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촬영 내내 마음이 아팠을 것 같은데…
“해바라기 사랑은 원없이 해봤네요.”(웃음)
무엇 하나 부족함 없어 보이는 여자의 순수한 사랑은 결국 이뤄지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자신의 사랑을 얻기 위해 울고 마음 아파하던 시간이 상처로 남았을 법도 한데 지난 사랑의 경험이 약이 된 듯 여자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 다시금 해맑은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달 27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 속 한세경(고나은)의 이야기다.
극중 대학 선배인 김현우(이상우)를 짝사랑하며 마음앓이를 해 온 세경 역으로 넉 달을 달려온 고나은은 “시원섭섭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랑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새 출발을 위해 첫발을 뗀 세경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도 덧붙인다. 2007년 MBC ‘아현동 마님’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 MBC ‘내 인생의 황금기’ ‘천사의 선택’ 등에 이어 올 초 JTBC ‘무정도시’ 등을 거치며 배우로 한 걸음씩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는 그에게서는 이제는 걸그룹 파파야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어질 만큼 연기자로서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는 모습이 엿보였다.
고나은: 촬영이 끝나니 ‘이제 안 울어서 좋다’는 마음이 들더라. 초반에 현우를 좋아하면서 귀엽고 발랄했던 세경이 점차 짝사랑이 진행될수록 홀로 아파하는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덩달아 힘들어하며 찍었던 것 같다. 매 장면 울고 싸우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다.(웃음)
Q. 극중 세경의 순수한 ‘해바라기 사랑’을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했나.
고나은: 세경은 모든 걸 다 갖춘 사람이다. 집안 환경이나 자신의 일, 성격적인 부분까지 모자람이 없는 인물이기에 사랑을 할 때 조건보다는 오직 자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했을 것 같다. 사랑에 모두를 걸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고나은: 우는 장면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마지막 부분에 현우와 이별하고 왔던 장면에서 가장 울컥했다. 오랫동안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사람과 ‘정말 이제 마지막이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저려오더라. 마치 진짜처럼.(웃음)
Q. 이전의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와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고나은: 조금씩 숙제를 해 나가고 있는 기분이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이전과는 뭔가 하나라도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커진다. 실제로도 다소곳하거나 얌전한 성격은 아닌데 주로 그런 역할을 맡다보니 개인적으로는 갈증이 있었다.
Q. 실제 경험을 많이 떠올리기도 했나.
고나은: 어렸을 때는 세경이와 비슷한 면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짝사랑을 할 땐 단지 내 마음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보면서 다소 맹목적인 면도 있었던 것 같다. 성격적으로도 ‘밀고 당기기’를 잘 못하는 편이라 사랑하다 상처받기도 하고(웃음)… 다 경험인 것 같다.
Q. 결혼에 대한 생각도 드라마를 하면서 좀 달라진 부분이 있나.
고나은: 나이가 한두 살 먹어갈수록 ‘사람 만나는 게 쉽지 않구나’란 생각은 한다. 결혼이라는 게 ‘사랑’만으로도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순진한 나이도 지났고(웃음)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좋아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그 외의 조건들은 마음이 맞은 다음에 고려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결혼의 여신’을 통해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Q. ‘결혼의 여신’이 다양한 커플들의 결혼 이야기를 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재벌가와의 혼사에 따른 갈등 등 다소 뻔한 전개로 ‘올드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고나은: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은 아쉽다. 하지만 여러 커플의 이야기를 모아내고 조합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은 작업인 것 같다. 결혼이라는 주제로 시청자들에게 좀더 새롭게 다가가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결혼에 대한 다각적인 관점을 보여준 것은 작품의 미덕인 것 같다.
Q. 걸그룹 출신으로 이제는 안정적으로 연기자로 자리잡은 것 같다.
고나은: 가수로 활동하다 연기자로 데뷔하는 게 예전에는 이례적이라 그만큼 편견도 많았던 것 같다. ‘쟨 가수 출신이라 잘 못해’라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더 부담감 느끼면서 연기를 해 온 건 사실이다. 그래서 강세정이라는 본명 대신 ‘고나은’이라는 예명을 짓기도 했고. 매번 고민의 순간을 거치며 여기까지 온 것 같아 때론 대견스럽기도 하다.(웃음) 지금은 어린 친구들에게 기회도 많이 열려있고 자기 나이대에 맞는 다양한 역할이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부럽다.
Q. 연기자로서 욕심도 커지는 시기일 것 같다.
고나은: 코미디 연기를 해 본 적이 없어서 꼭 도전해보고 싶다. 발랄하고 유쾌한 느낌의 극이 개인적으로 끌리기도 하고. 어떤 작품이든 새롭고 도전적인 느낌이 있다면 가리지 않고 해 볼 생각이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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