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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커’를 아시는지. 최근 동 시간대 10회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극의 강자로 우뚝 선 KBS2 ‘비밀’로 인해 탄생한 신조어다. ‘비토커’는 ‘비밀’에 빠진 시청자를 일컫는 말로 극 중 강유정(황정음)에 집착을 보이는 조민혁(지성)에게 부쳐진 ‘조토커(조민혁+스토커)’에서 유래한 말이다. ‘비밀’은 스릴러 영화를 연상시키는 사건 전개와 감각적인 연출, 무게감 있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덧 4회 방송만을 남겨둔 ‘비밀’이 수많은 ‘비토커’를 양산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토커의 시선으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비밀’ 속 의외의 순간 TOP6을 뽑아봤다.

S#01 비밀노래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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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에게 청혼을 작정한 안도훈(배수빈)은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불렀고, 자신에겐 통 관심이 없는 민혁에게 마음을 전하려한 신세연(이다희)은 파티장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플라이 투 더 문(Fly to the moon)’을, T.G.I 프라이데이스를 찾은 민혁은 유정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10. ‘비밀’의 제작진은 알고 있었을까.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배수빈의 노래 실력은 정말 정직했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긴장한 듯 떨렸고, 노래를 듣는 시청자도 긴장하게 했다. 이다희는 아름다운 얼굴만큼이나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플라이 투 더 문’을 불렀다. 이에 질세라 ‘조토커’ 지성과 전 걸그룹 슈가의 멤버 황정음도 앙증맞은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불러 풋풋한 느낌을 전했다. 이처럼 모든 배우가 노래 실력을 뽐냈던 드라마가 전에도 또 있었을까. 연기만 잘해서는 살아남긴 힘든 세상이 온 듯하다.

S#02 재벌2세의 남다른 서민 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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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의 집을 밥 먹듯이 드나들던 민혁은 실제로 유정의 집에서 식사까지 하게 된다. 노씨 아지매의 성황에 못 이긴 듯 받아먹었던 고등어조림에 이어 유정이 차려준 아침상까지, 그렇게 ‘조토커’의 약점은 ‘집 밥’인 것으로 드러났다.

10. T.G.I 프라이데이스에서의 식사를 즐기는 재벌2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즈음 지성은 마지막 한 방으로 먹방계 샛별로 등극한다. 고등어조림과 정음이 준비한 아침 밥상에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에서는 상류층 생활의 고단함을 넘어 식탐까지 읽혔다. ‘비밀’ 속 민혁의 캐릭터가 뻔한 상류층 인물로 각인되지 않은 이유는 이토록 세세한 설정까지 갖춘 대본의 힘이 컸다.

S#03 ‘조태근 내과’는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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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방송된 12회에서 유정과 민혁이 마주한 버스정류장에는 간접광고가 의심될 만큼 커다랗게 ‘조태근 내과’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10. 이스터에그(제품 곳곳에 사용자 몰래 숨겨놓은 메시지나 정보)는 컴퓨터 프로그램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비밀’이 이토록 많은 팬을 양산한 데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 속 소품 하나하나에도 공을 들인 제작진의 공이 컸다. ‘비밀’ 제작진은 “정류장에 적힌 ‘조태근 내과’는 극 중 지성의 배역 조민혁과 그의 실명 곽태근의 합성어”라며 “특별히 내과로 설정한 이유는 유정의 상처받은 마음을 민혁이 따뜻하게 치유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고 밝혔다.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장면과 소품이 등장한다는 것, ‘본방사수 후 복습 필수’라는 드라마 ‘비밀’의 인기 요인이다.

#04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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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을 남몰래 사랑하는 도훈은 일 핑계를 대며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나 하자며 세연은 자신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감자탕 집으로 데려가고, 자신을 ‘그림 그리는 여자’라고 소개한 세연의 싹싹한 태도를 본 박계옥(양희경)과 안인환(강신일)은 며느리라도 본 듯 반색한다.

10. 정말 몰랐을까. 도훈은 자신의 어머니 계옥의 계산적인 성격을 알면서도 세연을 부모님께 데려가 부모님의 반응을 짐짓 모르는 체한다. 과연 “편안한 마음으로 밥 먹으러 왔다”는 그의 말은 진심이었을까. 상류층 생활이 몸에 익은 세연도 그런 그의 속셈을 전혀 몰랐다는 듯이 도훈의 부모에게 싹싹한 태도로 말을 붙인다. 의외로 순수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심성을 지닌 세연과 도훈은 이야기가 전개되며 ‘팜므파탈’과 ‘배신의 아이콘’으로 거듭나 시청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선사한다.

#05 이 여자가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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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I 프라이데이스의 사활이 걸린 자금유치를 위해 민혁과 함께 미팅 장소에 동석한 유정은 “우리 소스는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는 말과 함께 즉석에서 오이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이어 민혁의 생일을 기억한 유정은 선물이라며 ‘밥통으로 찐 크림빵’을 전한다.

10. 대기업 외식 부문 사업의 사활이 소스 하나에 달려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더 놀라운 것은 사업상 미팅 자리에 처음 배석한 황정음의 태도다. 마치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제1원칙이라는 사실을 다년간의 아르바이트를 통해 체득한 듯 즉석에서 요리를 만들어 내놓는다. 이어 민혁의 생일을 기억한 유정은 민혁에게 선물로 ‘밥통에서 찐 크림빵’을 선물했고, 생전 처음 수제 크림빵을 선물로 받은 민혁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오른다. 강유정, 알고 보면 정말 무서운 여자다.

#06 광수는 비토커도 웃음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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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의 오른팔 광수(최웅)은 민혁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유정을 지켜보며 창밖에서 조용히 미소 짓는다. 이어 유정의 친구들이 민혁에게 생일빵을 날릴 때는 전에 본 적 없는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소주병 마이크를 받아들고는 박상철 ‘무조건’을 부르며 웃음을 자아낸다.

10.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키로 민혁의 질문에 “네”, “아니오”로만 답하던 최광수는 ‘비밀’의 후반부에 이르러 자신의 이름 두 자를 시청자에게 각인시켰다. 얼어붙은 표정으로 ‘무조건’을 부르거나, 창밖에서 노래를 들으며 리듬을 타는 모습은 이전의 이미지와 더욱 대조를 이뤄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극의 흐름에 소소한 웃음을 주는 광수, 그 차별화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최웅의 비상은 머지않은 미래의 일일 듯하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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