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왼쪽)-안상휘CP

가수 유희열이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에 전격 합류한다. 그간 KBS 2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라디오 DJ를 통해 유창한 진행실력과 재치있는 언변을 인정받아 온 그는 종종 터지는 19금 토크를 통해 ‘감성변태’라는 애칭도 얻어왔다.

그런 그가 7일부터 ‘SNL 코리아’의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단발성 출연이 아닌 SNL의 정식 크루로 앞으로 김민교 클라라 등 기존 멤버들과 호흡을 맞출 에정이다. 시기상으로도 의미심장하다. ‘SNL코리아’가 기존의 풍자 기능을 잃고 지나치게 섹시 코드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나온 나름의 회심의 카드다.

이에 대해 6일 크루 합류를 앞두고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희열과 ‘SNL 코리아’의 안상휘 CP는 “풍자는 SNL의 한 축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Q. 유희열을 크루로 영입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안상휘CP : 풍자 코미디를 계속 하고 싶었고 그런 점에서 위켄드 업데이트는 굉장히 중요한 자리다. 시청자들은 가벼운 농담을 하고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했는데 이전의 분위기가 좀 무거웠었다. 유희열은 시사적으로 풍부하면서도 부드럽고, 섹시한 농담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무거운 주제를 시청자들이 좀 더 편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Q. 크루로 합류한 유희열이 이후 다른 코너에도 투입되나.
안상휘CP : 언제든 열려 있는데 유희열과 크루들과 상의해서 그때 그때 결정할 생각이다.

Q.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코너가 있나.
유희열: 지금은 위켄드 업데이트만 생각해도 숨이 막힐 지경이라 일단 맡은 것에 집중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음악적인 색채를 조금 불어넣을 수 있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Q. 위켄드 업데이트는 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진행에 있어 민감해질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한 지점이 있나.
유희열: 가장 많이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SNL은 코미디와 풍자라는 두 가지 축으로 운영되는데 지금은 사실 풍자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다루는 게 예전만큼 쉬운 환경은 아니다. 또 나는 촌철살인의 멘트를 던질 만큼 시사에 해박하고 명확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업데이트’라는 지점이다. 대중들과 정보에 대한 소통 창구로 자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Q. 제작진에 따르면 섭외 요청이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들었다.
유희열: 오래 전부터 SNL의 굉장한 팬이었다. ‘SNL US’는 일부러 찾아볼 정도로 마치 오래된 맛집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유머 1번지’ 처럼 특유의 콩트가 주는 연극 동아리같은 색채를 매우 좋아했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는데 ‘SNL’의 작가분이 라디오나 작사 작업을 같이 했던 분이라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유희열

Q. 대표 크루인 신동엽과의 인연도 깊다고 들었다.
유희열 :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데 가장 큰 용기가 된 분이다. 신동엽 씨는 초중고 선배이기도 한데 고교 때 방송제를 함께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신동엽 씨는 콩트를 주로 했었고 나는 아나운서였다. 20년이 지난 후 ‘SNL’을 함께 하게 되니 마치 오랜만에 방송제를 같이 준비하는 기분이다.

Q. 신동엽 유세윤 유희열이 한 무대에 서는 모습도 볼 수 있을까.
안상휘 CP: 기대해달라(웃음). 곧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Q. 신동엽, 유희열 두 사람 모두 ’19금 토크’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 사람의 차이점이 있나.
안상휘 CP; 신동엽씨 같은 경우 어린애부터 나이드신 분들까지 모두 좋아하는데 짖궂고 남성적인 면이 있다. 본인의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 같고. 반면 유희열 씨는 여성적이고 부드럽다. 타고난 풍부한 상상력에서 나오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웃음)

Q. 유희열식 ‘감성변태’ 토크는 본인만의 ‘마성’이 있는 것 같다. 어디서 나오는 것 같나.
유희열: 답은 하나다. 여성분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은 이유는 내가 제압 가능한 몸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웃음) 방송에서 사실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불쾌할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촉은 굉장히 많이 세우고 있는 편이다. 19금토크는 모임에서 윤활유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지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느낌이 되면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유머의 기본은 타인이 아닌 ‘자기 조롱’이기 때문이다.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데서 재미도 나오는 게 아닐까.

Q. KBS 2 ‘스케치북’은 음악을 기본으로 재치있는 토크를 얹는 콘셉트였지만 ‘SNL’의 크루 합류는 본격적인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하는 의미도 있을 것 같은데 고민은 없었나.
유희열: 그동안 음악 외적인 일들을 하는 게 망설여져서 여러 프로그램을 고사해왔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DJ를 하면서 청취자들이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신다는 걸 많이 느꼈다. SNL에서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느끼고 공감하느냐를 풀어나가는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걸 잘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서 선택했다.

Q. 최근 김슬기가 빠지고 안영미도 공연으로 한달 간 휴식에 들어간다. 이들의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크루가 있나.
안상휘CP: 현재 신중히 오디션을 보고 있다. 신인과 기성 연기자들을 대상으로 20명 정도씩 후보군에 올려놓고 보고 있는데 아마 7일 방송분부터 조금씩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는 걸 볼 수 있으실 것 같다.

안상휘CP

Q. 최근 SNL이 풍자 기능이 많이 희석되고 ’19금 개그’만 남았다는 비판의견도 적지 않다.
안상휘CP: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는데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대선같은 경우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높은 수위의 풍자가 있었는데 그 정도 수위를 계속 유지하는 건 오히려 언밸런스한 것 같다. 시청자들과 제작진의 눈높이가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지점은 인정한다. 풍자 코미디는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 같다. 유머와 풍자를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시선이 있을 때 더 풍성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유희열 : 시청자 입장에서 SNL을 바라볼 때 가장 아쉬운 지점이 그 부분이다. 풍자가 코미디로서 기능을 하려면 성역이 없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어려운 부분이 있다. 흔히 풍자가 ‘재미있다’고 하는 건 통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수가 절로 나오고 크게 웃을 수 있는 거다. 그런 면에서 SNL US를 보면 미국은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게 매우 오래됐고 하나의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어떤 이슈에 대한 풍자를 유머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크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한 발짝씩 노력해 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사람들이 조금 더 보게 하고 기대를 갖게 하는 게 중요한 때인 것 같다.

Q. 크루로 합류하면서 함께 해보고 싶은 호스트를 꼽아봤나
유희열: 자신을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분이면 신나서 할 것 같다. 매력적인 분이 더 매력적으로 빛날 수 있는 점을 아는 분이 있을 것 같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