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메디컬 탑팀’ 12회 2013년 11월 14일 목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쓰러진 아진(오연서)은 다행히 큰 병이 아닌 것으로 진단받는다. 경영 상황에 대한 검토를 마친 광혜그룹의 자금운영본부장인 태형(전노민)은 ‘탑팀’을 해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혜수(김영애)는 주영(정려원)을 끌어들여 ‘탑팀’이 수익이 날 수 있는 수술을 할 수 있도록 권한다. 주영은 ‘탑팀’이 해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술을 강행하고, 승재(주지훈) 역시 결국 ‘탑팀’을 살리기 위해 높은 비용이 책정되는 환자들 위주로 수술 스케줄을 잡는다. 태신(권상우)은 이에 반발한다.

리뷰
이 작품은 의학 드라마라는 장르로 출발하고 ‘휴머니즘’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기획의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절반이 지나도록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던 ‘메디컬 탑팀’은 결국 사람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 거기에 신파로 방향을 튼다. 12회에서 ‘메디컬 탑팀’은 그 동안 중점적으로 다뤘던 수술이나 환자 진료 장면을 대폭 생략하고, 장식처럼 활용한다. 환자의 케이스나 개별적인 에피소드들로 생명력을 얻지 못하자 혜수(김영애)와 승재(주지훈) 등이 새로 투입된 태형(전노민)의 삼각 구도를 통해 새로운 동력을 얻고자 시도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도를 통해 최소한의 긴장감을 갖추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진심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태형의 태도와 여기에 휘둘리기 시작한 승재, 그리고 승재와 본격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한 혜수의 모습은 적어도 장차 이들 권력 구조에서 누가 위너가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게다가 이들의 권력 다툼에 휘말리며 흔들리게 되는 주영(정려원)의 태도는 갈등 구조에 힘을 더한다. 다만 여전히 단선적인 모습만 가지고 있는 태신(권상우)의 캐릭터가 ‘탑팀’에서 겉돌며 ‘탑팀’의 의미를 흐리게 만들고 있지만, 가짜 생모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한다. 물론 아무리 입양아라 하더라도 뜬금없는 타이밍에 개입된 가짜 생모 에피소드는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적어도 그동안 무의미한 에피소드들에 신경을 쏟느라 소외됐던 태신의 캐릭터를 어느 정도 살려주는데는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메디컬 탑팀’은 근본적인 한계를 뒤엎지는 못한다. 메디컬 드라마가 그 동안 보여줬던 매력 위에 새로운 것들을 더 얹고, 기존 매력과 섞어 종합 선물세트를 만들겠다는 야심은 아무리 좋은 재료들이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배합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요리일 수 없다. 적어도 12회에 이르러 신파를 향해 방향을 틀면서 최소한의 흥미를 끄는데 성공한 것은 불행 중 다행한 일이지만, 자신의 본 재료를 살려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안타까운 점이다.

결국 ‘메디컬 탑팀’은 자신의 정체성 하나를 버리고 방향을 튼다. 물론 의학 드라마라고 해서 권력 다툼을 다루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애초에 ‘메디컬 탑팀’이 표방했던 이야기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것은 분명 기획의도에서 벗어나 다급함에서 시작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들의 마지막 기대는 의학 드라마에서 ‘의학’을 버리고 택한 ‘신파’가 차라리 ‘드라마’를 구원할 것이라는 지점인 듯 하다. 정체성을 버린 이들의 마지막 도박. 과감하게 카드를 던졌지만, 그 시도가 통할 것인지는 아직은 미지수. 어차피 ‘버린 전반’이라면, 후반의 분발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도 이제 앞으로 딱 한 주 정도다.

수다 포인트
- 성우쌤 같이 생긴 친구가 남친 코스프레라니… 이전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
- 지지부진 커플라인, 제발 진도 좀 뺍시다.
- 특별히 나쁜 부분은 없는데 전체적인 하향 평준화가 드라마 한편을 어떻게 몰락하게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네요.

글. 민경진(TV리뷰어)
사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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