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상한 가정부’ 제작발표회 현장 강지우, 남다름, 김소현, 최지우, 왕지혜, 이성재(왼쪽부터)
SBS 새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는 원작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23일 첫 방송을 앞둔 ‘수상한 가정부’는 제작 단계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중 최지우, 이성재, 왕지혜 등 배우의 캐스팅만큼이나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드라마의 원작이 있다는 점. ‘수상한 가정부’는 일본드라마 ‘가정부 미타’를 바탕으로 기획됐다.Q. 최근 일본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수상한 가정부’도 그런 추세를 따라가는 건가.
최근 하나의 트렌드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일본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다. MBC ‘하얀거탑’(2007), ‘닥터진’(2012), ‘여왕의 교실’(2013), KBS2 ‘공부의 신’(2010),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직장의 신’(2013) 등 많은 작품이 있었다. 물론 모두가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흥행을 거둔 검증된 작품이라는 점은 한국판 리메이크 제작에 있어서 양날의 검과 같았다. 일본·한국 문화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과 복제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캐릭터 표현에 변화를 주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였다.
그런 측면에서 ‘수상한 가정부’가 ‘홈 미스터리 코믹 스릴러 캐릭터 드라마’를 표방한다는 점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이름도 복잡한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은 SBS 드라마본부 이현직 EP의 말처럼 “코미디나 멜로 요소가 없는 드라마”인 ‘가정부 미타’를 한국식으로 풀어내는데 있어 고민이 깊었다는 증거다. 최지우, 이성재, 왕지혜 등 기성배우에 김소현, 채상우, 남다른, 강지우와 같은 아역연기자를 배합한 것은 원작의 무거움을 덜고자 한 노력의 일부다. ‘수상한 가정부’는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16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를 통해 그 가능성을 점쳐봤다.
김형식 PD: 올해 일본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많았지만 특별히 요즘 경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상한 가정부’는 원작의 스토리나 캐릭터가 가진 느낌을 살리되 나머지 부분은 한국적인 느낌을 담으려 노력한 작품이다. 의상이나 소품의 경우에도 그렇고 은상철(이성재)이 기러기 아빠로 지내다 불륜을 저지르고, 어머니가 죽은 뒤 아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설정도 원작을 한국식으로 풀면서 추가된 부분이다. ‘수상한 가정부’에 출연한 배우들도 원작의 무거움을 덜고 재미를 더하는데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Q. 원작이 있다는 점은 주연을 맡은 배우들에게도 부담이었을 듯한데.
최지우: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하는 것으로 안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나만의 캐릭터로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수상한 가정부’를 원작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이성재: 은상철은 내가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 중에 실제로 나의 상황과 가장 가까운 역할이다. 극 중 은상철은 기러기 아빠로 큰 아이가 18세인데, 내 큰 딸도 나이가 같아서 신기했다. 아이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4명의 아이들과 같이하게 돼서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하고 있다.
왕지혜: 평소에 일본드라마를 좋아해서 즐겨보는 편인데 ‘가정부 미타’는 특히 재밌게 본 작품이라 촬영에 임하면서도 기대가 컸다. 원작을 한국식으로 풀어낸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착한 역할만 맡아서 강렬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맡고 싶었기에 선택하게 됐다.
‘수상한 가정부’에서 박복녀 역을 맡은 최지우
Q. 박복녀의 캐릭터 설정만 놓고 보면 ‘직장의 신’의 김혜수가 맡았던 미스 김을 떠올리게 한다. 올해 김혜수, 고현정이 리메이크 드라마에 출연했기에 주연 배우로서 부담이 클 듯하다.
최지우: 기사를 보며 김혜수, 고현정과 비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걱정했다. 하지만 작품의 내용이나 상황 자체가 많이 다르므로 앞선 선배들의 연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Q. 최지우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하게 됐다.
최지우: 데뷔 후 아이들과 함께 작품을 한 것은 처음이다. 사실 오늘 아침 촬영 때는 아이들이 없었다. 아이들은 자야 하지 않나(웃음). 아이들이 없어서 리액션이 없다 보니 허공을 보며 연기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Q. 박복녀 역은 그간 최지우가 맡았던 역할들과는 차이가 크다.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나.
최지우: 상대방의 연기를 감정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더라. 연기하는 것이 굉장히 외롭게 느껴진다. 박복녀를 연기하며 눈으로 말하려는 습관을 갖게 됐다. 딱딱한 말투에 감정을 숨긴 무표정한 얼굴이 기본 상태이기에 눈빛 연기가 더 중요해졌다.
‘수상한 가정부’에서 은상철 역을 맡은 이성재(왼쪽), 윤송화 역의 왕지혜
Q. 촬영현장에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성재와 최지우는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것으로 안다.이성재: 최지우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자주 봤다. 항상 여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품고 있었는데, 최지우를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엊그제 촬영 중 야식으로 빵, 우유를 먹는데 “우리는 입도 아니냐!”고 버럭 하고 맛없는 빵을 받아 꾸역꾸역 먹는 모습이 신선했다(웃음). 개인적으로 상대배우와 빨리 친해져야만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최지우가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서 마음이 편했다.
Q. ‘수상한 가정부’를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포인트를 짚어 준다면.
이성재: 이 드라마의 흥망성쇠의 열쇠는 최지우가 쥐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역 배우들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말도 많이 걸고 재롱도 떨며 노력하고 있다(웃음). ‘수상한 가정부’에 출연하는 아이들의 연기를 기대해 달라.
왕지혜: 일본드라마를 원작으로 함에도 ‘수상한 가정부’에는 한국 사회문제들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있고, 그 안에 힐링스토리가 녹아있다. 그런 부분을 집중해서 봐주신다면 모든 분이 공감하실 수 있을 거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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