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의 황제는 죽지 않았다. 9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신승훈의 단독 콘서트 ’2013 더 신승훈 쇼-그레이트 웨이브(2013 THE 신승훈 SHOW-GREAT WAVE)’가 열렸다. 신승훈의 체조경기장 콘서트는 92년 6월 28일 ‘보이지 않는 사랑’의 폭발적 인기로 개최한 콘서트 이후 20년 만이다. 20년 전 체조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은 10대, 20대 위주의 어린 소녀팬이 대부분이었다면 20년이 지나 다시 찾은 체조경기장에는 30, 40대 여성을 위주로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들이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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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마침 비가 오는 토요일. 유독 비와 관련된 노래가 많은 신승훈과 더욱 어울리는 날씨였다. 신승훈은 관객들과 함께 손가락으로 빗소리를 만들어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를 불러 더욱 음악에 흠뻑 젖게 들었다. 1만 여명이 손가락을 손바닥에 두드려 만들어내는 빗소리 하모니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관객과 하나 되는 순간은 계속됐다. 신승훈과 관객들은 ‘엄마야’를 부르며 추억의 댄스를 선보였다. 음악에 맞춰 모든 관객들이 율동을 추며 공연을 즐겼다. ‘비상’ 무대에서는 신승훈이 크레인에 올라 체조경기장 전체를 누볐다. 특히 관객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라라라라라라’ 부문을 함께 불러 공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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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편곡은 신승훈의 목소리였다. 신승훈은 돌출 무대에 앉아 통기타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감미로운 음악을 선사했으며, ‘이런 나를’ ‘보이지 않는 사랑’ 일부분을 무반주로 부르며 오직 그의 목소리만으로 공연장을 채우기도 했다. 관객들도 이에 화답했다. 특히 ‘오랜 이별 뒤에’와 ‘내가 많이 변했어’ ‘그 후로 오랫동안’을 부를 때 관객들의 떼창이 신승훈을 감동시켰다.
신승훈은 새로운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내가 김조한 같은 R&B 창법은 힘들지만, 얼마 전에 가수 라디(Ra.D)와 ‘그랬으면 좋겠어’를 함께 부르면서 네오 소울 창법을 칭찬받았다”며 직접 라디의 ‘암 인 러브(I’m in love)’를 부르며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어 진짜 라디가 진짜 등장해 ‘암 인 러브’ 무대를 꾸몄고, 신승훈과 함께 ‘그랬으면 좋겠어’를 부르기도 했다. 이날 래퍼 버벌진트도 게스트로 출연해 신승훈과 함께 ‘러브 위치(Love Witch)’ 무대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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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장치도 신승훈의 콘서트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실제 회전목마를 방불케 하는 세트를 비롯해 무빙워크를 활용한 무대 장치, 크레인 등 각종 장치가 등장했다. 특히 무빙워크를 활용한 회전 무대를 이용해 신승훈은 ‘내가 많이 변했어’를 부르며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스토리텔링 형식의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신승훈은 자신의 공연 개런티를 제작비에 반납해 콘서트는 오케스트라 60인조와 대규모 합창단, 최정상 사운드를 구현하는 신승훈 밴드 등 무대 출연진만 100여 명이 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헤이 걸(Hey Girl)’ ‘날 울리지마’ ‘로미오&줄리엣’ 추억 속 노래와 함께 ‘쏘리(Sorry)’ 등 지난달 발표한 미니앨범 수록곡도 선보인 신승훈은 추억과 현재를 넘나들며 23년차 가수의 내공을 드러냈다. 그는 “저에게 ‘레전드’라고 하는데, 솔직히 ‘레전드 오브 레전드’가 되고 싶다. 가수로 시작해 지금은 뮤지션인데,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스무 살 같은 패기가 사라지고 음악이 지겨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음악을 해야 해’하고 박수를 쳐준 여러분 응원으로 용기가 났다. 노래만 하는 바보 신승훈으로 남겠다”고 음악 인생에 대한 그의 속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화면에는 ‘아티스트 신승훈’이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있는 관객의 모습이 함께 비춰져 감동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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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도로시컴퍼니,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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