19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한 변호사의 이야기가 극장가를 찾는다.

송강호 주연 영화 ‘변호인’은 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이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의 사건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지난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지역에서 벌어진 ‘부림사건’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실제 사건과 인물을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부림사건은 1981년 제5공화국 군사독재 정권이 집권 초기 민주화 세력을 제거하고 통치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일으킨 용공 조작 사건이다. 그 해 9월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등 총 22명은 영장 없이 체포된 후 감금돼 살인적인 고문을 당했다. 이들이 나눈 이야기는 정부 전복을 꾀하는 ‘이적 표현물 학습’, ‘반국가단체 찬양 및 고무’로 날조됐다.

이 사건의 변론을 맡으면서 이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은 자신의 이름과 송강호의 성을 따 송우석이라는 이름을 지었고,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CG를 최대한 배제하고 80년대 풍경을 그대로 반영했다. 양 감독은 19일 서울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변호인’ 제작보고회에서 “80년대가 산업화, 민주화 등으로 치열하고 밀도가 높았던 시대였기 때문에 보통의 각오로는 살기 힘들었다. 그 흐름에서 상식을 지키고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노력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송강호는 “‘변호인’은 80년대를 관통하고 살았던 삶의 태도와 치열한 열정을 그린 대중적인 영화”라며 “어떠한 정치적인 논리를 내세우는 영화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처음에는 이 역할을 거절했다며 “모두가 알고 계시고 지금은 돌아가신 그분을 모티프로 발전된 캐릭터이기 때문에 내가 잘 재현할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었고 겁도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혀지지 않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나를 사로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우석의 오른팔이자 사무장 동호 역할을 맡은 오달수 역시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일단 시나리오가 어렵지 않았다(웃음)”며 “감동을 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고 말했다.

임시완이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참석한 임시완은 특히나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변호인’이 그의 스크린 데뷔작인 만큼 영화 제작보고회도 그에게는 첫 경험이었다.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경찰에게 끌려간 국밥집 아들 진우 역할로 분한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첫 촬영 전에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현장에 나간 적이 있다. 송강호 선배님, 김영애 선생님, 오달수 선배님 등의 연기를 보고 완전 다른 규모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설렘보다는 누가 될까 봐 긴장감이 컸다”며 소감을 전했다. 또 임시완은 “송강호 선배님한테 혼도 많이 났지만 정말 나를 배우로 생각해주시는 것 같았다”고 들려주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촬영 비하인드 영상에서 그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며 모니터 뒤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는 고문당하는 장면을 소화해내야 했고 이 촬영은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이뤄졌다. 진우에게 고문을 가하는 경찰 차동영 역을 맡은 곽도원은 그 일주일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세트 문제 때문에 일주일 안에 고문 장면을 마쳐야 했다. 사실적이고 충격적으로 그려야 했던 만큼 나도, 당사자(임시완)도 괴로웠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미자막으로 양 감독은 “‘변호인’을 통해 젊은 사람들이 전 세대의 치열했던 사회를 보고 지금의 한계를 뛰어 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12월 19일 개봉.

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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