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에서 김기태를 연기 중인 배우 윤종훈

배우 윤종훈의 tvN ‘응답하라 1994′와 관련된 3주간의 이야기가 이제 막을 내린다.

1편에서 윤종훈이 기억하는 1990년대, 2편에서 ‘응답하라 1994′의 배우들과의 첫만남을 지나 3편에서는 자신이 맡은 역할 김기태를 연기하며 들었던 생각과 고민들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파릇파릇한 배우 윤종훈의 진솔한 고민을 함께하게 된 독자들이 그의 미래를 응원해주길 바란다.

1994년도 연세대 컴퓨터 공학과 과 대표 김기태 역에 캐스팅 되고 준비하는 과정은 이제서야 고백하지만 사실은 어려웠어요. 어떤 연기가 쉬울 수 있으며, 또 어떤 배우들이 연기를 쉽게 하시겠어요 ㅠㅠ. 과대 캐릭터나 성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대본을 보고 또 봤지만 아직 제가 부족해서인지 꽤 어렵게 다가오더군요.

기태는 젠틀하고 멋진 친구인가 아니면 굉장히 까불거리는 친구인가 잘난 척 하고 살짝 모가 난 성격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게다가 1994년도 문화와 서울 토박이 느낌까지 가져가야 했기 때문에 혼자 머리를 쥐어 뜯곤 했죠. 솔직히 첫 촬영 때만 해도 굉장히 불안했어요. 극 중 대사에 나정이가 “저 양아치 새끼 이름이 뭐더라”라는 게 있었는데 첫 촬영 때 그 대사 때문에 저는 함정에 빠졌어요. 2013년의 나정이는 기태를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락카페 잘 다니고 잘 놀았던친구로 기억했기에 툭 “양아치 새끼”라는 말을 던졌을 수도 있는데 저는 그 단어 하나에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가 ‘나는 양아치구나. 건들거리며 흔히 말하는 불량스러운 느낌을 내야겠다’라고 생각한거죠.

리허설 때 그런 저를 보고 신원호 감독님은 “너무 건들거리는데” 라고 말씀 하셨어요. 저는 “솔직히 저 살짝 갈피를 못 잡겠습니다. 감독님. 기태가 어떤 느낌일까요.”라고 도움을 요청했죠. 그 때 감독님 말씀이 “그냥 그 때의 기분 좋은 느낌의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누구나 옆에서 볼 수 있었던. 기태는 나쁜 놈은 아니야. 우리의 친구고 즐거운 아이지. 그리고 발음, 발성 너무 신경쓰지 말고 연기하는 것 같지 않게 정말 옆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느낌을 보여주자” 였어요.

그 순간, 조금 느낌이 오더라고요. 쿨하면서 장난기도 있고 바삐 놀러 다니지만 자신감 있는 서울 사람 특유의 여유로움을 가진 기태. 저의 스무 살 시절 기억들도 슬며시 돌이켜봤고요. 또 앞에서 말씀드렸던 제 누나들과 함께 했던 1994년도의 기억도 돌이켜 보았고요. 함께 그 시절의 노래를 듣던 추억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도 지었죠.

물론 다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찾아 들었고, 실제로 락카페 스페이스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찾아보면서 당시 그 공간이 가진 의미도 나름대로 생각해보면서 즐겁게 조금씩 기태를 받아들이려 하다보니 훨씬 나아지더라고요.

지금 시청자 여러분들과 작가님, 감독님이 보는 제 연기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기태를 즐기며 연기하고 있답니다.^^ 참, 우리 코디 팀도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당시의 의상이 아주 옛날도 아니고 또 몇 년 전도 아니라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1994년 서울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이들의 패션은 어떤 것일까 고민도 많이 했답니다. 물론 드라마 의상팀 도움도 많이 받아, 믿고 촬영하고 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자, 저 윤종훈은 이렇게 기태를 연기하게 되었어요. 쓰고나니 별 어려움 없어보이네요. 모든 배우님들이 하는 과정 그대로 겪고는 괜히 생색내는 그런 느낌이네요. ㅎㅎㅎ

3주 동안 윤종훈과 함께하는 ‘응답하라 1994′ 이야기, 어떠셨나요? 부끄럽지만 저의 글은 이렇게 완성이 되었네요. 기태가 비록 매회 나오지는 않지만, 나정, 칠봉, 해태, 삼천포, 윤진, 빙그레의 소중한 대학친구이며 또 수많은 94학번들의 친구로 마지막 까지 많은 추억과 좋은 기억들을 가질 수 있도록 즐겁게 또 열심히 촬영에 임할게요. 못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글. 윤종훈
정리.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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