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의 ‘잉여 4인방’ 하승엽, 이현학, 이호재, 김휘.(왼쪽부터)
“잉여도 하다 보니 되더라.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꿈이다.”(‘잉여 4인방’의 대장 이호재) 잉여. 쓰고 난 후 남은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여기 ‘잉여 4인방’이 있다.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영상제작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실패. 당장 등록금도 없고, 그렇다고 뛰어난 능력을 갖추지도 못했고. 막막하다. 그래서 ‘무작정’ 유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호스텔 홍보영상을 찍어주고, 숙식을 해결하는 ‘물물교환’으로 1년을 버텨보겠다는 ‘무모한’ 도전 정신만을 가지고 말이다. 쉽게 될리 없지만 그래도 이들은 365일을 단 80만 원으로 버텨냈다. 걷고 또 걸었다. 무려 7,328km다. 그리고 이들은 1년간 유럽투어 중 30여 편의 호스텔 홍보영상을 찍어내기도 했다. 이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다.‘잉여대장’ 이호재를 비롯해 하승엽, 이현학, 김휘 등 대학 영화과에서 만난 이들은 자신 스스로를 ‘잉여’라 부르는 청춘이다. 18일 오후 서울 CGV명동에서 열린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잉여 4인방은 그들만의 ‘도전정신’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유럽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귀국 후 영국에서 지속적으로 연락이 왔고, 1년 생활비를 벌어오기도 했을 정도다. 또 국내에서도 이들의 여행기를 올린 블로그를 보고, 같은 방식으로 지리산 투어에 나선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ADVERTISEMENT
이호재는 애초 이 ‘무모한’ 프로젝트를 기획한 주인공. 이에 대해 그는 “출발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어서다”며 “또 영화감독 데뷔를 위해서는 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 당시엔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회피를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더라도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할 마음가짐이 돼 있다”며 “영화에 꿈을 찾아 가기보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꿈이 됐다”고 밝혔다.
조명을 다루는 ‘잉여3’ 이현학은 “단어적 의미로 보면 쓸모없는 잔여 등으로 나오는데 제 생각으론 할 수 있는데 안하는 사람을 잉여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여행을 다녀와서도 잉여이긴 한데 여행을 가기 전보다는 노력이란 걸 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무도한 유럽 여행 이후 자신의 꿈도 달라졌다. 그는 “영상분야에서 목표가 있었다면 크레딧에 내 이름이 올라가는 거였는데 이번 영화로 달성했다”며 “나 역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꿈이 됐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잉여2’ 하승엽은 현재 ‘잉여 4인방’ 중 유일한 재학생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에 진학 중이다. 하승엽은 “여행하면서 느낀 게 좀 더 기술적인 부분을 잘 알면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디어도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잉여답지(?) 못한 답변을 내놓았다.
대장 이호재를 포함한 ‘잉여 4인방’은 현재 두 번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유럽 투어 중 영국 록밴드 아르코, 벤시 등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제작했다. 물론 ‘무모하게’ 덤벼들었고, 이들의 도전정신을 높게 산 아티스트들이 이에 응했다. 차기 프로젝트는 바로 ‘음악’이다. 하승엽과 김휘의 군 복무가 끝나는 순간, 그들의 프로젝트는 시작될 예정이다.
ADVERTISEMENT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제공. 아담스페이스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