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1994′ 9회 11월 15일 오후 8시 40분

다섯줄요약
‘서태지와 악마소동’ 보도 때문에 윤진은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소문의 진상을 알고 싶었던 삼천포가 테이프를 거꾸로 감아보자 윤진은 삼천포의 목을 조른다. 매직아이에 빠진 신촌 하숙생들은 서로 답을 맞추지만, 나정은 홀로 매직아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한다. 빙그레는 자신의 동생인 동우(연준석)가 가출해 자신을 찾아오자 혼을 내고 우연히 동우가 자신의 휴학신청서를 보게 되자 당황한다. 용기를 내어 대학가요제에 나간 빙그레는 표절곡을 불러 예심에서 탈락하고, 빙그레에게 작곡가를 주선한 해태는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의 고향선배이기도 한 작곡가를 가만 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칠봉은 나정을 자신의 경기에 초대하지만, 나정은 경기 시간에 제 때 맞춰 가지 못한다.

리뷰
허둥지둥.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알지 못할 때 허둥지둥한다. 무작정 휴학을 신청하고, 하루하루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빙그레에게 쓰레기는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충고한다. 같은 의대 후배이자, 낯선 서울로 올라온 지방출신이자 같은 하숙집에서 생활하는 빙그레를 쓰레기는 친동생 대하듯 살뜰히 챙기고, “그 나이에는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것도 괜찮다”거나 “그래도 좋아하는 게 뭔지 알 때까지 뭐라도 해보라”고 이야기한다. 느릿한 말투 만큼이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에도 느린 빙그레에게 쓰레기의 애정어린 관심 이상 큰 위안은 없지 않을까. 그가 정작 허둥지둥할 때에도 그저 물끄러미 지켜봐주는 쓰레기와 같은 선배의 존재가 내심 샘이 난다.

주뼛주뼛. 우리는 우리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주뼛거리기도 한다. 자신의 마음을 들켜버린 나정은 쓰레기를 전과 같이 대하지 못하고, 그런 나정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칠봉 또한 나정의 주변을 서성거리기만 할 뿐이다. 나정과 쓰레기 간에 어색한 순간은 쌓여만 가고, 정작 하고 싶은 고백은 뒤로 한채 ‘매직아이 타령’만 하는 칠봉의 수화기도 답답할 뿐이다. 아직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건 쓰레기 뿐일까. 어쩜 나정이도 쓰레기를 향한 감정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서로 엇갈리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한 곳으로 몰려오는 게 두렵지만, 당장은 그 소용돌이의 충돌보다 잠잠한 듯 보이는 소용돌이의 중심이 더 무섭다.

‘응답하라1994’(이하 응사)의 인물들과 그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매 회의 큰 주제를 보면 ‘응사’가 진심을 가로지르는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 ‘진심을 가로지르는 힘’은 드라마의 내용이 ‘착하다’ 또는 ‘따뜻하다’라고 표현하는 것과는 조금 미묘하게 다른 지점이 있다. 이는 일종의 대중 드라마가 갖추고 있는 미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대략 ‘보편적인 체험 감정’ 이다. 즉, 인물이 처한 상황과 보는 이의 상황을 동일한 선상에서 연결지어 보게끔 만드는 힘. 그리고 이것이 지금 1994년이 아니더라도, 우리 자신이 신촌에서 학교를 다닌 94학번이 아니더라도 모두 나의 이야기처럼 들리게 할 수 있는 마법의 열쇠다.

수다포인트
-동우의 ‘돼지 오줌보 드립’은 정말 ‘문화컬쳐’네요.
-이제는 뭔가 ‘지긋한’ 중년의 장호일이지만, 여전히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예이이예예’는 젊게, 맑게, 자신있게 들리네요.
-성동일 아버님, ‘피가 모자라~악마가 보인다~’ 즉흥 멜로디 참 대단헙디다.

글. 톨리(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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