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연
한국 재즈의 산 역사인 클럽 야누스(Janus)의 35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53명의 연주자들이 모인다.오는 22일과 23일 서초동 클럽 야누스에서 35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다. 야누스는 한국에 재즈를 뿌리내린 중요한 거점으로 꼽힌다. 재즈 1세대를 비롯해 현재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중견 연주자들부터 신예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야누스를 거쳐 갔다.
야누스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은 재즈 불모지 한국에서 연주자들이 설 무대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평생을 헌신해왔다. 한국 최초 재즈클럽으로 꼽히는 야누스는 1978년 신촌에 문을 연 뒤 대학로 시대를 거쳐 이화여대 후문, 청담동에서 머물다 지금의 서초동에 정착했다.
한국 재즈의 척박한 시장을 반영하듯 야누스는 항상 운영난에 시달려왔다. 박성연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평생 소장해온 LP음반 전부를 경매로 처분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이런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박성연은 음악적 타협을 하지 않은 채 꾸준히 재즈연주자들을 무대에 세웠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에는 재즈 연주자 최초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틀간 열리는 기념공연에는 박성연을 비롯해 한국 재즈 1세대인 정성조, 이동기 그리고 최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말로, 웅산, 혜원(윈터플레이), 허소영, 임달균, 임미정 등 53명의 신구 뮤지션이 총출동해 한바탕 잼세션을 벌인다. 이들은 사전 약속 없이 무대에 올라 즉흥연주를 펼칠 예정이다.
야누스 측은 “재즈는 즉흥을 기본 요소로 하기 때문에 연주의 순간이 완성의 순간이다. 그러므로 어떤 약속도 하지 않고 벌이는 잼 세션은 재즈의 가장 본질적 매력을 보여준다”며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클럽 연주는 무대와 객석간 교감의 밀도가 높아 대규모 극장 공연과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야누스의 생일을 축하함과 동시에 한국 정상급 재즈연주자들의 진면목을 목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즈평론가 황덕호 씨는 “35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1978년 무렵에 태어난 아이들은 어느덧 장성해 국내 재즈를 기름지게 만드는 주역으로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올해 생일에는 야누스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단골 연주자들뿐만이 아니라 야누스의 한참 동생뻘인 20대, 30대 초반의 젊은 연주자들도 무대에 올라 우리 재즈의 현주소를 느껴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JNH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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