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우는 배우다’의 가수 겸 배우 이준

엠블랙 멤버 이준이 영화 ‘배우는 배우다’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이준은 엠블랙으로 활동하기 전에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정지훈(비)의 아역 라이조을 맡으며 배우로 먼저 데뷔했다. 그 후로 이준은 청춘 드라마 ‘정글 피쉬2′, ‘아이리스2′ 등에서 연기 실력을 다듬어 왔다. 이번 영화에서 이준은 원톱으로 나섰다. 이전 작품 보다는 아무래도 조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그리고 ‘배우는 배우다’는 김기덕 감독의 제작 각본이 아니던가.

이준이 맡은 오영 역할은 연극배우에서 영화배우로 성공을 거두며 정상으로 날아오르지만, 비참하게 추락하는 인물이다. 아직은 배우로서는 서툰 이준이 극과 극의 연기를 한다는 건 큰 도전. 또 서영희, 양동근, 마동석, 오광록 등을 포함한 쟁쟁한 선배들이 출연한다. 이들 사이에서 이준은 어떤 연기를 펼쳐낼지도 기대된다.

25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배우는 배우다’의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이준은 첫 주연작을 만난 소감과 자신이 앞으로 배우로서 갖춰야 할 자세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신연식 감독은 이준의 연기와 그가 가진 열정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0월 24일 개봉.

Q. 영화 ‘배우는 배우다’는 이준의 첫 주연작이다.
이준: 나 혼자 이렇게 나온 거는 처음이라서 실감이 안 난다(웃음). 지금은 떨리는 마음뿐이다. 아직 본적은 없지만, 영화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

Q. 엠블랙 멤버들의 반응은 어땠나?
이준: 다들 안 믿더라. “훌륭한 배우들도 많은데 왜 네가 주연이냐”고. 특히 지오가 그러면서 결국엔 격려를 해줬다. 시작했으면 마무리 잘하라고. 미르가 가장 많이 격려해준 거 같다. 예능이나 팬들 앞에서는 배 아프다고 말하지만, 그 친구는 진심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멋진 동생이다.

Q. 영화는 어떻게 하게 됐나.
이준: SBS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에 출연하게 됐는데, 당시 김기덕 감독님도 영화 ‘피에타’를 홍보하기 위해 함께 출연했다. 그때 마침 신연식 감독님이 모니터를 하고 계셨다. 녹화가 끝나고 김기덕 감독님이 내 전화번호를 물어보셨다. 제세한 이야기는 모르지만 두 분께서 미리 얘기하신 거 같다.

Q. 시나리오를 받고 12시간도 안 돼서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말한 게 사실인가.
이준: 사실 내가 뭘 하겠다, 안 하겠다 결정할 위치가 아닌 거 같다. 시켜만 주면 감사할 뿐이다. 어렵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 한 시간 반 만에 (출연을)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이준은 어떤 배우인가?
신연식 감독: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베드신에 대해 개의치 않고 다 벗는 거만 아니면 괜찮다고 했다. 이준은 영화의 기술적인 요소들로 감출 수 없는 연기에 대한 절실함과 열정이 있다. 전에 아이돌을 사적으로 만나 본적이 있는데, 이런 마인드를 가진 아이돌은 처음이었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의 연출을 맡은 신연식 감독(왼쪽), 배우 이준

Q. 촬영을 하면서 가장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면?
이준: 베드신을 24시간 동안 찍었다. 그 시간 동안 옷을 벗고 있었는데, 여자 스태프들도 계시니까 부끄럽더라. 오랫동안 옷을 벗고 있으니까 머리가 핑 돌면서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들더라. 아이돌 중에서 파격적인 베드신은 내가 최초가 아닌가 싶었다. 액션 장면도 너무 많이 맞아서 기억에 남는다. 이종격투기를 하셨던 마동석 선배님 때문에 겁도 났었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 보니 기술적으로 스치도록 해주셨다.
신연식 감독: 나도 역시 베드신이다. 아! 이 영화는 절대 야한 영화가 아니다(웃음). 이준도 그렇고 나도 이런 장면을 연출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봉만대 감독을 만나서 쪽집개 과외를 받았다. 의외로 많은 감독들이 도움을 받으러 봉만대 감독을 찾더라(웃음).

Q. 그래도 아이돌인데, 팬들의 반응은 걱정되진 않았나.
이준: 어린 팬들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근데 성인이 된 분들은 이해해줘야 하는 부분이고 엄마가 좀 걱정이다. 이해는 해주시겠지만 어색할거 같고 부끄럽다(웃음).

Q. 이준은 영화에서 극과 극의 연기를 잘 보여줬다. 오영을 보면서 특별히 느낀 점은 없었나.
이준: 이 친구의 처음 시절은 나의 처음 시절과 비슷하다.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라던 지, 자신감이라던 지. 그러나 다른 점은 나는 많이 떠 보지는 못해 봤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오영은 추해질 정도로 추락하는 모습이 안 좋더라. 질도 나빠지고 주변 사람들로 인해서 변하게 되는데, 나는 그렇게 가진 않을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 공감하지 못했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의 가수 겸 배우 이준

Q. 배우 서영희, 마동석, 양돈근, 오광록과 호흡하는 건 어땠나.
신연식 감독: 너무너무 훌륭한 배우들이고 나는 감독으로서 인복이 넘치는 거 같다. 스태프, 배우들 모두 인간적으로 좋은 분들과 (작품을) 했던 거 같다. 모두들 준이 대해서도 가능성이 있는 신인 배우라 생각하고 배려해주셨다. 준이에게는 좋은 경험이었고 내가 배우였다면 부러웠을 거다.

Q. 어떤 배우가 조언을 많이 해줬나.
이준: 서영희 누나. 영화를 찍기 전에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을 보고 너무 잘하셔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주눅 들어 있었는데 먼저 와주셔서 잘한다고 해주시고 쉴 때 마다 ‘화이팅!’ 해주셔서 힘이 많이 됐다.

Q. 다음 작품은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감독과 일하고 싶나?
이준: 불러만 주신다면 다 좋다.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고 여러 가지를 하고 싶다.
신연식 감독: (촬영이 끝나고) 이준이 너무 연기를 하고 싶다고 다음 작품에 단역이라도 시켜달라고 하더라. 원톱을 했음에도 갈증이 있는 거 같다.

Q. 김기덕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으셨지만, 이 작품을 신연식 감독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연출 포인트와 특징을 살렸나.
신연식 감독: 나랑 너무 다른 분이라 궁금해서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하게 됐다. 나도 다른 시나리오를 받으면서 영화를 찍는 건 처음이었다. 김기덕 감독은 상징적 베이스로 영화를 만든다면, 나는 기본적으로 서사 베이스로 영화를 만든다. 그래서 인물들을 서사 베이스로 이끌려고 노력을 했다.

Q. 이준, 신연식 감독이 생각하는 배우란?
이준: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웃음). (남의 삶을) 대신 사는 거 보다 실제로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만약에 내가 사회자의 역할을 맡았으면 사회자로 직접 경험 하면서 연기를 해야 한다.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신연식 감독: 배우는 나다. 영화가 사실 배우들의 삶과 이면만을 다루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역할의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 지금은 감독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집에 가면 아빠의 가면을 쓰고 있다. 우리는 매 순간 삶이 요구하는 일정한 역할을 하고 사는 거 같다. 그래서 배우는 나다.

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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