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별관 세트장. 어두침침한 세트장 한편에서는 허세달(오만석)네 가족의 둘째 딸 허영달(강예빈)과 호시탐탐 며느리 왕호박(이태란)의 돈을 노리는 극성맞은 시어머니 박살라(이보희)의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기 전에는 실제 모녀사이처럼 살갑게 이야기를 주고받다가도 이내 촬영 스텝의 외침과 함께 호흡을 다잡았다. NG 한 번 없이 단번에 자신들의 분량을 소화 내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니 ‘왕가네 식구들’의 인기 이유를 단박에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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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식구들’은 ‘가족’이라는 개념적인 단어보다도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식구’라는 단어에 방점을 뒀다. 두런두런 식탁에 둘러앉아서 찌개에 같이 숟가락을 넣어 밥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은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집에 살아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왕가네 식구들’이 식구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유독 드라마 속에서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세트장 한편에 마련된 임시 주방에서는 밥 먹는 신에 필요한 소품 준비가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빈틈없이 적힌 촬영 일정표를 바라보던 조리 담당은 “오늘은 다 같이 밥 먹는 신이 없어서 그렇지 평소에는 이것(준비한 음식)의 두 세배는 더 준비해야 한다”며 가족드라마의 고충을 털어놨다. 마침 다음 신을 위한 음식 준비에 분주하던 조리 담당은 “이 음식들은 다 촬영 전에 미리 만들어 오는 건데, 촬영이 끝나면 배우들과 제작진이 모두 먹어치워서 남는 게 없다”며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는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같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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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거 내꺼야!” 어느샌가 의상을 갈아입고 나타난 이윤지는 촬영장을 거니는 잠깐의 시간 동안에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영화 ‘깡철이’ 속 유아인의 어머니 순이 역으로 눈물의 연기를 선보인 김해숙은 촬영 전 이윤지와 리허설을 하며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웠다.
주방에서 촬영이 끝나자마자 사라진 ‘광박이’ 이윤지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 의상이 바뀐 채 ‘왕가네’ 마당 샌드백 앞에선 그녀는 ‘왕가네 식구들’을 통해 재발견한 몸개그 실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실제 녹화를 방불케 하는 액션으로 바닥을 굴렀다. NG 한 번 없이, 일말의 어색함도 없이 ‘나름의 액션신(?)’을 소화해낼 수 있었던 데는 끊임없는 리허설과 본인의 노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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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늦은 저녁 식사가 시작될 때까지 ‘왕가네 식구들’의 세트장은 쉴 틈 없이 분주했다. 촬영이 지체될까 다음 신의 의상을 준비하기 위해 촬영장을 달리는 배우와 그런 배우들이 애써 잡은 감정이 깨질까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에 임하는 제작진의 태도에서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이들의 뜨거운 열정이 읽혔다. 드라마의 메시지만큼이나 따뜻했던 ‘역지사지’의 태도 촬영에 임하는 배우와 제작진들, 그 뜨거운 열정이 브라운관을 넘어 시청자의 마음에 가닿는 일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의 일일 것만 같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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