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스무 살 때. 하지만 ‘허밍 어반 스테레오’ 앨범에 객원 보컬로 참여한 게 전부. 가수 데뷔는 쉽지 않았다. 음악에 대한 의지가 조금씩 흔들리던 2007년,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공연을 보러 간 요조는 우연히 뒤풀이에 참석했고, 우연히 멤버들과 친해진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리더 김민홍은 어느 날 술자리에서 요조의 노래를 듣다가, “니 목소리로 앨범 하나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나온 앨범이 ‘My name is Yojoh with 소규모아카시아밴드’다. 당시 요조는 앨범을 낸다는 것만으로 모든 게 좋았다. 본인 표현으로는 ‘둥둥 떠다녔고’, 소규모아카시아밴드 멤버들에게는 ‘광녀’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이 앨범에서 부각된 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의 요조였다. 대중에게 각인된 요조의 첫 인상은 꽤 오래 갔다. 그 후 1년 만에 요조는 본인이 직접 만든 곡으로 정규 1집 ‘Traveler’를 발표했다. 이 앨범에서도 아기자기한 색깔은 유지됐다. 요조에 대한 이미지는 점점 더 굳어져 갔다.

그 후 다시 5년이 지나고, 지난 7월 말 요조의 정규 2집 ‘나의 쓸모’가 발매됐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 새삼 ‘요조’라는 이름의 뜻을 생각하게 된다. 소설 ‘인간 실격’의 주인공 오오바 요조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요조 숙녀’에서 따온 말이라 추측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전까지 요조의 음악과 어울리는 의미는 후자였다. ‘에구구구’, ‘사랑의 롤러코스터’ 등의 노래는 제목처럼 귀엽고 예쁜 음악이다. 이번 앨범을 접한 사람이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오오바 요조와 이번 앨범 ‘나의 쓸모’는 많이 닮아 있다. 14-15일 단독 공연을 앞두고 있는 요조를 만나 달라진 요조, 또 달라지지 않은 요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번 앨범에서야 비로소 요조라는 이름의 원래 뜻과 어울리는 노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조: 예전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많이 변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난 그게 그냥 너무 오랜만에 내서라고 생각한다. ‘인간 실격’의 요조라는 캐릭터도, 자기답지 않은 모습을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준다. 아버지한테 사랑받으려고 익살도 부리고. 난 이전 앨범들의 색깔도 나답다고 생각한다. 1집의 요조도, 이번 앨범의 요조도 모두 나다.

Q. 음악뿐 아니라 목소리에서의 변화도 미세하게 느껴진다. 크게 달라지진 않았는데 좀 더 쓸쓸하게 들린다. 예전 인터뷰에서 ‘슬픈 목소리가 안 나와서 답답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만족스럽나.
요조: 이게 진짜 내 목소리이긴 하다. 그 전의 목소리도 내가 낼 수는 있는 목소리였지만, 100%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이번 앨범에서는 철저하게 내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로 노래했다.

Q. 앨범 타이틀이 ‘나의 쓸모’다. 어떤 생각으로 정한 제목인가.
요조: 그동안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인 것 같다. 난 아무 생각 없이 작업해 곡들이 모아지고 나서, 본격적으로 앨범을 찍어내는 순간이 왔을 때 앨범 타이틀을 뭘로 할지 고민한다. 그 때 새삼스레 그동안 만들어놨던 곡들을 다시 들어보며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아, 내가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왔구나’ 하고. ‘쓸모’라는 단어 자체는 생경한데, 내가 이 사람에게, 이 장소에서, 이 일에서 쓸모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은 끊임없이 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쓸모’라는 단어를 썼는데, 주변 반응도 좋았다. 단어가 예쁘다고.

Q. ‘나의 쓸모’ 티저 영상을 봤다. 본인의 실제 자는 모습을 찍은 건가. 잠버릇이 만천하에 공개될까봐 부담을 느꼈을 법도 한데.
요조: 실제로 내 방에서 여섯 시간 정도 자는 모습을 촬영한 거다. 촬영 세팅도 내가 했고. 자기 자는 모습을 볼 기회가 거의 없지 않나. 좀 궁금했다. 영상을 보니 생각보다 험하게 자진 않더라.

Q. 첫 곡 ‘나의 쓸모’가 끝날 때, 악기 소리는 그대론데, 노래하는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멍청이가 된 것 같다’는 가사 내용과 묘하게 어울려서 좋았다.
요조: 사실 그 곡은 내 방에서 녹음했다. 잠에서 깨자마자 마이크를 연결해서 부른 버전이 앨범에 담겼다. 연주도 내가 한 것 그대로 쓰고. 원래는 전문 연주자분과 녹음실에서 같이 했었는데, 때깔이 너무 매끈매끈하니까 오히려 곡의 느낌이 잘 안 살아서 다시 했다.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도 의도한 건 아닌데, 그 느낌이 좋았으니 앨범에 그대로 실었겠지.

Q. ‘나의 쓸모’도 그렇고 ‘화분’도 그렇고. 앨범 초반부터 따라 부르기 힘든 박자의 노래들이 나온다. 왜 이리 어렵게 만들었나.(웃음)
요조: 노래를 만든 사람은 인식 못 한다. 연주자들이 박자가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건 들었다. 그런데 만든 사람은 익숙하니까 어렵다고 느끼지 않는다. ‘나의 쓸모’ 같은 경우도 따라 부르기엔 좀 애매하지만 노래 자체는 단순하다.

Q. 타이틀곡 ‘화분’의 가사가 의미심장하다.
요조: 내가 좀 곧이곧대로 전달되지 않는 방식을 좋아한다. 이를테면 코미디를 보면서 슬픔을 느낀다든지. 춤을 볼 때도 난 신나기보다 좀 슬프다. 사람들한테 슬픈 느낌을 주려 할 때, 코미디나 춤처럼 슬픔과 반대되는 방식으로 느끼게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화분’에서도 꽃이 헤헤헤 웃지만, 그걸 들으면서 기분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왜 웃지? 뭐가 있나?” 궁금해질 뿐.

Q. 이번 앨범에서 다시 부른 ‘My name is Yojoh’도 예전 버전과 반대까지는 아니지만 느낌이 많이 다르다. 굳이 다시 부른 이유가 있나.
요조: 서른 세 살 버전이다.(웃음) 그냥 해 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2집을 내다 보니, 앨범 발표를 앞두고 옛날 생각을 많이 했다. 노래들, 노래 부를 때의 기억들…. 그래서 요조의 실질적 데뷔곡인 이 노래를 실었다. 근데 이 곡은 제가 만든 곡이 아니라, 원작자인 민홍 오빠(소규모 아카시아 밴드)한테 형식적인 허락을 받았다.(웃음)



Q. 앨범 소개글을 김소연 시인이 썼다. 개인적 친분이 있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알게 됐나.
요조: 원래 소연 언니 팬이었다. ‘어떤 날’이라는 무크지 필진으로 참여했는데 그 중에 소연 언니도 있었다. 그걸 핑계로 대표님한테 언니 소개 좀 해 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북 콘서트에서 처음 만났다.

Q. 평소 시를 좋아하나 보다.
요조: 잘 모르는데, 그냥 막연하게 좋아했다. 시라는 게 참 멋있지 않나. 소연 언니를 알고 난 후부터는 언니가 시집을 자주 빌려 준다. “이 시집 좋아요” 하면서. 내가 집에 뭐든 쌓여 있는 걸 질색해서 책을 사지는 않고 언니한테 자주 빌린다. 그래서 장난으로 언니가 빌려준 책에 ‘소연도서관’이라고 적어놓기도 했다.(웃음)

Q. 책은 몰라도 음반은 계속 쌓이지 않나? 신기하다.
요조: 책이든 음반이든 안 모은다. 지인의 앨범이 나와도 내가 먼저 주지 말라고 말한다. 내가 정말 좋아해서 사게 된 앨범 몇 장, 책 몇 권 빼놓고는 사람들한테 나눠 준다. 그래도 계속 쌓이기는 하지만….

Q. 그 몇 장의 CD가 과연 누구 음반일지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을 것 같다.
요조: 지금 기억나는 건 블랙박스 레코더라는 영국 밴드랑, 호주의 리틀 리버 밴드. 영화 ‘아멜리에’는 OST, DVD 다 소장하고 있다. 아, 그리고 제가 예전부터 주성치를 좋아해서 얼마 전까지는 주성치 DVD를 다 모아놨었다. 어느날 갑자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다 처분하고 지금은 ‘쿵푸허슬’ ‘소림축구’밖에 안 남았지만.

Q. 주성치도 코미디 속에 뭔가 반대적인 감정을 담는 사람 아닌가.
요조: 맞다. 확실히 내가 그런 걸 좋아한다. 찰리 채플린도 짠하지 않나. 슬픔이라는 감정을 전달할 때, 내가 먼저 막 울면서 ‘슬프지, 슬프지’ 하고 싶지가 않다. 김국환 씨의 ‘타타타’를 들어 보면 신세 한탄을 하다가 끝에 가서 ‘아하하하’ 하고 막 웃지 않나.(웃음) 그게 오히려 더 효과적인 것 같다.

Q. ‘이불빨래’를 몇 번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야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사상이 잘못 된 건가.(웃음)
요조: 가사 의미가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난 솔직히 대답해 주기가 싫다. 듣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의미를 상상해 보고, 가끔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걸 얘기해 줄 때가 있는데 그런 게 재밌다. 가장 최근에는 ‘이불빨래’의 주인공이 요실금일 거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웃음)

Q. ‘안식 없는 평안’은 사운드와 가사가 묘하게 상반된 느낌을 준다. 사운드는 뭔가 진취적인데, 가사 속 주인공은 앞뒤로 왔다 갔다 움직일 뿐이다.
요조: 이 곡은, 딱 내가 꿨던 꿈 이야기 그대로다. 내가 바닷가에 서 있는 꿈을 꿨는데, 내가 걸음을 멈추니까 다른 모든 게 일시정지가 되는 거다. 그 순간, 이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져 너무 무섭고 외로웠다. 그래서 나 혼자 계속 움직였다. 꿈에서 깼는데 안도감이 드는 한편 엄청 피곤했다. 계속 움직였으니까.

Q. 꿈을 많이 꾸는 편인가.
요조: 꿈을 많이 꾸기도 하고, 또 좋아한다. 난 꿈 속에서의 세상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꿈 속에서 자주 가는 동네도 있고. 잊고 싶지 않은 꿈들은 깨고 나서 기록도 한다. ‘안식 없는 평안’도 잠결에 핸드폰에 기록해 뒀다가 나중에 곡으로 만들었다.

Q. ‘안식 없는 평안’이라는 제목이 오묘하면서도 가사랑 어울린다.
요조: 그 제목은 내가 쓴 게 아니라, 내 꿈 얘길 듣고 나랑 친한 동생이 지어 준 제목이다. 어리긴 한데 같이 얘기해 보면 엄청 똑똑한 아이다. 생각하는 것도 깊고. 얘가 내 팬일 때 자기 얘기를 담은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 내용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내가 만나자고 연락을 해서 친해졌다.

Q. 이번 앨범에는 영어로만 가사를 쓴 곡이 두 곡 있다.(‘Mr. Smith’, ‘The Selfish) 굳이 영어로 가사를 쓴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요조: 언어마다 느낌이 다르다. 아무 뜻을 몰라도 전달이 되는 원초적인 느낌. 불어를 듣고 있으면 뭔가 로맨틱하고, 예쁘고. 독어나 러시아어를 들으면 딱딱하고 직설적일 것 같은 그런 느낌. 이 두 곡은 일단 영어 가사로 불렀을 때 전달되는 원초적인 느낌이 참 좋았다. 예를 들어 ‘Mr. Smith’를 한국어로 불렀다면 곡의 느낌이 안 살았을 것 같다. 한국어와 다른 질감으로 노래하는 게 재밌다. 불어로도 노래를 해 보고 싶은데 내가 불어를 아직 잘 못해서 발음도 힘들고, 가사를 쓸 수가 없다.

Q. ‘Mr. Smith’는 영어로 쓰였지만 이 앨범에서 가장 이해가 쉬운 가사이기도 하다. 귀엽기도 하고. 가사 내용은 실화인가.
요조: 맞다. 친구가 타코집에서 알바를 했는데, 그 집이 본명 대신 안나, 앨리스 같은 예명을 쓰는 곳이었다. 내 친구의 예명이 스미스였다. 친구가 있으니까 그 집에 자주 갔는데, 내가 고수나물을 못 먹는다. 그래서 빼달라고 하면 알겠다고 해놓고 가끔씩 몰래 골탕먹이려고 고수를 넣는 거다, 그 친구가. 무방비 상태로 고수를 씹으면 정말 죽여 버리고 싶다. 난 고수나물이 진짜 싫다. 노래 분위기는 귀엽지만, 사실 살의로 만든 곡이다.(웃음)

Q. 그런 반전이…. 그런데 ‘The Selfish’의 가사는 반대로 사색적인 느낌이다. 곡 분위기도 차분하고. 개인적으로는 앨범에서 이 곡의 가사가 가장 좋았다.
요조: 화자와 차가운 물 사이의 신경전이다. 화자 입장에서는 얼지도 않고 따뜻해지지도 않으면서 계속 들어오라고만 하는 물이 얄밉다. 그런데 물은 또 물 나름의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둘 다 자기 입장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지. 이기적인 사람이나, 누군가가 이기적이라고 욕하는 사람이나 결국에는 다 똑같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Q. 들어오라고 유혹하면서도 온도를 사람에 맞춰 주지 않는 ‘차가운 물’에서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가 연상되던데.
요조: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어떤 분은 ‘화분’을 듣고 “화분은 나쁜 남자에게서 버려진 여자가 헤헤헤 웃는 거냐”고 말하시더라.(웃음) 그 때 되게 놀랐다. 많은 곡이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거니까. 이번 앨범에는 사랑 노래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연애 문제로 해석될 수 있는 곡들이 꽤 있는 것 같다.

Q. 이번 앨범의 가사들은 유난히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은 것 같다. 곱씹는 맛이 있다. 가사 쓸 때 꽤 오래 걸렸을 것 같은데.
요조: 엄청 오래 걸린다. 곡 쓸 땐 안 그런다. 주로 기타로 작곡을 하는데, 긴장이 풀어진 상태에서 자유롭게 이것저것 그냥 해보는 편이다. 그런데 가사 쓸 때는 예민해진다. ‘은는이가’ 조사부터 시작해서, 단어 선택까지. 만족스러울 때까지 고민한다는 게 사실 고통스러운 일인데, 세공하듯이 하나하나 다듬는 과정을 내가 즐기는 것 같다. 만족스럽게 완성된 가사를 보고 있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만약 다른 사람의 곡을 받더라도 가사만큼은 내가 쓰고 싶다.



Q. 이번 주말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요조: 9월 14, 15일에 올림픽 경기장 K-아트홀에서 ‘당신의 쓸모’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하는데, 거의 3-4년 만에 하는 단독 공연이다. 이 앨범 자체가 5년 만에 나온 거니까. 그래서 지난 앨범 곡들 말고, 딱 2집에 있는 곡들만 들려 드릴 생각이다. 거기에 내 나름의 의미가 있는 곡들도 추가되겠지. 게스트와 같이 부르는 곡도 있다.

Q. 게스트라면?
요조: 우리 엄마. 엄마가 나보다 기타도 잘 치고 노래도 훨씬 잘 한다. 그래서 공연 때 저는 옆에서 코러스랑 멜로디언 연주로 엄마를 어시스트 해드릴 계획이다. 엄마가 어릴 때부터 노래를 너무 잘해서 음악에 대한 꿈이 있으셨다. 그런데 아빠의 반대로 가수가 못 됐다. 엄마 아빠가 고3때 만났는데, 아빠가 군대 가 있을 때 엄마가 밴드하겠다고 하니까 난리가 났단다. 탈영해서 바다에 뛰어들겠다는 말씀도 하셨다고.(웃음)

Q. 그럼, 딸이 음악 한다고 했을 때 두 분은 뭐라고 하시던가.
요조: 보통 부모님들은 자식이 음악하겠다고 하면 젊은 시절의 치기 정도로 생각하신다. 그래서 20대 중반쯤 되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 집 같은 경우, 엄마는 못 이룬 가수의 꿈이 있고, 아빠는 엄마 꿈을 가로막았다는 죄책감이 있으니 별다른 반대가 없었다. 특히 아빠는 죄책감 때문에 ‘음흉하게’ 지지했던 것 같다.(웃음)

Q. 그럼 어머니가 조언도 많이 해 주시겠다.
요조: 신곡을 낼 때마다 디테일한 모니터링이 돌아온다. ‘화분’을 들으시고는 엄마 나이 또래도 좋아할 만한 복고적인 느낌이 있어서 좋다고 하시더라. 반면 아빠는 ‘무조건 딸이 최고’라는 밑도 끝도 없는 칭찬이다.(웃음) 엄마랑 무대에 같이 서는 게 처음은 아니다. 단독 공연 때마다 게스트로 같이 하셨으니까.

Q.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 공연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 질문인데, ‘세상에 이렇게 부를 노래가 많은데, 굳이 이렇게 앨범을 만든’ 이유는 뭘까요?
요조: 그 가사 자체가 ‘나의 쓸모’에 대한 내용이지 않나. 얼마 전부터 힘들 때마다 하는 생각이 있는데, 우주의 크기에 대면 나라는 인간은 참 작고 보잘 것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묘하게 힘이 난다. 얼마나 큰지 가늠도 못할 우주가 있는데, 먼지같은 ‘나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처럼 느껴지는 거지. 그냥 끼니 되면 친구들이랑 맛있는 것 먹고, 손에 잡히는 재밌는 책 보고, 좋은 음악 듣고. 어차피 ‘나의 쓸모’는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 일이니까 그냥 재밌게 내 할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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