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비밀’의 유정(황정음)이나 SBS’상속자들’ 은상(박신혜)의 처절한 비극 혹은 가난이 드라마적으로 다소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들의 고단한 삶의 어떤 단면들은 월세, 전세, 카드빚, 대출에 시달리는 우리네 현실과 큰 차이는 없다.

도리어 내일도 오늘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우리의 ‘월세 아니면 전세’인 인생과는 다르게, 유정이나 은상 앞에는 백마탄 왕자 재벌2세들이 떡하니 있지 않은가. 뻔한 인생이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 탓에 ‘재벌 판타지 멜로’는 2013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비록 우리 현실에는 결코 일어날리 만무하지만, 2013년 브라운관 속 신데렐라들은 여전히 운이 좋아 재벌2세와 만나 알콩달콩 연애를 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즐겁기 그지 없다. 그러나 우리라고 언제까지 방바닥만 긁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재벌2세를 사로잡은 신(新)데렐라들의 연애비법을 파헤쳐보자!

‘비밀’ 강유정 : 억척스러운 알바소녀. 7년간 뒷바라지를 해 남자친구 안도훈을 검사로 만들었지만 행복한 그 순간 최고의 비극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 비극을 모두 극복한 지금, 그녀의 곁에는 재벌 K그룹 총수의 후계자 조민혁이 있다. 조민혁은 말 그대로 재벌2세인데, 심지어 잘 생기기까지 했다. 난폭하고 광폭한 남자로만 알았었는데, 박력있는 조수석 키스(?)를 구상해낼만큼 창의력 있고 로맨틱하다.


첫 만남:
‘나한테 이런 여자 네가 처음이야’ 수법은 2013년의 재벌들에게도 유효한가 보다. 유정은 원리원칙과 규범을 중요시하는 단호함으로 민혁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한다. 처음 대리운전 기사와 차주로 만나게 된 두 사람.(아, 당연히 유정이 대리운전기사다) 유정은 민혁에게 안전벨트를 할 것을 요구하지만 이미 술에 취해있는 민혁이 그 말을 알아들을리 만무하다. 이에 묘한 자세로 벨트를 채워주며 처음부터 은근한 밀당을 시작한 유정은 옛 연인 지희를 보고 추격을 하다 실패해 돌아온 민혁이 음주운전을 하려하자 온 몸으로 제지한다. 그러면서 한 번 더 자신의 도덕관념을 어필한다. “말 끝마다 반말이야?”라며 민혁을 몰아세우더니 차 키를 뺏어 던진다. “운전하지 마세요. 술 아직 안깼잖아요. 저 사람들 돈 벌겠다고 밤잠 설쳐 나온 사람들인데 손님이 사고라도 내면 어떡하나요?”라며 자신의 행동이 투철한 의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한다. 민혁이 거의 폭력에 가깝게 유정을 막지만, 그럼에도 끌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다. 정말이지, 재벌2세와의 첫만남에서 이렇게까지 집요한 여자는 유정이 처음이었다. 이 강력한 첫인상 탓에 민혁은 한동안 유정을 ‘대리’라고 부르게 된다.

매력어필: 유정의 한결같음은 민혁의 증오를 사랑으로 바꾸게 만들었다. 유정이 자신의 약혼녀를 죽인 것이라 오해한 민혁은 그녀를 엄청난 비극으로 몰아세운다. 그러나 유정에 대한 증오는 어느 새 집착으로 바뀌고, 집착은 다시 사랑으로 변모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방탕한 삶과는 정반대에 있는 듯한 유정의 삶에 대한 집념과 비극적인 사건의 연속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력이 큰 몫을 했다.


① 감옥에 갇혀 전과자가 된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밝음 :
연인 안도훈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혔지만 유정은 여전히 밝다. 감옥에서 도훈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끔 자원봉사자로 교도소를 찾아오는 도훈과의 짧은 만남에도 너무나 행복해한다. 물론 이 때까지만 해도 민혁은 유정이 지희를 죽인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알 수 없는 감정은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②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온 몸으로 증명할 수 있는 확고한 도덕의식과 따듯한 마음씨 : 유정은 어떤 비극적인 상황에도 남탓을 하지 않고 자신의 부족한 점만을 되돌아본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거짓말이나 거짓행동을 서슴지않는 민혁의 세계 속 사람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결국 민혁은 유정이 입을 열기 전에 그녀가 범인이 아님을 알아채고 만다. 그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먼저 알게 된 민혁은 어느 새 유정의 보호자가 된다. 아빠를 잃고 쓰러져있는 유정을 병원으로 데리고 간 것이 그 시작. 그때부터 민혁의 감정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내 눈 앞에 띄지마”가 “절대 죽지마”로 바뀌게 된 순간이다.

③ 결정적 순간에 발휘되는 사업 수완 : 유정의 옛 연인인 도훈이 모든 일의 배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민혁, 과거 유정을 괴롭히는데 이용했던 도훈이 독으로 돌아와 K그룹 위기의 순간을 불러온 때, 이제 유정은 민혁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파트너가 돼있다. 재벌남을 사로잡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함께 위기를 돌파해낼 수 있는 능력과 내공까지 갖춰야만 하는 것. 유정은 자신이 만든 소스로 투자자를 설득하기에 이르고, 이런 유정은 민혁에게 큰 위안이 된다.


### 기승전….미모 :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유정의 매력인 강인한 의지력과 긍정적 마인드, 결정적 순간에 발휘되는 능력에 앞서 유정은 예.쁘.다. 아무 것이나 걸쳐도 또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도 눈에 띄는 화사한 미모. 결국 예뻐서…….그런거였다. 만약 유정이만큼 예쁘지도 않으면서 재벌2세 뺨을 때리면, 그때야말로 교도소에 끌려간다. 교도소에서 아무리 밝고 씩씩하게 생활해도 그땐 늦었다. 이미.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편집.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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