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과 어덜트 그룹 사이 어딘가에 있어요.”
그룹 LPG는 2005년 ‘캉캉’으로 데뷔한 중견그룹. 그러나 최근 ‘효녀시대’를 발표하고 활동하고 있는 LPG는 모두 다 새로운 얼굴인 LPG 3기다. 1기는 대표곡 ‘캉캉’으로 ‘롱 프리티 걸스(Long Pretty Girls)’를 표방했고, 2009년 멤버 전원을 교체해 등장한 2기는 ‘러블리 프리티 걸스(Lovely Pretty Girls)’를 내세웠다. 2013년 새롭게 3기로 돌아온 LPG는 변화를 시도했다. 1기 4명, 2기 5명이었던 멤버수는 3기에 이르러 9명으로 대폭 늘었다. 노래 제목도 예사롭지 않다. 타이틀곡 제목은 ‘효녀시대’. 9명이라는 숫자와 노래 제목이 자연스럽게 걸그룹 소녀시대를 떠오르게 한다.
리카 : 하지만 멤버 수와 제목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죠. 일부러 벤치마킹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라희 : 확실한 건 우리는 스타일부터 소녀시대와 아예 달라요. 소녀시대는 대한민국 대표하는 아이돌이지만, 저희는 나이도 있고 트로트 느낌이 강한 그룹이에요. ‘효녀시대’라는 제목도 효녀의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내다가 세상에 효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붙인 거예요.
‘효녀시대’는 일렉트로닉 음악과 복고적인 소스를 결합시킨 곡이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함께 LPG를 대표하는 트로트 느낌을 가미한 세미 트로트곡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MBC뮤직 ‘쇼!챔피언’을 통해 ‘효녀시대’ 무대를 먼저 공개했다. 그룹 LPG에겐 컴백 무대지만, 멤버들에게는 데뷔 무대다. 첫 방송이 떨리지는 않았을까.
리원 :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멤버 모두 다 잠을 못 잤어요. 손에 땀이… 라늬 언니와 지원 언니와 세 명이서 가장 처음 모여 1년 반 정도 연습했던 연습생 때 생각도 많이 났어요.
라희 : 첫 방송 때 너무 떨려서 호흡을 조절하지 못했어요. 연습한 만큼 실력이 나오지 못해 아쉬웠어요. 의상도 어깨를 드러난 탑을 입어서 고개를 수그려야 하는 부분에 속이 보일까봐 신경도 쓰였어요. 연습할 때는 그런 걸 못 느꼈는데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았죠.
리카 :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이사님과 대표님이 칼군무를 고집하셔서 한 번 춤 출 때마다 바를 정을 적었어요. 바를 정을 하루에 백 번 넘게 적었던 때도 있었죠.
LPG는 트로트의 전통성과 효녀가 주는 고전적인 이미지를 차용해 무대 의상도 한복을 선택했다. 그러나 저고리 없이 치마만 입거나, 민소매 저고리를 입어 섹시를 강조했다. 1기 ‘롱’, 2기 ‘러블리’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
라희 : 걸그룹과 어덜트그룹의 장점을 모두 이어갈 거예요. 트로트를 부르지만, 걸그룹처럼 귀엽고 예쁜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동시에 어덜트 그룹으로서 좀 더 과감한 성숙미도 보여드릴 수 있어요. 걸그룹과 어덜트그룹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할까요? (웃음)
슈퍼모델과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이뤄졌던 1기, 걸그룹과 객원 보컬 출신으로 이뤄졌던 2기 멤버들처럼 3기 멤버들도 화려한 경력들을 자랑한다. 멤버 라희는 MBC ‘빛과 그림자’, KBS ‘스파이 명월’, 연극 ‘러브 액츄얼리’ 등에서 얼굴을 비춘 연기자 출신이며 리카, 라늬도 다수의 패션쇼에서 활동한 모델 출신이다. 멤버 송하는 액션 스쿨 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을 갖췄다.
라희 : 드라마를 촬영하는 것과 무대에 서는 것은 많은 차이가 났어요. 드라마는 같은 장면을 여러 차례 나눠서 찍고, 한 장소에서 여러 다른 장면을 한 번에 묶어서 찍으니까 감정 몰입을 하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연극이나 노래하는 무대는 주어진 시간 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니까 감정의 고조를 느낄 수 있었어요.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 느끼는 희열도 버릴 수가 없었어요.
리카 : 런웨이를 걷는 사람은 혼자에요. 그 무대 위를 걷는 한 명에게 집중이 돼요. 하지만 제가 아니라 제가 입는 옷에 대한 집중이에요. 하지만 가수는 제가 입는 옷을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 안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요. 음악적으로도 보여줄 점이 많기 때문에 가수가 더 즐거워요.
송하 : 원래 액션 연기자가 꿈이었어요. 그래서 액션 스쿨을 다녔죠. 칼, 총, 복싱 등 다양한 장르를 배웠어요.
유주는 ‘효녀시대’의 가이드 보컬로 참여했다가 멤버로 합류한 경우다. 리원과 함께 LPG의 가창력을 책임지고 있는 유주는 서울종합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로 발라드와 R&B를 전공한 실력파 보컬리스트. LPG를 통해 트로트에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 “트로트의 꺾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유주와 리원은 즉석에서 꺾기 시범을 보여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발라드와 재즈를 전공한 리원도 트로트에 심취해 모든 노래를 자기도 모르게 트로트 창법으로 부르고 있다며 고민 아닌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9’라는 숫자는 LPG와 깊은 관련이 있다. 9명의 멤버수도 있지만, 맏언니와 막내의 나이 차도 9살이다. 다양한 나이대, 다양한 경력, 서로 다른 성격으로 팀워크를 다지는데 어려움이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LPG는 오히려 나이 차 덕분에 더욱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이들의 팀워크 비결은 고구마와 마니또다. 한 건물의 2층, 3층, 4층에 세 명씩 숙소 생활을 하고 있는 LPG는 다이어트를 위해 층마다 돌아가면서 고구마를 삶고 나눠 먹으며 팀워크를 다졌다. 매주 마니또(제비 뽑기 등을 하여 지정된 친구의 수호천사가 되어주는 것)를 통해 애틋한 정도 쌓았다.
리카 : 다들 사물함이 하나씩 있는데 거기에 선물을 서로 넣어줬어요. 그런데 물질적인 것만 기억에 남아요. 자본의 하수인? (웃음) 첫 번째 마니또를 밝힐 때, 라희언니가 써준 편지가 가장 감동적이었어요.
유주 : 제가 껌 씹는 걸 좋아하는데 어느날 제 마니또가 껌 세통을 제 사무실에 놔두고 갔어요. 너무 세심하게 챙겨줘서 마니또인 줄 모르고 오해하기도 했어요. (웃음)
라희 : 아픈 날 쌍화탕을 챙겨준 마니또도 있었어요.
라늬 : 이제는 돈이 없어서 마니또를 못하고 있어요. (웃음) 선물을 챙기다보니까 생각보다 다들 돈을 많이 쓰더라구요. 이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다시 마니또를 할까 생각 중이에요.
9인 9색 매력을 선보이는 LPG는 멤버마다 내세우는 매력 포인트도 달랐다. 볼륨까지는 아니지만 각선미를 담당하는 리원, 이국적인 외모로 외국인을 담당하는 리카, 실력 빼고 LPG의 리한나라고 자부하는 지원, 자칭 나이에 맞지 않는 동안 미모 라희, 날렵한 외모 속 숨길 수 없는 개그감각 유주, 언제 까질지 멤버도 궁금한 양파 같은 매력 지은, LPG에서 ‘숏(Short)’을 담당하는 아율, 천의 얼굴 애교쟁이 라늬, 장점을 찾고 있다는 액션스타 송하 등 LPG는 저마다 자신만의 매력을 유쾌하게 드러냈다. 이들은 첫 가수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유주 : LPG의 타이틀을 건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리원 : 3기가 잘 돼서 9명의 친구들이 각자의 끼를 살릴 수 있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원 : 팬클럽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LPG니까 야광봉 대신 가스통을 들고 응원하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웃음) 팬클럽 이름은 ‘프로판’이나 ‘충전소’!
송하는 액션 유망주답게 ‘드림팀’에 출연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혀 좌중을 웃음에 빠트리기도 했다. 액션 바라기 송하처럼 LPG는 저마다 자신만의 꿈을 하나씩 간직하고 있었다. 이들의 가장 큰 꿈은 LPG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는 것이었다.
리카 : 선입견은 깨라고 있는 겁니다. 저희 3기 인원수도 달라지고, 많은 면에서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어요.
아율 : 요즘 음악적 경향이 서양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따라가고 있는데 우리는 노래도, 의상도 한국적인 미를 나타내고 있어요. 저희의 노력을 알아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트로트의 꽃, 행사에 대한 기대도 살짝 드러냈다. 걸그룹과 어덜트그룹 사이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LPG의 행보가 기대된다.
일동 : 군부대, 꼭 가고 싶습니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케이스토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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