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메디컬탑팀’ 8회 방송화면 캡쳐
MBC ‘메디컬 탑팀’ 8회 2013년 10월 31일 목요일 오후 10시 30분다섯 줄 요약
성우(민호)의 고교 후배인 나연이 사고로 복부와 흉부에 철근이 박힌 채 응급실로 오고, 태신(권상우)과 주영(정려원)은 수술 집도에 들어간다. 같은 시간, 광혜그룹의 자금운용본부장이 교통사고로 실려오고, 승재(주지훈)는 아버지의 지시로 태신에게 나연의 수술을 대신해 본부장의 수술을 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태신은 더욱 응급한 상황의 나연을 수술하겠다고 하고, 결국 주영이 장용섭(안내상) 과장의 수술을 돕는다. 두 사람은 무사히 깨어나지만, 본부장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기억 장애를 겪는다.
리뷰
여전히 사내 정치와, 의료의 휴머니즘, 그리고 각 개인이 가진 사연이 삐걱거리며 부딪혔다. 익숙한 환경의 이야기인 만큼 새로운 것, 혹은 기존에 보여줬던 것들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모두 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빠졌기 때문인지 ‘메디컬 탑팀’은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이것 저것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는 뒤늦은 실험에 나섰다.
장용섭(안내상)이 주영(정려원)과 두고 펼치는 은근한 신경전은 날이 서 있다기 보다는 차라리 유치한 사내 정치에 지나지 않고, 태신(권상우)이 끈질기게 안고 가는 고집은 때로 천재성을 가릴 만큼 고지식하고 재미가 없다. 성우(민호)가 보여주는 지난 과거의 개인사는 뜬금없다. 한참 아진(오연서)과의 관계가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 때쯤, 등장한 성우의 첫사랑은 성우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작위적 설정처럼 보일 뿐 극에 어떠한 흥미도 부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거기에 태신의 생모와 과거의 트라우마는 그야말로 ‘전개를 위한 내용’처럼 보일 정도로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탑팀’의 목적은 불분명했다. ‘협진팀’이 만들어져야만 하는 목적은 있었지만, 이를 보는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설득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탑팀’이 가진 설득력이 빈약했던 만큼, ‘탑팀’은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 동력을 잃었다. 정치적인 목적이 시작이었다면 한승재(주지훈)와 신혜수(김영애)는 ‘탑팀’의 주축이 되어 정치적인 동력을 충분히 제공해줘야 했다. 그리고 ‘최고의 협진팀’으로서의 설득력 또한 태신과 주영 위주의 비중과 환자의 케이스가 다소 애매한 방향을 띄며 방향을 잃었다. 전문적인 부분을 몰라도 언뜻 외과에서 해결 가능한 영역이 굳이 ‘탑팀’으로 가야 하는 이유는 ‘납득되지 않는 정치적 까닭’일 뿐이다.
이처럼 ‘탑팀’이 스스로 존재의 이유와 갈등의 동력을 제대로 얻어가지 못하면서 ‘탑팀’은 병원 내에서 애물단지가 된 상황만큼이나 애매한 위치에 섰다. 애초에 원했던 방향이 무엇이든 그것을 잃은 것은 분명해 보이고, 이제와 뒤늦게 의학 드라마에서 해 볼 수 있는 내용을 모두 끌어모아 시도해 보며 ‘가능한 영역’을 애써 실험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 실험 조차도 제대로 매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캐릭터의 개인적인 영역도, 사내의 유치한 정치적 영역도, 의료의 제대로 된 휴머니즘의 영역도 ‘메디컬 탑팀’은 무엇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메디컬 드라마가 그간 비교적 손쉽게 불패의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갈등과 서스펜스를 만들기 가장 좋은 이야기와 상황들이 있는 곳이면서도, 그 안에 드라마와 감동을 함께 녹여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멜로도 가능하지만,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가족극도 가능하고, 트렌디와 코미디, 세련된 전문직 드라마의 흉내까지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메디컬 드라마는 단순한 듯 하면서도 복합적인 장르를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메디컬 탑팀’은 그 모든 좋은 재료와 상황을 앞에 두고서도 이를 좋은 완성품으로 만들어 내는 데 실패했다. 결정적으로 원하던 이야기를 뚝심있게 밀어붙이지 못했고, 결국 그것은 이 드라마가 안일한 구성으로 만들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스스로 확신이 없기에, 사소한 반응과 상황에도 쉽사리 흔들리는 것이다.
‘메디컬 탑팀’ 이전 등장한 ‘굿 닥터’는 적어도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는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탑팀’은 ‘탑팀’이라는 소재만 있었을 뿐,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에 대한 실체가 없었다. 지금 ‘탑팀’이 실패를 할 수 밖에 없게 된 건, 결국 ‘무엇’에 대한 방향을 잃었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협진팀’은 아무런 의미도 소용도 없다. 중요한 건 이 ‘협진팀’이 무엇을 해 낼 수 있냐는 것이다.
오늘도 ‘탑팀’은 열심히 수술을 한다. 그러나 ‘탑팀’의 수술 성공과는 별개로 여전히 ‘메디컬 탑팀’은 어려운 실험 속에서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최고가 끝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궁금한 건 이 ‘최고의 의사’들이 과연 ‘어떠한 것’을 해 낼 수 있느냐다.
수다 포인트
- 오늘도 역시 최인혁 교수님을 콜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 회장의 총애를 받는 대기업 본부장이 운전을 직접… 하나요?
글. 민경진(TV 리뷰어)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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