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는 다 비슷하다고 여기시는 것 같은데 미묘한 차이가 있어요. 크게 처절함, 애절함, 애잔함, 애틋함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죠. 제 곡 중에는 ‘널 사랑하니까’가 처절함, ‘보이지 않는 사랑’이 애절함, ‘오랜 이별 뒤에’가 애잔함이라고 할 수 있죠. 애틋한 곡은 제가 잘 못 쓰는 부분인데… 바로 이 곡이 애틋한 노래예요.”4년 만에 새 앨범으로 컴백하는 가수 신승훈이 15일 신사동 월드팝스에서 기자들과 함께 새 앨범 감상회를 가졌다. 90년대 발라드 전성시대에 슈퍼스타로서 정점을 찍었던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 한때는 서태지와 아이들, 김건모보다도 더 큰 인기를 누렸다. 1집부터 7집까지 연속으로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한 전무후무한 기록도 가지고 있는 신승훈은 데뷔 후 20여 년간 2년에 한 번 꼴로 앨범을 발표하는 부지런함을 보였다. 2006년 10집 ‘The Romanticist’ 이후에는 ‘Radio Wave’(2008), ‘Love O’clock’(2009), 그리고 새 앨범인 ‘Great Wave’로 이어지는 3부작을 내놓았다. 11집으로 가는 과도기적인 앨범인 셈이다.
3부작 앨범에 대해 신승훈은 “영화로 치면 흥행 감독이 실험적인 단편 3편을 연속으로 찍은 것”이라며 “3부작을 만든 지난 6년은 나에겐 음악적 실험을 행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세 장의 앨범을 통해 내가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앨범 ‘Great Wave’에는 총 9곡(신곡 5곡, 리메이크 곡 4곡)이 실려 정규앨범에 준하는 규모를 가진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내가 많이 변했어’는 경쾌한 곡으로 다이나믹듀오의 최자가 랩으로 피쳐링했다. 신승훈은 “리듬은 힙합, 건반의 코드 워크는 재즈로 힙합과 재즈가 섞인 느낌의 곡”이라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Sorry’는 브리티시 록과 발라드의 경계에 있는 노래다. 신승훈은 “‘Great Wave’는 앞선 두 앨범 ‘Radio Wave’와 ‘Love O’clock’을 축약한 느낌인데 이러한 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 ‘Sorry’”라며 “브리티시 록의 로맨틱함, 호소력에 한국적인 애절함을 함께 담은 곡”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기존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신승훈이 전곡을 작곡했으며 김이나, 심현보 등이 작사로 참여했다. 신승훈은 “1집부터 7집까지는 내가 전 곡의 가사를 다 썼는데 어느 때부터 노랫말에 진정성이 떨어지고 꾸며 쓰는 모습이 보이면서 작사가를 대동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신곡 ‘그대’는 심현보가 가사를 썼다. 신승훈은 “내 노래에 ‘그대’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이 나온다. 현보와 술 한 잔 하면서 가사 이야기를 하다가 ‘그대’라는 단어에 집중해보자고 해서 나온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대’는 새 앨범에서 가장 신승훈다운 곡이다. 신승훈은 “이 곡은 예전의 신승훈을 좋아한 팬들에 대한 배려”라며 “‘Love O’clock’ 앨범의 타이틀곡 ‘사랑치’의 경우 음악인들의 호응은 좋았지만 대중에게는 어려운 곡이었다. 이번에는 그런 괴리감을 극복하려 했다. 내가 왜 사람들이 좋은 음악을 몰라줄까라고 우기는 것은 교만”이라고 말했다. 이 곡은 신승훈이 말하는 ‘처절함, 애절함, 애잔함, 애틋함’ 중 애틋한 발라드 곡이다.
디스코 리듬의 곡 ‘Love Witch with’에는 래퍼 버벌진트가 랩으로 참가했다. 신승훈은 “80년대 디스코 스타일의 도발적인 곡으로 내게는 약간의 일탈인 셈”이라며 “‘엄마야’를 공연용으로 만들었다면 이 곡은 칵테일을 즐기면서 커다란 볼륨으로 들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 곡을 만들면서는 버벌진트와 서로 좋아하는 곡을 교환하며 음악적인 교감을 나눴다고 한다.
‘My Melody’는 신승훈의 생각을 심현보가 가사로 옮긴 곡이다. 신승훈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자기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에 부합하는 노래가 바로 ‘My Melody’”라며 “팬들에게 말로 하기에 쑥스러운, 고마움을 담은 고백과 같은 노래”라고 설명했다. 앨범 ‘Great Wave’는 23일 발매된다. 11월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앨범 발매 기념 공연도 개최할 예정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도로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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