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개막식 사회를 본 소감이 어떤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곽부성입니다. (광둥어로) 아름다운 바다와 멋진 도시가 공존하는 부산은 이번이 3번째 방문입니다. 올해는 개막식 진행을 위해 부산을 찾게 되어 더욱 뜻 깊은 것 같습니다.” 지난해 개막작 ‘콜드 워’로 부산국제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쌓은 곽부성이 올해는 강수연과 공동으로 개막식 사회를 맡았다. ‘신조협려’ ‘도학영웅’ ‘초류향’을 좋아했던 팬의 입장에서 참으로 감개무량한 순간이다. 사대천왕(유덕화, 장학우, 곽부성, 여명)을 추억하는 이들이라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유덕화, 장학우, 여명 ‘삼검객(三劍客)’이 있던 자리에 후발 주자로 합류하면서, 아시아 뭇 여성들의 마음에 사대천왕을 흐드러지게 피게 한 이가 바로 곽부성이다. 냉방장치 기술공을 하던 곽부성은 댄서로 연예 활동을 시작, ‘천장지구2’(1992) ‘초류향’(1993) 등의 액션물 주연을 맡으며 이름을 알렸고 ‘풍운’(1998)으로 최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곽부성은 연기력에서는 유덕화만큼 인정받지 못했고 가창력에서는 장학우에 뒤졌으며 꽃미남 이미지에 함몰돼 여명만큼 획기적인 변신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아이돌 스타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배우로 인정받은 것은 2006년 금마장 영화제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스타가 아닌 배우로 인정받기를 원했던 곽부성의 연기 인생에 한 획을 그어지는 순간. 연기에 대한 그의 갈망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영화제가 한창인 지난 4일, 곧 출국 예정인 그를 만났다.
곽부성: 연예계 데뷔 이래 사회를 본 건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이다. 홍콩에서 사회라고 하면 전문 진행자가 맡는 게 일반적이다. 경험이 전무한 나를 사회자로 기용하다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위험부담을 끌어안은 게 아닌가 싶다.(웃음) 아시아 최대영화제 사회를 맡은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Q.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매끄럽게 사회를 잘 봤다.
곽부성: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함께 진행을 본 강수연 씨가 워낙 노련한 배우여서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다만 강수연 씨의 말이 끝났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멘트를 해야 하는데,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힘들었다. 예전에 가수로서 한국에 자주 왔었는데 그 기간에 비하면 한국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Q. 언제 사회자 섭외를 받았나. 수락한 이유도 궁금한데 혹시 작년에 탕웨이가 사회를 본 것이 수락에 영향을 끼쳤나?
곽부성: 섭외는 두 달 전에 받았다. 신선한 도전이라는 생각에 수락했다. 그리고 작년에 ‘콜드워’가 개막작이어서 부산에서 탕웨이의 진행을 지켜봤다. 사실 객석에 앉아서 ‘외국인 배우가 사회를 보는데 내가 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좀 했었다. 누가 더 잘한 것 같냐고?(웃음) 내가 한 걸 아직 TV로 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느낌이 많이 달랐으리라 생각한다.
Q. 부산에 오면 꼭 먹는 음식이 있나?
곽부성: 지난해에는 체류 기간이 짧아서 부산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올해는 개막식 사전 리허설 때문에 조금 일찍 왔고, 체류기간이 길다 보니 부산 곳곳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날씨가 좋은데다가 작년보다 바다가 잘 보이는 호텔에 묵어서 부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더 없이 좋다. 부산에서 꼭 먹어야지 했던 음식은… 회를 먹을까 하다가 소불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이틀 연속 소고기를 먹었는데 오늘은 해산물을 먹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머물면서 부산이 홍콩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산과 바다가 있다는 점에서 부산과 홍콩은 비슷한 것 같다.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Q. 1980,90년대 ‘사대천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20년 넘게 인기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곽부성: 연기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매 순간순간 새로운 도전을 해왔다. 나를 깨고 도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창작이라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내 나이가 마흔여덟이지만 창의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Q. 마흔여덟! 동안의 비결이 대체 뭔가?
곽부성: 마음가짐이다. 마음가짐이 굉장히 중요하다.
Q. 너무 ‘뻔’한 대답 같은데.(웃음)
곽부성: 인생의 어떤 시기에 어떤 도전을 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 나는 늙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곽부성 많이 늙었네’라고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늙지 않나. 나이에 맞는 각각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20대 때 상상한 40대의 모습이 어땠는지 묻고 싶다. 원하는 대로 살고 있는 것 같나.
곽부성: 구체적으로 상상한 적은 없다. 다만 배우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 꿈은 이뤘다. 물론 남우주연상이라는 게 영화제마다 기준이 다른 것이라 내 연기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훌륭한 배우가 되자고 노력해 왔고 노력 중이다.
Q.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뭔가.
곽부성: 시나리오다. 똑같은 직업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나 배경은 달랐으면 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굉장히 긴 여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10년마다 계획을 세워서 도전하는 편이다. 현재 연출에 대한 꿈도 품고 있다. 지금까지는 배우로 영화에 참여해왔는데 무대 뒤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
Q. 구체적인 결과물이 있나?
곽부성: 집필 중인 시나리오가 하나 있다.
Q. 장르가?
곽부성: 음… 보안유지 차원에서 노코멘트!(웃음)
Q. 연기나 음악 외에 취미 생활이 있다면?
곽부성: 카레이싱. 1997년도부터 카레이싱을 시작했다. 자격증도 있다. 정식 선수는 아니지만 아마추어 선수로는 활동 중이다. 아시아에서 꽤 유명한 프로 선수들과 경주를 하기도 했다.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중이다.
Q. 한국영화인들과 합작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 적은 없나.
곽부성: 아직은 없다. 기회가 온다면 꼭 함께 해 보고 싶다. 최근 10년간 한국영화는 굉장히 많은 성장을 거뒀다. 영화 뿐 아니라 음악, 드라마 등 모든 부분에서 발전한 것 같다. 작년에 콘서트를 했는데, 그 콘서트의 안무도 한국인 안무가에게 맡겼었다.
Q. 기회가 주어지면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분이 있나.
곽부성: 곽재용 감독님? 같은 곽씨니까.(웃음)
Q. 홍콩 영화산업은 어떻다고 보나?
곽부성: 한국의 영화 산업은 신인 배우나 감독을 배출하는 힘이 큰 것 같다. 홍콩은 지역이 작아서인지 그런 결집력이 약하다. 대륙의 영화 산업이 발달하면서 자본과 시나리오가 그쪽으로 몰리고 있는데, 대륙은 시나리오에 제한이 많다는 약점이 있다. 다양한 영화가 나오려면 개선돼야 할 문제다. 그런 점에서 진심으로 한국과 작업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배우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좋은 감독과 스태프를 만나는 것이다. 한국은 그런 걸 충족하고 있다고 본다.
Q. 어떤 영화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곽부성: 더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다. 남우주연상을 받긴 했지만, 상을 받는 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본다. 너무 좋은 작품인데도 상을 못 받은 경우도 많으니까. 결국 스스로의 연기에 얼마나 만족하느냐가 중요하다.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배우로 남고 싶다.
부산=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부산=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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