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에 ‘새드무비’로 데뷔한 여진구는 이후 오랫동안 누군가의 아역이었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에서 여진구는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아닌 그냥 여진구를 연기한다. 드라마의 시작이 아닌 전체를 책임지고, (소녀들에게 선사할)꽃다발 대신 총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김윤석이라는 대선배와 나란히 어깨를 견줬다. 열일곱 여진구에게 ‘화이’는 달콤 씁쓸한 성인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진구는 물 흐르듯, 말랑말랑, 나이에 맞게 애쓰지 않고 살 거라고 말한다. 부러 어른스러운 척 하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더 속 깊어 보인다.

‘화이’ 홍보와 시트콤 ‘감자별 2013QR3’ 촬영으로 여진구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삼청동에서 인터뷰가 약속된 시간, 여진구는 파주에 발이 묶여 있었다. 홍보사로부터 여진구가 이제야 파주에서 출발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45분쯤 지났을까. 파주에서 날아온 여진구는 머리에 집게핀을 꽂은 채 헐레벌떡 인터뷰 장소로 뛰어 들어왔다. 부스스 헝클어진 머리 아래로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진구의 모습이 어찌나 기묘하던지. “어쩜 좋아. 귀엽잖아!”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와 버렸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여진구의 낮은 목소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묵직하다. 이번에는 ‘어쩜 좋아, 너무 감미롭잖아!’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여 본다. 성인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시간을 달리는 소년 여진구와의 대화를 공개한다.

Q. 와, 정말 살인적인 스케줄이네요.
여진구: 이렇게 바쁜 건 데뷔 이후 처음인 것 같아요.

Q. 잠도 거의 못 잤다면서요. 많이 자야 키가 크는데.
여진구:
한숨도 못잔 건 아니에요. 어제 무대 인사를 했는데 아빠들(김윤석,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박해준)께서 오늘 제 스케줄을 아시고는 일찍 들어가라고 배려해 주셨거든요. 주변 분들이 잘 챙겨주셔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Q. 체력이 좋은가 봐요.
여진구:
네, 그게 뭐 나쁘지 않은… 하하하.

Q. 개봉 첫 주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어요.(21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78만 8,590명). 기분 어때요? TV 시청률 확인하는 것과 영화 관객 수 확인하는 건 다를 텐데요.
여진구:
드라마는 여러 번 하다 보니, 이제 시청률로 인기의 정도가 가늠이 돼요. 그런데 영화는 아직 모르겠어요. 감이 안 잡혀요. 드라마와 영화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특히 영화는 무대인사라는 걸 하잖아요. ‘화이’에 기대를 품고 오신 분들에게 인사를 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떨리더라고요. 다양한 인사말을 하고 싶은데 막상 무대에 서면 긴장을 해서 얼어버려요. 그래서 첫 날 무대인사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사합니다!”만 했어요. 아빠들은 멘트를 조금씩 바꾸시는데, 저는 계속 같은 말만 해서 나중에는 민망했어요.(웃음)

Q. 돌발 상황은 없었어요?
여진구:
아빠들이 즉흥적으로 노래랑 춤을 시킬 때가 있어요. 처음에는 저한테만 시키다가 나중에는 서로 시키더라고요. 워낙 무대인사 경험이 많으시다보니,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아요. 그런 즉흥적인 것들이 재미있어요. 따라다니면서 많이 걸 배웠죠.

Q.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여서 아직 못 봤다고 들었어요. 사실 의심이 가요. 정말 못 봤을까.
여진구:
어우, 진짜 못 봤어요. 저도 내심 기대했어요. 당당하게는 아니어도 뒷문으로 몰래 들여보내주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전혀요. VIP 시사회 때 아빠들은 다 함께 영화관으로 들어가는데, 저만 경호원에 의해 대기실로 옮겨졌어요.


Q. 조인성의 아역으로 출연한 ‘쌍화점’도 못 봤다고요.
여진구:
네. ‘쌍화점’도 아직 못 봤어요.

Q. 몰래 봤을 줄 알았어요. 그 또래 남학생들은 19금 영화 다운받아 보고 그러잖아요.(웃음)
여진구:
하하하하. 많이들 그러겠죠. 그런데 저는 집에서 컴퓨터를 거의 안 해요. 집에 있을 때는 TV를 보거나 잠을 자요. 집에 있는 날도 거의 없어요.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쉬는 날에도 친구들 만나고 그래요.

Q. ‘화이’ 찍으면서 장준환 감독님과 함께 일기를 썼다고 들었어요. 어떤 내용을 썼는지 알려줄래요?
여진구:
여러 가지였어요. 화이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나이가 초등학교 1,2학년 때라는 가정 하에 화이가 썼을 법한 얘기들을 담았어요. “오늘도 아빠들이 ‘피칠갑’을 하고 왔다” 식의 여러 가지 설정들을 상상하면서 썼죠. 이게 화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멀게만 느껴지던 화이를 가깝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Q. 평소 여진구도 일기를 써요?
여진구:
아니요! 절대요!(웃음) 기억은 남기고 싶은데 그걸 글로 쓰고 싶지는 않아요. 떠오르는 이미지로 남기고 싶은 저만의 로망이 있어요.

Q. 로망까지? 그게 왜 로망일까요.
여진구:
잘 모르겠어요. 과거를 떠올렸을 때 중요 핵심 이미지만 삭삭 지나가는 게 더 멋있는 것 같아요.

Q. 좋은 기억으로 조작하고 싶은 게 있군요.
여진구:
하하하. 그런가 봐요. 나쁜 기억은 잊고 싶으니까.

Q. 촬영할 때 쓴 화이 일기는 보관하고 있어요?
여진구:
네. 가지고는 있는데 들춰볼 용기가 안나요. 그때는 화이에 한창 집중할 때라서 열심히 썼는데, 지금 보면 ‘왜 이런 걸 쓴 거야?’ 싶어져요. 뭔가 오버해서 쓴 것 같고. 이를 테면 이런 거예요. “아빠들이 오늘은 슬퍼 보인다. 내가 이해를 해야지…” 하는 글들. 아~ 오글오글! 정말 못 보겠더라고요.(웃음)

Q. 남자들이 우글거리는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여진구:
재미있었어요. 아빠들이 농담으로 “우리에게 여자는 필요 없어. 여진구가 있으니까!” 하면서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화이’가 어두워서 자칫하면 영화현장도 다크해 질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아빠들께서 화기애애한 현장을 만들어주셔서 즐겁게 촬영했어요. 놀라웠던 건 아빠들이 연기할 때는 정말 무섭게 몰입하세요. 그런데 ‘컷’ 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시는데… ‘아~ 확실히 선배는 선배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Q. 듣자하니, 아빠들이 술을 마실 때 여진구는 착하게 잠을 잤다고요.
여진구:
네. 아빠들이 “오늘 모여!”하면, 저는 “화이는 잘게요” 그래요. 그럼 아빠들이 “(아빠들 목소리 흉내 내며)당연하지. 너는 자야지!” 이러시고.


Q. 여진구는 친구들과 모이면 뭐 하면서 놀아요?
여진구:
저는 술은 안마시고요. 하하. 보통의 17살 남자애들과 똑같아요. PC방도 가고 영화 보고 운동도 하고. 아니면 친구 집에 가서 떠들고.

Q. 요즘 학교는 잘 못 나가죠?
여진구:
안타깝게도 학교를 자주 빠지게 되네요.

Q. 학업을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은 없어요? 격차가 너무 벌어져버리면 ‘될 대로 되라’ 포기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여진구:
안 그래도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지지난 주에 시험을 봤어요. 고등학교 올라와서 치른 세 번째 시험이었는데 가장 못 봤지 뭐예요. 중학교 때는 공부 잘 하냐는 질문에 “잘 하지는 못해도 상위권은 돼요”라고 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올라와서 성적 얘기는 도저히 할 수 없겠더라고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어서요. 중학교 때는 솔직히 벼락치기를 많이 이용했어요. 가능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고등학교는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확실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 노력을 조금 더 하려고요.

Q. 부부싸움의 원인 중 하나가 자녀교육문제래요. 진구의 연예 활동에 대해 엄마 아빠의 의견은 일치하나요?
여진구:
저희 부모님은 하고 싶은 건 마음껏 하라는 스타일이세요. 대신 그거죠. “적극적으로 지지해 줄 테니 열심히 해야 한다. 대충할 생각이라면 때려치우고 공부해라!” 믿고 지지해 주시는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멋있게 커가는 모습을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Q.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본인의 얼굴이 어때요?
여진구:
사실 ‘해를 품은 달’ 이후에 제 얼굴이 안 변한 줄 알았어요. 그때도 동안은 아니어서.(웃음)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노안인 사람은 얼굴이 그대로 간다고. 그래서 나이가 들면 동안이 된다고. 그래서 그대로라고 믿고 있었죠. 그런데 얼마 전 ‘해를 품은 달’ 재방송을 봤는데, 내 모습이 되게 어려 보이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거울을 다시 보니 얼굴이 더 성숙해져 있더라고요.

Q. 성숙해진 지금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요?
여진구:
그만 좀 성숙해졌으면 좋겠어요. 노안 소리는 싫은데. 하하.

Q. 얼굴보다는 목소리 때문에 어른 같다는 얘기를 더 듣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더 저음이네요?
여진구:
‘해를 품은 달’ 때보다 더 내려간 것 같아요. 그때는 변성기 끝 무렵이었고, 지금은 완전히 자리 잡은 상태에요.

Q. 목소리를 여진구의 장점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요. 영화 못 봤다고 해서 아쉬운데 ‘화이’에서 특히나 근사하게 나왔어요.
여진구:
목소리는 조금만 더 높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저음이다 보니 대사 전달력이 떨어져요. 뭔가 웅얼웅얼하는 느낌이 들고요. ‘해를 품은 달’때 특히 심했어요. 변성기 목소리를 사용할 줄 몰라서 그냥 평소대로 대사를 했거든요. 그래서 음향 감독님과 의논해서 톤을 잡기도 했어요. “진구야, 솔직히 대사 전달력이 떨어진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한두 톤 정도 올려서 대사를 해도 충분히 감정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이후부터 목소리를 높여서 연기했어요.

Q. 목소리로 신뢰를 얻은 남자배우들이 몇몇 있는데, 여진구에게도 목소리가 좋은 무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여진구:
저는 사실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던 아이에요. 아예 말을 안 하고 다닐 정도로요. 그래서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쇼크였어요. “내가?” 이랬던 기억이 나요.

Q. 또래 남자 아역 배우 중에 친한 친구 있어요?
여진구:
많아요. (박)지민이 형과도 친하고, 지금은 성인이 됐지만 (이)현우 형과도 친하고. 남자들 중에서는 제가 어린 편이에요.

Q. 최근 ‘범죄소년’ ‘뫼비우스’의 서영주 군과도 자주 거론이 되던데, 최근 영주 군이 인터뷰에서 “‘화이’ 오디션을 봤다가 최종에서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여진구:
아, 그래요? 몰랐어요. 영주가 저보다 한 살 어린가? 영주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오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뭐랄까. 악한 것도 아닌 것이 선한 것도 아닌 것이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얼굴이어서 좋았어요. 청소년관람불가여서 ‘뫼비우스’는 못 봤지만 포스터에 나온 얼굴도 좋더라고요. 고개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Q. 그렇다면 여진구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 같아요?
여진구:
어… 요즘 꽃미남 배우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제 팬 중에 한 분이 “진구는 꽃은 아니”라고, “진구는 돌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단단한 돌”이요. 그래서 감사하다고는 했는데, 사실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웃음)

Q. 꽃미남이고 싶어요?
여진구:
아니요. ‘돌미남’도 괜찮은 것 같아요. 하하하.

Q. 김윤석 씨도 그런 말을 했더라고요. “진구가 꽃미남과가 아니라서 굉장히 사랑하고 있다. 우리 계보를 잇게 하고 싶다”고. 그 계보라는 게 굉장한 연기파 배우를 뜻하는 걸 알죠?
여진구:
어떻게 보면 외모보다 연기로 승부해야 한다는 의미… 하하.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니, 굉장한 칭찬이죠. 너무 감사드려요.

Q. 어떤 남자가 멋있는 것 같아요?
여진구:
저는 진짜 남자상을 좋아해요. 키도 크고 건장한! 누구라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남자.

Q. 캐릭터로 보면 누가 있을까요?
여진구:
울버린?

Q. (웃음)진짜 ‘상남자’네요? ‘해를 품은 달’에서 “잊어달라 하였느냐. 잊어주길 바라느냐. 미안하구나. 잊으려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는 고백으로 누나 팬들의 죽어 있는 연애세포를 깨웠어요. 열여섯에 이훤을 연기했는데 ‘너를 잊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았어요?
여진구:
몰랐어요. 지금도 모르고요. 감독님이 감정을 설명해주셔서 겨우 촬영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솔직히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있을 수 있는 말인가요? 아우, 너무 오글거려요. 남자친구들에게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 하면 큰일 나요. 좋아하는 여자에게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상상할 수가 없어요.

Q. 여진구 안에 로맨틱한 면, 없어요?
여진구:
저는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요, 분위기잡고 이런 걸 잘 못해요. 민망하잖아요. 그래서 ‘보고싶다’ 할 때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달달한 대사를 하면서 제가 제 입을 자르고 싶고… 그런데 선배들이 그러세요. “진구 쟤는! 여자를 아주 막 휘두를 것 같다”고.


Q. 그럴 것 같아요. 내가 봐도.
여진구:
어우, 아.니.에.요!(웃음)

Q. 지금 남고 다니죠?
여진구:
네. 그래서 너무 편해요. 조심할 것도 없고. 괜히 이상한 소문 날 걱정도 없고.

Q. 소문이요?
여진구:
장난 잘못 치면 “둘이 좋아하나봐” 하는 소문이 나요. 한창 이성에 관심이 많을 나이들이다보니 그런 거에 민감한 것 같아요.

Q. 이성끼리 친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여진구: 네!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 Q. 조금 더 크면 그 생각, 달라질걸요? / 여진구: 하하. 다른 선배들과 똑같이 말씀하시네요? 다들 그러시더라고요. 크면 다시 얘기 해보자.(웃음)

Q. 아주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잖아요? ‘내가 또래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구나’ 자각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우월감은 없었어요?
여진구:
우월감 같은 건 없었어요. 저는 친구들과 있을 때는 그냥 여진구로 돌아가요. 차이를 두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가령 미술을 하는 친구가 있다고 쳐요. 그 친구의 소질이 너무 뛰어나서 많은 분들이 인정해 준다고 해서, 제 눈에 그 친구가 아주 특별해 보이지는 않아요. 그냥 ‘잘 하는구나’ 이런 느낌이지 우월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Q. 여진구는 ‘안티’가 거의 없어요. ‘안티’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역도 많은데 말이죠.
여진구:
아, 그런가요? 하하하. 안티는…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는데요, 저는 안티가 있어도 그렇게 나쁠 것 같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냉철하게 봐 준다는 의미잖아요. 어떤 분이 “여진구 너무 뚱뚱해!” 라고 하면 그 말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하나의 의견이니까요. 그리고 스스로의 단점을 객관적으로 보는 게 쉽지 않잖아요. 자기 단점을 찾는데 유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Q. 독한 ‘안타’를 못 만나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요?(웃음) 진구는 객관적인 평가에 목이 마른가 봐요.
여진구:
네. 칭찬도 좋지만 가끔은 ‘쓴말’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저는 부모님이 표현을 아주 냉철하게 해주시는 편인데, 그 외에는 지적을 해주는 분이 거의 없어요. 엄마 아빠는 그걸 아니까 더더욱 ‘쓴말’을 하시고요. 촬영하고 집에 들어가면 오늘은 뭐가 부족했고, 연기연습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하는 말들을 더 많이 하세요. 어릴 때는 그게 서운하기도 했어요. 힘들게 촬영하고 왔는데 나쁜 점을 더 많이 지적하니까 억울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엄마 아빠도 그런 얘기하느라 힘드셨을 거예요. 충고라는 건 관심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많은 아역배우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내가 아역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까’인 것 같아요. 스스로가 너무 어른스러워 보이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는 여진구는 어때요? 그런 고민이 또래 친구들보다 덜한가요?
여진구:
모든 건,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무리 어른스럽다고 해도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어른들처럼 정극멜로를 할 수는 없잖아요. 한다고 해도 보시는 분들이 어색해 하실 거고, 저도 부담이 될 테고요. 반대로 성인이 돼서까지 아역연기를 하면 반감을 느끼실 거예요. 결국 모든 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빨리 아역에서 벗어나야지’ 하는 생각은 안 해요. 많은 분들이 “이번 ‘화이’로 아역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라고 해 주시는데, 저는 이게 기회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성인연기로 가려는 목적으로 ‘화이’를 한 것도 아니고요. 캐릭터만 좋다면 아역 연기를 멀리하지는 않을 거예요.


Q. 누군가의 아역 연기를 할 수 있는 시기도 얼마 남지 남았어요.
여진구:
그러니까요. 그래서 아쉬움이 있어요. 그리고 아역연기가 굉장히 재미있어요. 극 초반 시청률이 중요하다보니, 감독님들도 신경을 엄청 쓰시거든요. 긴장과 기대가 섞여 있는 현장이 흥미로워요.

Q. 언젠가 여진구의 아역이 나타날 텐데, 그것도 참 재미있겠네요.
여진구:
이번 ‘화이’에서 있었어요.

Q. 아! 그렇구나!
여진구:
저로서는 진짜 새로웠어요. 아이에게 칭찬인지 모르겠는데, 제 눈에는 애가 저랑 막 닮아 보이는 거예요. 나도 아직 어린데 내 아역을 보고있자니 오묘했어요

Q. 그동안 ‘서양골동과자점 앤티크’의 주지훈, ‘쌍화점’의 조인성, ‘예의없는 것들’의 신하균 드라마 ‘일지매’의 이준기, ‘타짜’의 장혁, ‘자이언트’의 이범수, ‘보고싶다’의 박유천,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 아역을 연기했어요. 좋다/나쁘다.를 떠나서 여진구의 취향상 닮고 싶은 배우의 이미지는 어느 쪽이에요?
여진구:
너무 많아요. 저는 많은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항상 새롭고 싶어요. 그럴 수 있을까요?(웃음)

글,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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