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페스티벌’ 각 회 스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MBC가 한동안 주춤했던 단막극 들판에 다시 불씨를 지폈다. 지난 2일 첫 전파를 탄 MBC ‘드라마 페스티벌’은 총 10부작으로 기획된 단막극 시리즈로 경쟁력 있는 젊은 감독과 신인, 기성작가의 만남을 통해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제작됐다.특히 이번 방송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고화질(풀 HD)보다 화질이 4배 이상 선명한 초고선명(울트라 HD) 영상제작이 가능한 UHD(Ultra High Definition) 초고화질 시네마카메라 및 울트라프라임렌즈, 양제뉴 옵티모 줌렌즈 등 고가의 장비를 이용해 촬영단계부터 최종 완성본에 이르는 전 과정을 UHD 워크플로우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기대 속에 방송된 ‘드라마 페스티벌’ 1회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극본 노해윤 연출 이성준)과 2회 ‘불온’(극본 정해리, 문수정 연출 정대윤)은 각각 전국시청률 6.1%, 4.5%를 기록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오후 11시 20분이라는 늦은 시간대에 방송됨을 고려하면 단막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오는 17일 3회 ‘소년, 소녀를 다시 만나다’(극본 이지영, 연출 정지인)의 방송을 앞두고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식당에서 3회부터 6회까지 작품의 극본 집필과 연출을 맡은 신인 작가와 PD를 만났다. 1, 2회의 반응에 고무된 제작진은 ‘단막극 페스티벌’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드러내며 남은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4회 ‘잠자는 숲 속의 마녀’의 오혜란 작가(왼쪽), 이재진 PD
4회 ‘잠자는 숲 속의 마녀’의 연출을 맡은 이재진 PD는 “MBC에서 ‘단막극 페스티벌’을 제작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며 “젊은 PD, 작가, 배우들이 단막극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단막극’ 자체가 드라마 영역에서는 R&D(연구개발)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이어 이 PD는 “KBS의 경우에는 미니시리즈와 같은 기간제 드라마에서 간혹 신선한 앵글과 영상미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 단막극을 경험한 연출자들이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드라마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단막극을 경험이 없는 PD의 경우에는 드라마 연출에서 기능적인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며 “PD의 연출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단막극은 꼭 필요하다”고 힘을 주어 말해 단막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드라마 페스티벌’ 6회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의 연출을 맡은 김호영 PD도 단막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김 PD는 “‘커피프린스 1호점’(2007), ‘선덕여왕’(2009) 등 작품의 프로듀서를 맡다가 이렇게 직접 연출을 맡아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연출자로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단막극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막극 페스티벌’이 지핀 불씨가 방송가 전반에 퍼져 나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단기적으로 극적인 변화는 불러오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시도가 시작됐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클 것”이라고 답했다.
6회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의 김호영 PD(왼쪽), 김현경 작가
반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와 PD들은 단막극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최근 단막극 열악한 제작 환경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이재진 PD는 “아무래도 단막극은 제작예산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캐스팅, 촬영 등의 부분에서 제약이 많다”며 “‘단막극 페스티벌’은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제작자들과 배우들이 좋은 의도로 합심해서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지만, 실제로 단막극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또한, 4회 ‘잠자는 숲 속의 마녀’를 집필한 오혜란 작가는 “최근 방송 드라마를 멜로와 같은 특정소재에 편중된 경향이 있다”며 “단막극을 통해 소재 갈급 현상을 해소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의 균형 잡기를 계속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가에 단막극의 불씨를 지핀 ‘드라마 페스티벌’은 오는 17일 3회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15분 방송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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