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은 사람들이 버스커버스커를 기다렸나보다. 2집 발매 이후 현재까지 약 일주일째 전 음원차트 1~9위가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로 도배돼 있다. 사흘께 쯤부터 몇 곡이 틈새를 비집고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대세를 거스르진 못하고 있다. 음원차트가 생겨난 이래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다.
“대학교 때 여자친구와 서로 마음이 멀어지는 순간이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순간이었는데 그 상황 속에서 많은 생각이 들어서 만든 노래입니다. 여름에 용하네 집으로 MT를 갔는데 용하가 참새를 여자화 시켜서 쓴 가사를 보고 여름 장흥 MT를 추억하기 위해서 만든 노래입니다. 친구들하고 학교 앞을 걸어가다가 3층 건물 창문을 청소하고 있던 예쁜 실루엣을 보았는데 창문이 열리고 단발머리 너무 예쁜 여자가 있어서 친구들과 감동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네이버뮤직 스페셜에 실린 장범준의 곡 소개)
이런 말도 안 되는 인기의 이유는 뭘까?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과 같은 대학교를 다닌 K씨는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을 들으면 대학을 다닌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각 노래마다 교내의 특정 장소에서 만들었을 것 같다는 예상이 들 정도로 말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는 장범준과 같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도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현재 1집과 2집에 실린 곡들을 음악적으로 비교하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는데,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장범준의 곡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1집과 2집은 모두 버스커버스커가 ‘슈퍼스타K’에 나가기 전 학창시절에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1집에 봄노래가, 2집에는 가을노래가 나뉘어 실렸다는 정도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장범준이 데뷔 전 학창시절에 만든 순수함이 담긴 노래들이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다정한 동아리 선배가 직접 만들어 불러주는 것 같은 그런 노래들 말이다.
지금 한국은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을 듣는 사람과 무관심한 사람으로 나뉜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이어지고 있는데, 양극으로 나눠보면 크게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장범준을 계산적인 싱어송라이터로 보는 전자의 시각. 그리고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이 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후자의 시각. 전자의 의견은 버스커버스커의 2집이 대중의 심리를 꿰뚫고 계산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장범준의 말처럼 그 노래들이 학창시절에 만들어진 곡이라면 그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후자의 의견은 대개 프로 뮤지션들에게서 보인다. 뮤지션 M씨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해왔는데 사람들이 대체 왜 버스커버스커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헌데 이런 양극의 의견들 역시 부질없어 보인다. 버스커버스커의 음원이 초유의 음원차트 점령 상태를 이뤘다고 해서 이들의 음악성을 맹신할 필요도 없으며, 또 거꾸로 인기가 많다고 해서 굳이 상업적으로 어필하는 장점까지 깎아내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들이 좋아하면 그만 아닌가? 그 좋아하는 사람이 다수라는 것에 대단한 의미부여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이 버스커버스커를 왜 좋아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자신이 비정상이 아닐까 걱정하는 이들은 그런 우려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버스커버스커를 음악성 면에서 아마추어라고 무시하며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오히려 버스커버스커의 인기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인 K씨는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 음악적으로 잘 만들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무의식중에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털어놨다.
버스커버스커는 현재 콘서트 계획만 잡힌 채 방송, 인터뷰 등 대외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원래는 홍보대행사와 함께 홍보를 진행할 계획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트위터에 글만 올리면 바로 기사화가 되기 때문에 굳이 러닝메이트가 필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장안의 화제가 된 상황에서 음원이 공개됐고, 지금 대중은 그저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을 계속 반복해서 듣는 중이다. 그런데 버스커버스커는 일주일 가까운 시간동안 차트 줄세우기를 할 만큼 굉장한 인기를 예상했을까? 아마 그러지는 못한 것으로 예상된다. 버스커버스커는 모두가 음원을 공개하는 정오시간을 일부러 피하고 자정에 곡을 발표하는 ‘꼼수’를 썼기 때문이다. 굳이 업계에서 정한 약속을 깰 필요가 있었을까? 아마 정오에 발표했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소속사 청춘뮤직 관계자에 따르면 버스커버스커는 현재 공연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대중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뮤지션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버스커버스커 본인들은 크게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관객들은 버스커버스커에게서 뭔가 대단히 훌륭한 연주를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버스킹 정도라고 해도 만족할 것이다. 버스커버스커니까 말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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