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Mnet ‘슈퍼스타K’ 시리즈. 현재 다섯 번째 ‘슈퍼스타K’는 이제 TOP4만이 남아 기적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서인국, 존박, 허각, 버스커버스커, 김예림, 로이킴 등 수많은 기적들을 배출하며 원조의 위엄을 뽐내왔던 ‘슈퍼스타K’. 그러나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방송 전 제작진은 끊임없이 “지난 시즌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각오를 드러냈지만, 지금까지는 제작진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슈퍼스타K5’는 4주간 미션을 수행하는 블랙위크와 투표로 다음 단계 진출자를 선발하는 ‘국민의 선택’ 등 이전에 없던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 새로운 시도들이 과연 효과적이었을까? ‘슈퍼스타K5’에 대한 점수를 매겨 본다.

1. 예선 – ‘슈퍼스타K’라는 명성에 진정성을 담다. : 91점

‘슈퍼스타K5′ 방송화면

우선 심사위원 이하늘의 합류는 성공적이었다. 이하늘은 힙합 분야의 식견을 갖추고, 조금 더 알찬 심사평을 했기에 ‘슈퍼스타K’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원조 심사위원 윤종신의 컴백은 ‘슈퍼스타K’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사상 처음으로 예선 현장을 공개한 것도 ‘슈퍼스타K5’를 앞둔 제작진의 각오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다부진 각오만큼 예선은 알찬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동안 ‘슈퍼스타K’의 예선 방송은 눈물샘을 짜는 사연팔이와 ‘인간극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구성으로 감동과 부담을 한꺼번에 안겼다. 하지만 송희진, 김대성 스테파노, 장원기 등의 사연은 필요한 수준에서 적절히 수위를 자제했다. 대신 박시환과 같은 사연으로 ‘슈퍼스타K’로 ‘꿈’을 이룬다는 덕목을 강조했다. 송희진의 ‘기억 속의 먼 그대에게’ 등 주목 받은 예선 참가자의 음원도 방송 이후 바로 공개하면서 화제성을 키웠다. 장원기와 김민지 같이 주목받은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진정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담으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보였다.

‘슈퍼스타K’ 특유의 ‘낚시 편집’도 잊지 않았다. 차인표-신애라의 아들의 출연처럼 궁금증을 일으키고 끝을 맺은 후, 다음 편에 공개하는 방식이나 ‘내 삶의 반’을 불렀던 가수 한경일(박재한)의 예선 참가 등 화제가 되는 소재로 한 회 내내 이야기를 이끄는 것도 여전했다. 이렇듯 예선은 ‘슈퍼스타K’만의 연출을 보이면서도 ‘슈퍼스타K5’만의 진정성을 담았다.

2. 슈퍼위크 – 더 진부해진 편집과 레전드 무대의 상실 : 70점


슈퍼위크부터 ‘슈퍼스타K5’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슈퍼위크는 참가자들을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미션으로 참가자들의 역량을 확인하는 마치 지옥훈련관 같은 시기. ‘슈퍼스타K2’에서 김지수-장재인의 ‘신데렐라’나 시즌3의 버스커버스커-투개월의 ‘줄리엣’ 같이 매번 레전드 무대가 탄생됐던 시기이기도 하며, ‘슈퍼스타K’표 악마의 편집이 도마 위에 올라 방송할 때마다 화제성을 낳기도 했던 시기다.

제작진은 방송에 앞서 “스토리는 왜곡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재미있는 악마의 편집은 올해도 계속될 예정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기대하거나 우려하는 ‘악마의 편집’은 시즌2의 김그림의 경우와 같이 참가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편집. ‘슈퍼스타K5’는 김재휘와 쓰레기스트의 갈등 등 자신의 조를 버리거나 떠나는 인간의 이중적인 심리에 치중한 편집을 선보였다. 조를 바꿀 기회를 준다며 일부러 갈등 상황을 유발하는 듯한 늬앙스도 보였다. 예선에서 강조했던 진정성과 꿈보다는 또 다시 자극적이고 부담스런 악마의 편집을 보인 것.

이 때문에 참가자의 음악적인 역량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역대급’ 참가자들의 참여 소식에 레전드 무대를 기대했던 사람들의 실망만 쌓여갔다.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드러머 신석철이 포함된 마시따 밴드나 한국 최고 세션 연주자들로 구성된 미스터파파는 제대로 된 보컬의 부재 속에서 시청자들을 감동시키지 못했다. 콜라보레이션 미션이지만, 어느 참가자들의 노래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악마의 편집보다도 참가자의 제대로된 역량이 드러내야 할 시점이었다.

3. 블랙위크 – 빈 수레가 요란하다 : 75점


최악의 슈퍼위크를 보낸 제작진이 뽑아든 회심의 카드는 블랙위크다. 블랙위크는 지금까지 짧은 시간, 소모적으로 진행된 슈퍼위크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4주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참가자들을 평가하기 위해 신설됐다. 여기에 “패자부활전은 없다”는 선언으로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라이머, 신사동 호랭이, 하림 등 슈퍼 프로듀서 군단의 합류도 눈길을 끌었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100인의 평가단도 생겼다.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을 제공해서일까. 블랙위크의 첫 번째 미션인 라이벌 미션에서 다행히도 주목받은 무대들이 쏟아졌다. 송희진과 정다희의 ‘유앤아이(U&I)’부터 플랜비와 네이브로의 ‘아틀란티스 소녀’, 김나영과 장원기의 ‘스트리트 라이프(Street Life)’ 등 많은 곡들이 호평을 받았다. 플랜비, 위블리 같은 재조합팀의 선전도 돋보였다. ‘허니지’를 잇는 ‘슈퍼스타K’ 심사위원의 안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라이벌 미션이 끝난 직후였다. 100인의 평가단에 의해 점수가 갈린 참가자는 마치 정말 탈락한 듯 좌절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말 패자부활전이 없어요?”라는 말을 반복한다. 이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려는 낚시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청자 우롱이었다. 방송 이전 “4주간의 평가로 생방송 진출자를 결정한다”는 제작진의 홍보와는 다르게 마치 정말 탈락한 듯한 낚시 편집으로 오히려 시청자를 혼란에 빠트린 셈. 게다가 이선영PD는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 참가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다”고 했지만, 아일랜드 미션의 참가자는 일부분이었다. 게다가 섬에서 부른다고 ’아일랜드 미션’인가. 참가자들에게 휴식을 제공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메리트를 찾아볼 수 없었던 아일랜드 미션이었다.

슈퍼 프로듀서 군단의 존재감도 아쉬웠다. 화려한 인지도의 사람들이 합류했지만, 단체 연습을 하는 가운데 옆에서 몇 마디 거드는 식의 참여가 보일 뿐. ‘슈퍼스타K’를 보는 묘미는 참가자들의 눈에 띄는 성장이었지만, 슈퍼 프로듀서에 의한 성장이 눈에 띄지 않았다.

4. 생방송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 77점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생방송이지만,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박시환, 정다희, 김나영, 변상국, JJQ 중 ‘국민의 선택’으로 마지막 생방송 진출자를 뽑는다는 발상은 시청자의 참여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있지만 수많은 형평성 논란을 낳았다. 숙소 생활부터 트레이닝 과정, 게다가 변상국의 군 생활 여부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 ‘국민의 선택’은 화제성 대신 상처만 남겼다.

생방송의 묘미 중 하나는 한 달 간의 합숙 생활로 인해 변화된 참가자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 정은우와 위블리 같은 비쥬얼로 주목 받은 참가자들은 빛을 보기도 전에 일찌감치 탈락했다. 김민지도 오히려 예선전이 더 귀여울 정도로 촌스런 메이크업을 하고 나타났다. 음악적으로도 무리수가 계속됐다. 신석철이 속한 마시따밴드와 아카펠라 보컬그룹 네이브로의 합체도 시간 부족으로 어수선함만 남긴 채 첫 생방송에서 탈락했다. 또한 탈락자 후보 중에 한 명을 구제하는 두 번의 국민의 선택과 두 번의 심사위원 선택은 궁금증보다 혼란을 안겼다.

강승윤 ‘본능적으로’, 버스커버스커 ‘막걸리나’ 등 매번 레전드를 만들었던 심사위원 미션도 이번에는 조금 일찍 TOP6의 미션으로 진행됐지만, 화제성을 낳지 못했다. 그나마 장원기의 ‘미안 미안해’로 잠깐 주목받았지만, 장원기는 탈락했다. 다행히도 숙소 생활 동안 벌어지는 참가자들의 우정이나 호흡은 변치 않아 뮤직비디오 촬영 등 매방송 깨알 같은 재미를 자아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슈퍼스타K5’의 최고의 순간은 임순영과 아버지의 생방송 돌입 직전의 통화다. 그전까지 아들을 믿지 못하고, 화만 내던 아버지는 ‘슈퍼스타K5’ 방송을 통해 아들의 진심을 접한다. 그리고 어렵게 “네가 그 정도 열정을 가진지 몰랐어. 부모 마음이 다 그렇지. 다 잘되기를 바라는 거지. 사랑해 좀 크게 이야기해라”고 이야기한다. 누군가가 꿈을 펼칠 장소를 마련한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응원한다는 것. 노래로 진심을 주고받고, 소통한다는 것. ‘슈퍼스타K’가 만들어온 진정한 기적이다.

처음 ‘슈퍼스타K5’의 기적을 보여준 이는 박시환이다. 박시환은 현재 가장 팬덤이 큰 참가자이기도하다. 이러다 박시환의 꿈으로 시작했던 ‘슈퍼스타K5’가 박시환의 우승으로 끝나는 건 아닐지.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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