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라면 사건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초호화 캐스팅을 내세운 ‘카운슬러’가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지다니. 지난 주말 북미 극장가는 ‘카운슬러’의 추락을 지켜봐야 했다. 29일 북미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25일부터 27일 주말 3일간 ‘카운슬러’가 벌어들인 수익은 달랑 784만 달러다. 마이클 패스벤더, 하비에르 바르뎀, 브래드 피트, 카메론 디아즈, 페넬로페 크루즈가 출연하고, ‘더 로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유명한 코맥 맥카시가 각본을 쓰고,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의 오프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치다. 이쯤이면 감독과 배우와 작가 모두의 자존심이 손상될 수 있는 상황이다. 흥행보다 그들을 더 괴롭히는 것은 평단의 좋지 못한 평가다. 순 제작비가 비교적 적은 2,500만 달러라는 점이 제작사에겐 위안이겠지만, 자존심을 먹고 사는 배우들에는 큰 위로가 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어차피 이 배우들이 몸값을 낮추면서까지 ‘카운슬러’를 선택한 건, 흥행보다는 작품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 테니까.
2013.10.25-27 북미박스오피스 성적
초상집 분위기의 ‘카운슬러’와 달리, ‘잭애스 프리젠트: 배드 그랜파’는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잭애스’의 네 번째 시리즈 ‘잭애스 프리젠트: 배드 그랜파’는 같은 기간 3,205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그래비티’를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순 제작비 1,500만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수익일 뿐 아니라, 시리즈 중 두 번째로 높은 오프닝이다. 앞선 시리즈들에 이은 4번째 1위 등극이기도하다.ADVERTISEMENT
잭애스 시리즈 오프닝 성적 비교
‘그래비티’는 ‘잭애스 프리젠트: 배드 그랜파’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개봉 한 달 만에 2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수익하락률이 양호하다. 32.9% 빠져나간 2,013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누적 1억 9,964만 달러로 2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지난 주 2013 개봉 영화 흥행 10위에 오른 영화는 현재 ‘크루즈 패밀리’를 제치고 9위로 올라 선 상태다. 이번 주 개봉하는 ‘엔더스 게임’에게 많은 수의 아이맥스 상영관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입소문이 워낙 좋아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그래비티’는 현재 해외에서 1억 6,44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월드와이드 3억 6,404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2013년 개봉 영화 월드와이드 순위 1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캡틴 필립스’가 1,164만 달러(누적 6,991만 달러)로 3위에 자리한 가운데, 5위 자리를 사수한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는 1억 달러 돌파의 기쁨을 맛봤다. 전편의 기록 1억 2,487만 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주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데뷔한 클로이 모레츠의 ‘캐리’와 아놀드 슈왈제네거-실베스터 스탤론의 ‘이스케이프 플랜’은 별다른 반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각각 6,7위로 떨어졌다. 각각 598만 달러, 455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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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북미 흥행 순위
개봉 2주차를 맞은 ‘12 이어스 슬레이브’는 18개관에서 124개관으로 상영관을 확대하며 12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헝거’ ‘셰임’으로 주목받은 스티브 맥퀸의 신작으로 미국 흑인 솔로몬 노섭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엔 ‘카운슬러’의 브래드 피트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출연한다는 사실이다. ‘그래비티’와 함께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 후보로 거론중이라는데, 두 배우가 원한 것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의 현재 누적수익은 339만 달러. 대작들에 견줄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진짜 흥행은 지금부터다. 작은 영화의 힘을 보여주지 않을까 예상된다.이번 주 개봉하는 ‘엔더스 게임’, ‘라스트 베가스’, ‘프리버드’
이번 주에는 인기 SF 소설을 영화화한 ‘엔더스 게임’, 마이클 더글러스-로버트 드니로-모건 프리먼-케빈 클라인 등 노장배우들이 함께 하는 ‘라스트 베가스’, 애니메이션 ‘프리버드’가 북미 극장가를 찾아간다.글, 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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