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누적 관객 수 118만 명, 폭우로 인한 총 강수량 22.7㎜, 총 41개국 535팀 약 2,600여 아티스트 참여. 2004년 처음 개최된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하 자라섬재즈)이 작년까지 기록한 숫자들이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자라섬재즈’는 3일부터 6일까지 가평 자라섬 일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가평군청 추산에 따르면 나흘간 무려 27만 명이 자라섬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자라섬재즈’는 10년간 총 누적 관객 수 145만 명을 기록하게 됐다. 가평 인구가 총 6만 2,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것은 정말로 놀라운 숫자다. 더군다나 대중에게 낯선 재즈를 테마로 하는 축제가 아닌가? 이것은 기적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니다.

6일에 찾은 자라섬은 따뜻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오늘이 지난 10년간 ‘자라섬재즈’ 중 가장 따뜻한 날”이라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강바람 추위에 겨울 잠바를 입고 있을 관객들은 반팔차림으로 옹기종기 모여앉아 재즈를 관람했다.

메인 스테이지인 ‘재즈 아일랜드’에는 야콥 칼존 3, 이브라힘 말루프, 안나 마리아 요펙, 케니 배런 트리오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자라섬의 마지막 밤을 장식했다. 스웨덴 재즈를 조명하는 ‘스웨덴 포커스’의 일환으로 무대에 오른 야콥 칼존 3는 모던한 재즈 피아노 트리오부터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이용한 공격적인 사운드를 선사했다. 프랑스에서 온 트럼펫터 이브라힘 말루프는 기타, 베이스, 펜더 로즈 등이 포함된 편성으로 록을 연상케 하는 강력한 사운드부터 중동 풍의 음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선보여 관객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했다.

안나 마리아 요펙은 폴란드 전통음악과 재즈를 결합한 이국적인 음악을 재즈의 매력을 선사했다. 올해로 칠순인 재즈 피아니스트 케니 배런은 전통에 입각한 연주로 재즈 스탠더드를 들려주며 재즈 마니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배런은 ‘자라섬재즈’ 첫날에 공연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재즈의 거장 압둘라 이브라힘을 위한 곡 ‘Song for Abdullah’를 연주했다. 거장이 거장을 기리는 연주와 함께 자라섬의 마지막 날이 고요하게 흘러갔다.



올해에는 총 61개 팀 3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자라섬을 찾았다. 압둘라 이브라힘, 리 릿나워, 스티브 갯 밴드, 랄스 다니엘손 퀄텟, 마들렌 페이루, 이로 렌탈라 등 해외 정상급 뮤지션들과 함께 나윤선 퀄텟, 정성조 퀸텟, 버드, 웨이브, 재즈합, JSFA 등 국내 팀들이 공연을 펼쳤다. 이와 함께 재즈 인재를 발굴하는 ‘자라섬 크리에이티브 뮤직캠프’, 한국 ‘재즈 쇼케이스’ 등 의미 있는 행사들도 마련됐다.

‘자라섬재즈’는 10주년을 맞아 예년에 비해 다채로운 무대를 꾸렸다. 자라섬 측은 “10주년을 맞이해 읍내로 무대를 대거 확장, 중요한 무대 4개가 낮밤으로 읍사무소와 가평역 구역사 앞에서 진행됐다”며 “읍내의 카페와 라이브 클럽에서 진행된 미드나잇 재즈 카페라는 소규모 클럽 콘셉트의 공연도 별도예매였음에도 읍내 공연 최초로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재즈 평론가 강대원 씨는 “미드나잇 재즈 카페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이로 랜탈라의 공연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이들로 붐볐다. 영상으로 봤던 놀라운 연주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자라섬재즈’가 지난 10년을 버텨올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김희준 ‘엠엠재즈’ 편집장은 “재즈시장이 지극히 빈약한 이곳에서 재즈 페스티벌이 1년에 대여섯 개씩 열린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놀랍다”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젊은 팬 층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앨범 구매와 공연 관람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 ‘재즈피플’ 편집장은 “지난 10년간 페스티벌을 꾸려온 주최 측의 노고가 고마울 따름”이라며 “음악 페스티벌을 꾸준히 열기 힘든 이 땅에서 ‘자라섬재즈’는 매년 행사를 안정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으로는 디렉터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함으로써 질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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