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스틸 이미지
소원 스틸 이미지
비 오는 아침, 학교를 가던 소원은 술에 취한 아저씨에게 끌려가 믿을 수 없는 사고를 당한다. 이 일로 소원과 소원의 가족은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되고, 이 가족에게 ‘웃음’은 사치스러운 행위일 뿐이다. 하지만 잔혹했던, 절망만 가득했던 소원이 가족에게도 차츰 ‘희망’이 찾아온다. 영화 ‘소원’은 끔찍한 일을 당한 소원과 그 가족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2일 개봉.

황성운 - 이레의 해맑은 미소가 눈물을 만든다. 아동 성폭행 소재에 대한 영리한 접근! ∥ 관람지수 6 / 소원지수 7 / 감동지수 6
이은아 - 희망적인 이야기지만 이상적인 치유과정이 조금 아쉽다. ∥ 관람지수 6 / 소원지수 8 / 감동지수 6
소원 스틸 이미지
소원 스틸 이미지
황성운 :
아동 성폭행을 소재로 한 영화는 그간 많이 봐 왔다. 이준익 감독의 복귀작 ‘소원’도 그 범주에 있는 작품이다. 또 이 작품은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조두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소원’은 분명 기존 아동 성폭행을 다룬 영화와는 다른 결을 지녔다. 사건과 사건 전후 상황에 초점을 맞추거나 또는 사적 복수에 나서기보다 치유와 희망에 무게중심을 뒀다. 소원(이레)과 그의 부모(설경구 엄지원)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상처를 이겨내고, 다시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분노를 하게 되는 순간도 있고, 소스라치게 만드는 장면도 있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톤은 따뜻하다. 그리고 사건 자체가 주는 묵직함과 먹먹함은 기본이다.

은퇴 선언 후 복귀를 선언한 이준익 감독은 제법 영리하게 아동 성폭행에 접근했다. 따뜻한 시선으로 소원과 소원의 가족을 살폈고, 극 중 인물들의 감정을 누르면서 관객들이 감정을 쏟아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하루가 멀다하지 않고 뉴스 면을 채우는 아동 성폭행 피해자와 피해 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 노력한 티가 곳곳에 묻어 있다.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키는 장면도 빼놓지 않았다. 가끔은 작위적이고, 오글거리는 순간도 눈에 띄지만 귀엽게 받아들일만한 수준이다. 또 ‘소원’은 일상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소원과 소원이네 가족의 소원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그리고 돌아가고자 하는 예전은 평범한 일상이다. 매일 흘러가는 일상의 소중함을 대부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작지만 큰’ 메시지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소원 역을 맡은 이레는 순수하고, 맑은 눈빛을 자랑(?)한다. 이레의 해맑은 미소가 더 큰 아픔을 관객들에게 안긴다. 연기적 스킬이나 복잡한 계산 없이, 어린 아이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을 스크린에 제대로 옮겼다. ‘소원’이 지닌 진정성은 이레의 순수함에서 나온다. 성인 배우들의 조화도 잘 이뤄졌다. 엄지원은 진짜 소원의 엄마로 변신했고, 설경구는 ‘코코몽’ 탈을 써가며 상처 입은 딸에게 다가서는 아빠의 감정을 전했다. 소원의 가족 주변을 구성하는 라미란, 김상호, 김해숙 등의 역할도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소원 스틸 이미지
소원 스틸 이미지
이은아 : ‘소원’은 자극적인 장면 없이 아동 성폭행의 잔혹함을 잘 살렸다. 사건 직후 관객은 소원이 엄마의 시선으로 병원으로 다급하게 들어간다. 하필 들어가자마자 엄마가 들은 의사의 말은 아이의 장기가 파손됐다는 것. 관객도, 엄마도 마음의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한 상황에서 맞이하게 되는 청천벽력이다. 그 순간 느끼는 충격과 잔혹함은 생생했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를 이끌었던 소원이의 평범한 일상은 소원이의 처참한 모습과 극적으로 대립되면서 마음을 저리게 만든다.

이준익 감독에 따르면 ‘소원’은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세상의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치유다. 영화에서 치유의 시작은 끔찍한 일을 당하기 전,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그 과정에서 소원이를 위해 힘써주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노력은 큰 감동을 전한다. 일을 그만 두고 캐릭터 ‘코코몽’ 마스코트를 입고 딸에게 다가가는 아빠, 소원이의 보디가드 역할을 성실하게 해주는 친구, 소원이의 병원비를 위해 아내 몰래 쌓아둔 적금을 건네는 아빠의 친구 등 이러한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희망을 만든다.

어쩌면 평생토록 씻어낼 수 없을지도 모르는 끔찍한 일을 당한 소원은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일상으로 돌아온다. 시간을 유추해 봤을 때 대략 1년이다. 이런저런 갈등이 존재했지만 소원이의 치유과정은 순탄함에 연속이다. 때문에 다소 작위적이고,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순간도 눈에 보인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어떤 면에서 생각해 보면, ‘소원’은 성폭행 피해자가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인 셈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이은아 domino@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