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가을, 여기저기서 ‘슈스케’, ‘슈스케’를 외쳐댔다. 마침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던 기간인터라, 처음에는 내한하는 일본의 인기배우 이름이겠거니 했었는데, 알고 봤더니 그 해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줄임말이 슈스케였다.

케이블채널 Mnet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는 방송 시작 이후, 순식간에 인기를 끌어 모았다. 돌이켜보면 시작되기 전 잡음도 존재했다.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의 ‘짝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도 ‘슈퍼스타K’를 보며 ‘아메리칸 아이돌’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중 가장 강력한 네임밸류를 얻는데 성공했다.

‘슈퍼스타K’의 찌를 듯 한 인기는 지상파로까지 전이됐다. MBC는 허둥지둥 ‘위대한 탄생’을 만들기 시작했고, SBS는 이를 조금 더 변형시킨 10대 들의 가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를 선보였다. 그런 한편,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SBS ‘기적의 오디션’과 가수들끼리의 경쟁 프로그램인 MBC ‘나는 가수다’,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KBS2 ‘TOP밴드’등 숱한 변종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딱 5년 만인 2013년, 시즌5를 맞은 ‘슈퍼스타K’는 예전 같지 않다. 한 때 20%에 육박하며 지상파를 위협했던 시청률은 이제 3%까지 떨어졌다.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줄을 세우던 출연자들의 음원을 향한 반응 역시도 올해는 잠잠하다.

이런 광경에 가장 어리둥절하고 있는 이들은 실은 방송가 사람들. 과연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놓고 방송계에서는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슈스케5′ 출연자 김민지 박재정 박시환(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1. 스타성 부재

하락세의 원인으로 올해 ‘슈퍼스타K’에는 스타성이 있는 출연자가 부재하다는 점이 자주 거론된다. 심사위원인 가수 이승철은 지난 27일 트위터에 “이번 슈스케5를 보면서 기존 가수들의 방향도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가창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감이죠. 존재감 없는 엔터테이너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 어느 세계에서나 마찬가지겠죠?”라고 적어, 출연자들의 스타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출연자의 문제로만 바라보기보다, 실은 너무나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오디션에서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의 수들을 봐온 시청자들이 이제는 어디서 한 번은 본 듯한 출연자들의 스토리텔링이나 매력에 큰 흥미를 못 가진다는 것에 있다.올해는 마시따밴드나 미스터파파, 그리고 기존 가수생활을 했던 한경일 등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들이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점은 하나의 실패요인으로 분석될 만하다. 그러나 올해도 박재정, 박시환, 김민지 등 대중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출연자들은 있었다. 다만, 미국에서 온 박재정은 어딘지 로이킴(시즌4 우승자)을 떠올리게 하고, 김민지 역시 장재인(시즌2 출연자)과 유승우(시즌4 출연자)와 겹친다. 박시환 역시도 제2의 허각(시즌2 우승자)으로 불리는 등, 제작진이 여러 차례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는 실은 전 시즌이다”라고 말한 것 그대로 ‘슈퍼스타K’의 전 시즌이 발목을 잡고 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가수 선발 오디션 인만큼, 보컬로 좌중을 압도할만한 출연자들이 절실한데 웬만한 매력을 가진 출연자들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봐왔던 시청자들은 시즌 초반에 나왔더라면 신선했을 법한 출연자들에게도 익숙한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버스커버스커나 로이킴 등 ‘슈퍼스타K’ 출신 스타들을 둘러싼 노이즈들도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훼손시켰을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슈퍼스타K5′ 방송화면

2. 자극적 편집의 부재와 복잡해진 룰

‘슈퍼스타K’ 특유의 자극적인 편집이 올해는 드러나지 않았기에 대중을 잃었다는 분석도 자주 거론된다. 특히나 올해는 제작진이 작정을 하고 ‘슈퍼스타K’의 존재 이유를 강조하다보니, 초반부터 따뜻함을 부각한 스토리텔링이 주를 이뤘고 이는 그동안의 자극적인 편집에 길들여진 대중과 소통하는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방송계 내부의 평가는 다르다. 한 지상파 PD는 “시청자들은 올해 ‘슈퍼스타K’의 연출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자극적 편집을 덜어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을 것”이라며 “올해는 더구나 시즌3 출연자 버스커버스커 브레드의 폭로성 인터뷰가 논란이 된 만큼, 자극적 편집을 고집했더라면 프로그램을 둘러싼 잡음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제작진의 판단미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제작진은 ‘변화’에 목을 맸고 그 결과 블랙위크 등 새로운 룰이 추가됐지만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도 이해를 할 수 없는 측면이 있어 혼란을 가중시켰다.

합격과 탈락을 두고 지난 시즌에도 시청자들과 ‘밀당’을 해온 ‘슈퍼스타K’는 패자부활전을 없애겠다고 말한 이번 시즌에는 복잡해진 룰 속에 이를 또 반복하다보니 보는 이의 머리를 엉키게 만들었다.

3. 쉽게 질려하는 국민성과 바뀐 예능 트렌드

또 하나, 쉽게 끓지만 또 쉽게 식고 마는 국민성을 꼬집는 이들이 있다. 미국의 경우, ‘아메리칸 아이돌’이 시즌10까지 안정적 인기를 유지하는 것과 다르게 한국의 경우는 ‘슈퍼스타K’가 시즌5에서 벌써 ‘위기론’이 제기되는 것에는 무엇이든 쉽게 끓어오르다 쉽게 식고 마는 국민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물론 여기에는 5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 너무도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긴 것도 한몫했다. 우후죽순 생겨난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홍수는 오디션 피로도라는 말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예능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올해 들어 예능계는 MBC ‘아빠 어디가’나 ‘진짜 사나이’를 기점으로 관찰 예능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제작진의 개입이 최소화된 다큐식 예능은 치열한 경쟁을 주요 서사로 하고 분명한 틀이 존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확실히 결을 달리한다.



‘슈퍼스타K5′ 방송화면

위기론에 휩싸인 ‘슈퍼스타K’. ‘슈퍼스타K’의 하락세를 향한 분석들은 이렇듯 여러 갈래로 나뉜다. 프로그램 출연자에게 혹은 제작진에게 원인이 있다고 보는 분석도 있고,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분석도 존재한다.

그래도 여전히 ‘슈퍼스타K’는 현존하는 국내 가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지원자들이 도전장을 내미는 최대 규모의 프로그램이긴 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스타 서인국, 허각, 존박, 울랄라세션, 버스커버스커, 김예림, 로이킴, 정준영 등만 해도 다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교해봤을 때 독보적이다. .

Mnet 관계자는 “‘슈퍼스타K’ 이전의 음악 시장은 아이돌 음악이 차트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이후에는 보다 다양한 색깔의 참가자들이 음원 시장에 영향을 끼치면서 가요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슈퍼스타K’는 또한 단순한 프로그램의 의미를 넘어,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상징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프로그램의 존재가치를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슈퍼스타K’는 그 어떤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도 따라잡기 힘든 제작 기간, 제작비, 다수의 인력이 투입돼 다년간의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 획일화된 음악 산업 구조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색깔을 가진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려는 취지로 다양한 예선 지원 플랫폼을 개발하고 전국 단위 지역 예선, 생방송 경연, 심사 방식,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한 독특한 구성과 편집 등 고민의 흔적도 많다. 이는 실제로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형이 됐다”고도 말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는 그들을 향한 대국민의 시각이 바뀐 와중에도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존재가치를 설득시킬 수 있을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Mnet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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