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여자라니. ‘주군의 태양’의 태공실(공효진)은 한을 풀어달라고 달라붙는 귀신들로 인해 ‘다크서클’ 지워질 날이 없다. 그런 태공실이 기대 쉴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바로 여기, ‘방.공.호’ 같은 남자 주중원(소지섭) 안에서만 평안을 얻을 수 있었으니, 이 사랑 한 번 독특했다. 무릇 사랑이란 위험 속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법이다. 애절한 사연을 지닌 귀신들의 출몰은 주군과 태양의 관계를 보다 긴밀하게 엮는 사랑의 오작교나 다름없었다. 3일 막을 내린 ‘주군의 태양’은 귀신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였다. 매회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나타난 귀신, 귀신, 귀신들. 이 모든 탄생의 중심에 김봉천 특수분장사가 있었다.

배우의 얼굴을 본 뜬 석고상과 시체 더미(dummy)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SBS 아트텍. 특수분장 과정을 살펴보고자 찾은 사무실에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신민아와 ‘신의’의 박세영 얼굴을 본 뜬 석고상은 물론, ‘싸인’ 등에 등장했던 시체들이 즐비하다. 사무실 구석구석에 쌓여있는 사람 머리통과 선반위에 놓인 시체 더미(dummy)들이 이곳이 특수분장실임을 알려준다. 심장 병약한 사람이라면 이곳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당할 게 분명하다.

술 먹다 죽은 귀신, 특수분장 과정

이 날의 모델은 방학을 맞아 텐아시아에서 한 달간 인턴으로 근무한 대학생 임지혜 양. 기자 일을 간접 체험하러 왔다가 졸지에 초상권을 침해(?)받았다.(지혜야, ‘미안하다 사랑한다.’) 음주가무를 즐긴다는 지혜 양을 위해 김봉천 차장은 ‘술 먹다 죽은 귀신’ 컨셉을 제시했다. 이마 위로 맥주거품이 흐르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이 분장의 핵심이다. 분장은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을 얼굴에 붙이는 걸로 시작됐다. 접착제로 실리콘을 얼굴에 붙인 후, 붓과 물감을 이용해 세부적인 상처를 만들어 나가자 서서히 귀신의 환영이 감지된다. 화룡점정은 빨간 물감. 빨간 물감을 눈 밑에 칠하자 눈매가 더욱 또렷하게 살아나면서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업(up)! 기본 한 시간, 복잡한 특수분장의 경우 네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날은 20분 만에 분장이 완성됐다. 그 곱던 지혜 양의 얼굴은 피범벅이 됐지만, 그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기념사진을 찍어댔다는 후문. 초상권 침해가 내심 미안했던 기자의 한마디. “지혜야, 좋은 추억이었지?”

글, 편집. 정시우 siwooraini@tenasia.co.kr
편집.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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