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메디컬 탑팀’ 9회 2013년 11월 6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장용섭(안내상) 과장은 집요하게 서주영(정려원)을 연구원으로 보내려 하고, 주영은 완강히 버티지만 쉽지 않다. 상황을 알게 된 승재(주지훈)는 주영을 도우려 하지만, 주영은 이를 말린다. 한편 승재는 ‘탑팀’을 두고 다른 속셈을 가진 혜수(김영애)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혜수는 태신(권상우)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회복되어 가고 있던 나연(고원희)은 급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지고,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한다. 이에 나연의 사망 원인을 두고 태신의 실수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뷰
의학 드라마의 극적 클리셰들을 모두 모아보았지만, 여전히 ‘메디컬 탑팀’은 자신만의 ‘한 방’, 즉 무기가 없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무료한 흐름을 깨지 못했다. 의학 드라마들이 비슷한 배경과 여건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인기를 보장할 수 있었던 것은 최대한의 극적 클리셰에서도 단 하나, 자신만의 무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만의 무기’는 대개 캐릭터에서 나왔다. 어차피 주로 외과를 배경으로 하는 국내 의학 드라마 여건 상 수술은 기본 배경이 되고,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는 항상 꼬인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캐릭터들의 입체감이고, 이 캐릭터의 입체감이 결국 드라마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 ‘메디컬 탑팀’은 상황상 모든 클리셰의 집합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사이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메디컬 탑팀’은 어떠한 매력적인 캐릭터도 내어놓지 못한 채 침몰해 가고 있다.

결정적으로 ‘메디컬 탑팀’에는 ‘매력있는 어른’이 아무도 없다. 의학 드라마에서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극의 축을 잡고 있는 ‘어른’은 반드시 필요하다. 필수적으로 ‘성장’의 코드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 드라마의 특성을 생각해 보자면 이러한 ‘어른’의 존재는 더욱 절실하다. 주변의 상황을 빨아들여 단단히 무게를 잡아 줘야만 의학 드라마의 다른 캐릭터들은 이를 발판 삼아 갈등을 만들고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다. ‘굿 닥터’의 김도한(주상욱)이 그러했고, ‘골든타임’의 최인혁(이성민)이 그러했다. 적어도 그들은 특성상 여러 에피소드들이 따로 놀 수밖에 없는 의학 드라마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 다른 주변 인물들이 되돌아 올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줬다.

하지만 ‘메디컬 탑팀’에는 이처럼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제 자리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캐릭터, 즉 ‘어른’이 없다. 성숙한 태도로 흔들리는 캐릭터들을 잡아주고, 그와 동시에 자신 자체가 강한 갈등요소가 될 수 있는 인물이 없는 것이다. 태신(권상우)은 애초에 ‘천재 외과의’라는 설정 외의 다른 성격은 흐릿했고, 한승재(주지훈)는 힘겹게 과장의 자리로 올라간 것에 비해 놀랍도록 순진한 모습으로 극에 혼란만 더하고 있다. 캐릭터가 제대로 된 어른이 되지 못할 바에야 아주 서툴지만 화끈하게 ‘남자’의 느낌이라도 나야 하는데 드라마의 특성상 그것조차 쉽지 않다. 혜수 역시 평범한 악역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장용섭 과장의 경우는 유치한 인물로 변해가고 있다. 그나마 서주영의 캐릭터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다른 캐릭터들의 유치한 장난 앞에 무기력해 질뿐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캐릭터들은 일제히 매력을 잃어가고 있고, 덕분에 드라마 역시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산만하게 흘러가고 있다. 의학 드라마 같은 경우 극을 지배하는 인물이 분명 필요하다. 더구나 ‘메디컬 탑팀’처럼 애초에 콘셉트만 있을 뿐,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았던 드라마의 경우 더욱 극의 동기가 될 강력한 캐릭터가 필요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야기는 휘청거렸고, 캐릭터들은 그나마 있던 자신만의 매력도 내려놓았다. 인물들은 한 없이 유치해지고 있고, 이야기는 클리셰를 따라갈 뿐 최소한 클리셰가 가지고 있는 매력 조차 꺼내보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클리셰가 갖고 있는 인물의 매력조차도 끌어내지 못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소재는 없다. 그리고 드라마는 결국 캐릭터의 전쟁터다. 믿고 싶은 캐릭터, 따르고 싶은 캐릭터, 사랑하고 싶은 캐릭터가 얼마나 다채롭게 존재하느냐가 결국 드라마의 성패를 가른다. 경쟁작인 ‘상속자들’이 쫀쫀한 하이틴 로맨스를 펼치며 풋내 나는 김탄(이민호)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비밀’이 탄탄한 이야기 위에 조민혁(지성)의 매력으로 모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때, 기껏 ‘메디컬 탑팀’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천재 의사의 눈물 뿐이다. 어쩌면 이 싸움의 패배는 캐릭터의 패배다. 그리고 이는 안일한 방식으로 의학 드라마를 풀어가려 했던 ‘메디컬 탑팀’의 가장 실수다.

수다 포인트
- 왜 때문에 항상 의사들 첫사랑은 병원에서 만나게 되는 거죠?
- 김탄과 조민혁의 여심 전쟁터에서 살아남으시려면, 박태신 선생이나 한승재 선생이나 매력 탑재 좀 진작 하시지 그러셨어요.
- 김인숙을 K라 부르던 공순호 회장님, 이번에는 W. 이니셜 놀이에 재미 붙이셨나 봐요?

글. 민경진(TV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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