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사람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근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네 명의 MC 유희열, 컬투(정찬우 김태균), 성시경의 이력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라디오 DJ 출신이라는 것. 최근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에 이어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있는 ‘감성변태’ 유희열,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MBC ‘컬투의 베란다쇼’의 두 MC 컬투, 그리고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사냥’의 ‘욕정발라더’ 성시경까지, 이들이 방송가 핫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각 프로그램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PD와 작가에게 그 인기 비결을 물었다.
JTBC ‘마녀사냥’ 방송화면 캡쳐
첫 번째 이유, “들리는 라디오? 이제는 보이는 라디오다!”여기서 질문 하나. ‘뭘 좀 아는 남자들의 여자이야기’인 ‘마녀사냥’의 원래 제목이 지금과 달랐다면? ‘마녀사냥’을 연출한 정효민 PD의 말에 따르면 ‘마녀사냥’의 제목에는 히스토리가 있다. 처음 기획할 때의 가제는 ‘섹쇼’, 그리고 ‘마녀사냥’ 이전의 제목은 ‘빨간 라디오’다. 라디오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마녀사냥’은 일정 부분 라디오의 콘셉트로 꾸며졌다. ‘마녀사냥’ 1부 ‘너의 곡소리가 들려’가 대표적인 사례로 시청자의 사연을 받아 그것을 재연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MC의 역할이다. 그 중심에는 MBC FM4U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의 DJ 성시경이 있다. 입대 전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의 DJ로 늦은 밤 뭇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그는 제대 후 DJ로 복귀해 한층 농익은 진행능력을 드러냈다.
특히 그런 성시경의 진행능력은 ‘마녀사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버럭’하는 남자친구 역할부터 사랑에 아파하는 여자의 목소리까지 신들린 목소리 연기를 펼치는 그는 “과연 DJ답다”는 찬사를 이끌어내며 ‘마녀사냥’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마녀사냥’의 김지윤 작가는 “성시경은 라디오 콘셉트의 1부 진행을 매끄럽게 이끌 뿐만 아니라 사연에 몰입해 읽을 때 감정을 살리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전했다.
컬투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녕하세요’의 연출을 맡은 KBS 한동규 PD는 “일반인의 사연을 받아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콘셉트는 컬투가 진행을 맡은 라디오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나 ‘안녕하세요’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대본을 미리 주지 않는데도 내용에 맞게 목소리 연기를 하거나 감정을 넣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김태균의 천의 목소리 연기와 정찬우의 개그 감이 더해져 ‘안녕하세요’는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는 장수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쳐
두 번째 이유,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하는 경청의 힘!”4년.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유희열이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DJ를 맡아 청취자를 만난 시간이다. 90년대를 주물렀던 그룹 토이의 중심 유희열이 최근의 인기를 얻는 데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크게 작용했다. 뮤지션이자, DJ로 대중을 만났던 그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감성변태’, ‘매의 눈’ 등의 수식을 얻으며 방송계 핫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기획 단계에 참여했던 이예지 PD는 “유희열이 KBS 음악프로그램의 MC를 맡게 된 데에는 뮤지션이라는 점과 함께 DJ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한몫했다”며 “DJ 출신의 방송인들은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같이 현장공개 녹화를 통해 다수 방청객과 호흡하는 프로그램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다”고 전했다.
라디오라는 특수한 매체 속에서 청취자의 사연을 경청하는 능력을 키운 DJ들은 실제로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실시간 반응을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이어 이 PD는 “최근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이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 DJ 출신의 방송인들이 설 자리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타인의 말에 경청하는 능력은 컬투와 성시경에게서도 두드러진다. ‘안녕하세요’와 ‘마녀사냥’이 시청자의 사연을 놓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컬투와 성시경이 두 프로그램을 만난 것도 이들의 능력과 프로그램의 성격이 잘 맞아 떨어진 사례이다.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화면 캡쳐
세 번째 이유, “가수? 개그맨? 의외성은 나의 힘!”아무리 다년간의 라디오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할 터. DJ 경력을 바탕으로 한 네 남자의 활동전략은 너무나도 달랐다.
유희열은 최근 다수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19금 개그능력 외에도 뮤지션으로서 음악적 재능을 방송에 녹여내는 능력을 갖췄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게스트로 출연한 뮤지션들의 무대에 참여하며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꾸몄음을 물론이고, 최근 ‘무한도전’에도 방송인이 아닌 뮤지션으로 출연했다. 뛰어난 음악 실력에 적절한 예능감과 진행능력을 더하는 것, 지난 19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 날고 기는 방송인들 사이에서 유재석과 호흡을 맞춰 진행을 봤던 것도 방송가에서 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컬투의 가치는 다재다능함에 있다. 개그맨 출신인 정찬우와 김태균은 일 년에 수십 차례 콘서트와 연극 무대를 꾸밀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뽐내고 있다. 특히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두 사람 간의 호흡이다. ‘안녕하세요’의 한동규 PD는 “정찬우는 속마음에 있는 말을 돌직구로 던지는 스타일로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김태균은 익살스러움을 바탕으로 포용력 있는 진행을 맡는다”며 “다년간 공연 및 방송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이 콤비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두 사람의 호흡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성시경은 ‘마녀사냥’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다. 지난 2000년 사이버 가요제 뜨악 페스티벌의 대상을 받으며 발라드의 황태자로 등극한 그는 활동하는 내내 달콤한 목소리와 젠틀한 외모로 여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성시경은 ‘마녀사냥’에 출연하며 DJ에 이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진행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지만, 자신의 내밀한 욕망을 마음껏 드러낸 탓에 ‘욕정 발라더’, ‘나쁜 옆집 오빠’ 등의 굴욕적인 수식을 얻어야 했다. 이에 ‘마녀사냥’의 김지윤 작가는 “성시경은 ‘마녀사냥’을 통해 남자 팬이 늘었다는 것에 ‘앨범 내는 것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항상 정제된 모습만 보이다가 최근 다양한 모습을 통해 본인의 호감도가 올랐다는 것에 만족하는 눈치”라며 “새로운 이미지를 얻은 만큼 앞으로 그가 음악 활동 외에도 활약할 만한 영역이 넓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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