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링’ 제작진 김재영 PD, 허태정 CP, 민병선 PD(왼쪽부터)
사람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온갖 자극적인 헤드라인 속에 방송되는 탐사 프로그램들. 실상 들여다보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에피소드들의 나열에 그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임팩트를 전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가진 탐사 프로그램들이 안정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가운데, MBC 시사교양국이 도전장을 내밀었다.4일 오후 10시 선을 보이는 MBC 파일럿 프로그램 ‘프로파일링’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사건사고의 겉만 훑진 않겠다는 각오다. 제목에 걸맞게 전문가들도 대거 이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서울 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내 범죄 프로파일러 1호인 배상훈,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이며 청소년 성범죄 관련 전문 프로파일러 박지선, 다음소프트 부사장이자 데이터를 통해 사람의 욕망과 우리 사회의 과거, 현재, 미래를 들여다본다는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이자 빅데이터 전문가인 이원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김경일 등이 이들이다.
사건의 흐름을 훑는 것에 집중하고 관련인물들의 인터뷰 등이 서브로만 등장했던 기존 탐사 프로그램과 달리 ‘프로파일링’은 애초에 이들 전문가의 분석을 토대로 탄생됐다. 이에 사건을 들여다보는 시각 자체가 상당히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제작진의 자부심이 상당하다. MBC 시사교양국의 허태정 CP는 “사건사고나 범죄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트렌드라고 할 만큼 홍수인데, 이번에 ‘프로파일링’이라는 이름으로 저희가 해보고 싶은 것은 선정성이나 눈요깃거리보다 범죄자체를 프로파일링 하면서 범죄를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자세들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밝혔다. 김재영 PD는 “사건을 팔로우한다기보다 전문적인 지식인들이 먼저 문제제기를 한것 중 아이템을 골랐다. 이번 파일럿 방송에서 다루는 용인 사건(2013년 7월 발생한 용인살인사건으로 19세 소년이 17세 소년을 살해하고, 16시간 동안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다)의 경우도 사건 발생 당시 용의자가 사이코패스이냐, 소시오패스냐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이 있었다. 그 저변에는 범죄자는 우리와는 다른 사람일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었다. 반면 우리는 그 사건을 밀어내 멀리서보기보다 혹시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해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탐구해가고 추척해갔다”라며 “사건 프로그램은 많은데 대부분은 제작진이 사건을 팔로우하고 곁다리로 인터뷰들이 삽입되는 것과 달리 저희는 전문가들이 내린 해석을 중요시 여기고 그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 부분이 새롭다면 새롭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4일 방송에서는 총 3개의 아이템이 소개가 된다. 첫 번째가 바로 용인살인사건이다. 두 번째는 ‘부자일수록 공부를 잘 한다’는 강남에 관한 속설을 증명해본다는 취지의 아이템이다. 이어 세 번째로는 때로는 구타를 유발하기도 하는 사람의 시선과 관련된 실험이 이어진다. 다양한 각도에서 사회의 이면을 분석해보겠다는 제작진의 취지가 드러나는 소재선정이다. 또 이들을 분석하는 방식 역시도 흥미를 유발하는데, 제목에서 드러나듯 범죄 프로파일링을 비롯해, 빅데이터 분석과 심리실험 등이 다양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제작진은 “팩트를 다루되 한 발짝 더 들어가 겉으로 드러난 팩트의 이면을 분석할 것”이라며 “새로운 유형의 심리분석 프로그램에 더 가깝다”고도 전했다.
또 제작진은 “모든 사회 현상이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고 가정하고, 혹시 우리가 지금까지는 그런 원인들에 대해 표피적으로만 건드린 것은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 기존 (탐사)프로그램들이 사건 자체에만 너무 몰입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도 중요하지만 시청자들은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바라보면 ‘진짜 원인’에 대해 궁금증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의문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접하게 된 프로파일링 등의 심리분석이 사건의 예방에도 그 효과를 발할 것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다만 해석을 내놓는 것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의 본질을 알게됨으로 인해 간접적으로는 행동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리 사회에 관한 ‘프로파일링’, ‘그것’이 알고싶은 우리들의 호기심을 드디어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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