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 하나의 가족’(감독 김태윤, 제작 또하나의가족제작위원회)은 일명 ‘삼성공화국’을 다뤘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화에 의문을 제기한 이들이 많았다. 사실, 영화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는 게 보다 적확한 표현일 터.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영화를 만든 이들은, 투사로서 의지를 불태웠기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진심에 마음을 열게 되었다는 게 정확한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 ‘또 하나의 가족’ 제작현장

영화의 소재가 된 실화 속 주인공 황상기씨가 딸에게 “노조같은 데는 가입하지 마라”고 했었지만 딸을 잃고서 밤을 새워 소송을 준비하게 되었듯, 영화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셈이다. 영화의 씨앗은 김태윤 감독이 속초의 택시기사 황상기씨에 대한 기사를 2011년 여름 접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뿌려졌다. 황씨는 고등학교 졸업반인 딸을 우리나라 최고의 반도체 회사에 보냈지만 딸은 2년만에 백혈병에 걸려 돌아오고, 병원으로 향하다 황씨의 택시에서 숨을 거둔다. 딸과 같은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하다 병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황씨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겠다고 하고, 주변인들은 이를 말린다. 밤을 새워 공부한 황씨는 결국 승소하게 된다. 김태윤 감독은 ‘또 하나의 가족’ 공식 사이트에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평범한 속초의 택시기사가 해낸 것입니다. 그것은 작지만 큰 승리였습니다”라며 “이 싸움의 과정 자체가 제게는 너무 큰 감동이었습니다. 과연 이 소재를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속초로 황상기씨를 찾아 갔습니다”라고 적었다. 실제 황씨를 만난 김 감독은 꼭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하지만, 사람들이 황씨를 말렸든, 김 감독은 주변의 만류에 부딪힌다. 대체 누가 출연하고, 누가 투자를 하겠냐는 것. 사실 ‘잔혹한 출근’( 2006)을 연출하고 ‘용의자 X’(2012)의 각본을 쓰는 등 주류 영화계에 속해 있던 그가 이같은 길을 나설 이유가 없어 보였지만 그는 영화인으로서 자신의 결심을 지켜나갔다. 그 덕분일까. 황상기씨의 사연에 감동받은 뛰어난 영화 배우들과 스태프가 돕겠다고 나섰고 몇몇 후원자들도 나타났다.

영화 ‘또 하나의 가족’ 촬영현장



2012년 8월, 김 감독은 10년지기인 윤기호 프로듀서에게 영화를 맡기게 된다. 우연히 결혼식장에서 만난 자리에서였다. 윤 피디는 “내가 원래 켄 로치 영화 때문에 이 판 들어왔잖아”라며 “난 진심으로 응원해. 도울 일 있으면 말해”라고 했다가 얼결에 피디 제안을 받게 되었고, ‘이 영화는 정말 좋은 작품이 되어서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해. 하지만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힘겨울 것이고, 나 같이 겁 많은 사람은 엄두도 못 내는 일이니, 진심으로 형이 존경스럽다. 그러므로 나는 뒤에서 당신을 응원할테니, 잘 만들어주라. 영화는 꼭 보러갈게’ 라고 생각했던 윤 피디는 ‘거절’을 위해 시나리오를 읽는다.

한 시간 후, ‘멍하니 담배를 한 대 피게 된’ 윤 피디는 이 사건의 자료를 검색해보고, 1차 공판이 끝난 뒤 “유미야. 아빠가 해냈다. 아빠가 약속을 지켰어”라는 황상기씨의 인터뷰에 가슴이 아프고 뜨거워졌다. “처음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시절의 감정이 자꾸만 돋아나는 걸 느꼈다. 더는 머뭇거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그렇게 올 3월18일 크랭크인한 영화는 한달여간 촬영 후 편집을 하고, 이달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전세계 영화인들 앞에서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순제작비 10억원 중 약 1/4 정도를 클라우드 소싱을 통해 모금했고, 여전히 모금은 진행 중이다.

글. 이재원 jjstar@tenasia.co.kr
사진제공. 또하나의가족제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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