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폐지된 tvN ‘SNL 코리아’의 ‘글로벌 텔레토비’

TV에서 시사 풍자가 사라졌다.

예능·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권력집단을 향한 위트 넘치면서도 촌철살인의 돌직구를 날리는 풍자를 최근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지난해 대선 국면과 맞물려 ‘글로벌 텔레토비’ ‘위켄드 업데이트’ 등의 코너를 통해 날카로운 시사 풍자를 전면으로 들고 나왔던 ‘SNL 코리아’는 지난 5월 ‘글로벌 텔레토비’를 폐지한 데 이어 ‘위켄드 업데이트’도 진행자를 교체하고 성격을 바꾸는 등 시사 풍자는 최대한 희석시키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tvN은 MBC 출신 앵커 최일구를 영입하며 준비해 온 토론 프로그램 ‘최일구의 끝장토론’은 갑작스럽게 방송이 무기한 연기했고 9월 방송예정이던 정규 뉴스 패러디물인 ‘페이크 뉴스’도 제작을 취소했다.

국회의원 공천관행을 직설적으로 언급했던 ‘사마귀 유치원’ ‘용감한 녀석들’ 등 다양한 코너를 통해 시사풍자를 시도하던 KBS ‘개그콘서트’도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이 뚝 끊긴 모양새다.

시사풍자가 사라진 빈자리는 ’19금 토크’와 일상사에 대한 패러디가 자리잡았다. 방송 초반 시사 풍자 개그로 자리잡았던 ‘SNL 코리아’는 최근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성인 개그를 선보이고 있지만 소재의 협소함에 대한 비판 의견도 만만치 않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선보인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여기에는 정권 초기 권력집단에 대한 ‘눈치보기’라는 지적과 함께 지난 5월 불거진 CJ그룹에 대한 검찰의 본격 수사와도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에 대해 한 지상파 방송사 예능 PD는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시사 풍자 프로그램에 대해 윗선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음이 감지된다”며 “이런 현상이 자칫 전체 예능 프로그램의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사실 ‘풍자 코미디’에 대한 외압 논란은 이전에도 있어 왔다. 1980년대 말 KBS 2TV ‘유머일번지-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코너에 출연했던 개그맨 김학래는 올 초 열린 ‘개그콘서트-코미디 40년’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기업 간부 등의 외압이 있었지만 코너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풍자는 코미디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드러내는 도구다. 그저 ‘웃고 즐기는’ 데서 나아가 위트와 함께 사회 현실에 대한 변화 요구를 줄 때 시청자들에게 의미와 재미를 함께 주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다.

방송관계자들은 점점 치열해지는 예능 프로그램 제작 현장의 키워드는 무엇보다 ‘소통’과 ‘공감’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시청자들과 제대로 호흡하려면 복잡다단한 일상사와 맞물려 있는 시사 풍자에 시선을 돌릴 타이밍이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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