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1994′ 속 신촌하숙집에는 경상남도 사천시 남부의 도심지역을 일컫는다는 곳, 아득한 바다마을 삼천포에서 온 삼천포(김성균)도 살고, 갈대가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전라남도 순천(순창 아님!)에서 온 해태(손호준)도 살고,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전라남도 여수에서 온 정대만(도희)도 산다. 그리고 구수한 충청북도에서 온 빙그레(바로)도 있다. 무엇보다 경상남도 마산에서 온 나정이(고아라)와 쓰레기(시레기라고도 불림, 정우)도 신촌하숙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좁디좁은 한반도 땅덩이에 이렇게 많은 언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신촌하숙집의 아침, 저녁 상 앞에 모인 이들은 다양한 사투리를 소화하는데. 이곳에서만큼은 깍쟁이 서울사람이 낄 자리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준비한, 사투리 활용설명서.
“자막을 입혀주세요!”라고 간곡히 청하는 일부 서울사람들을 위해 신촌하숙의 ‘유행어(?)’들의 활용법을 소개해보겠다.
칠봉이 나정의 ‘맞나?’에 폭소를 터뜨리게 되는 장면
1. 맞나? (서울어 번역 : 맞아? 정말이야?): ‘서울남자’ 칠봉이(유연석)를 웃게 만든 바로 그 대사! 해태를 짜증나게 만든 바로 그 대사! 바로 ‘맞나?’.
경상도 마산에서 온 나정이와 경상도 삼천포에서 온 삼천포를 비롯해, 나정이의 엄마(이일화)가 즐겨쓰는 말이다.
활용법) 상대가 어떤 말을 할때 추임새 정도로 넣는 말인데. 건성으로 대답할 경우 맞.나.로 짧게 하고, 반응에 영혼을 불어넣어 할 때는 ‘맞’에 강세를 넣고 ‘나~’를 길게 빼면 된다. ‘맞!나~’. 그래서 경상도 사람이 ‘맞.나’라고 말할 때는 굳이 ‘어! 맞어!’라거나 ‘아니. 맞지는 않아’라고 대답을 하면 안된다. 대답하면 서로 어색해지거나 맞는다.
예) 친구와 대화할 때
A : 야, 그거 알아? 어제 전공 시험에서 나 A+ 떴어!
B : 맞나?
A : 야야야야, 너 그거 아니? 옆 반에 민호랑 신혜랑 드디어 사귄다더라!
B : 맞!나~~
TIP) 어른에게는 ‘맞나’라고 대답하면 안된다. 존대어 버전은 ‘맞습니까?’ 내지는, ‘그렇습니까?’ 정도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 싸움이 붙었다. 경상도는 “쫌”이라는 말로 금지를 표하기도 한다
2. 쫌! (= 와 이라노! 서울어 번역 : 그만해, 하지마! 혹은 아, 왜 이러니? 정말!)활용법) 금지를 뜻할 때나 짜증을 내고 싶을 때 언제나 쓸 수 있는 말이다. 간혹 PLEASE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예) 시레기같은 오빠와 대화할 때
A : 나정아, 쫌(=PLEASE) 와바라. 1분만! 급하다!
B : 야, 니 쫌! (= 그만해라의 의미)
새벽부터 일어나 동생 대신 밥을 짓고, 설거지까지도 해주는 오빠 “놀믄 모하노”를 로맨틱한 말로 만들었다
3. 놀믄 모하노 (서울어 번역 : 놀면 뭐하겠어, 그냥 내가 할게)활용법) 상대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을 때, 하지만 생색을 내고 싶지 않을 때 시크하게 사용하면 된다.
예) 연인과 대화할 때
A : 어머, 정말 오빠가 이걸 다 준비한거야? 대박이다! 나 감동받았어!
B : 놀믄 모하노.
TIP) 존대어 버전은 ‘놀믄 뭐합니까’라고 하면 된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다 모인 신촌하숙,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될 때도 있다
4. 천지 삐까리가 (서울어 직역 : 천지에 널려있니? 의역 : 많아? 혹은 흔해?)활용법) 어떤 사물이나 상황이 많은지 혹은 흔한지 재차 확인할 때 쓰면 된다.
예) 고향이 서로 다른 친구와 대화할 때
A : 야, 너 삼천포에서 왔으면 생선은 진짜 많이 먹었겠구먼.
B : 어. 맞다. 삼천포에는 생선반찬이 천지삐까리다.
부록) 경상도와 전라도의 싸움의 기술
‘응답하라 1994′의 2편 ‘우린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 편에 등장한 삼천포와 해태의 싸움을 다시 들어보자.
삼천포 : 우와, X낀 놈이 썽낸다 카드만 고만 키보드로 입을 조 잡아 째뿐다.
해태 : 뭐라고? 야, 너 돌이킬 수 없는 실수하지마라. 캄캄하다고 눈에 비는 게 없냐 지금?
삼천호 : 니나 하지마라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해태 : 눈깔 확 뽑아다가 깍두기랑 오독오독 씹어볼랑까.
삼천호 : 우와 니 말 진짜 무섭게 하네. 니 싸움 좀 잘하나? 싸움 좀 잘 한다고 이렇게 함부로 해도 되는 거가.
해태 : 그만해라.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하지말라 했다. 슬슬 올라온다, 나 지금.
삼천호 : 올라온나. 올라온나. 마, 밑에 사람 다 올라와가지고 극정 끼처 드리면 진짜 좋겠네.
해태 : 걱정! XX야, 걱정!
삼천포 : 그래 극정, 말귀도 못 알아듣나.
해태 : 말도 못하는 XX랑 뭐하고 있는지 모리겠네.
:: 밑줄 친 문장을 분석해보면, 경상도는 상대를 협박할 때 잔인한(?) 행위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전라도는 그 행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협박한다. 서울 사람이 봤을 때 둘 다 무서운데 이런 미묘한 차이 탓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서 서로를 무섭다고 말하는 삼천포와 해태. 그래도 결국은 다 같은 사람이다. 삼천포와 해태는 이 싸움을 계기로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글,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tv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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